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아픔이 너무나도 커서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혹자는 직면한 문제를 정면 돌파했을 때만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돌파할 방법이 있고, 그러할 능력이 있다면 고통스러워할 필요조차 없을 테니까. 그러기에 사람마다 고통을 통과하는 방법 또한 제각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느 날, 나는 추락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옥 같다’는 말은 너무 평범했다. ‘같다’란 아직 비교할 ‘정도’나 ‘대상’이 있을 때 하는 말이다.
두문불출, 영혼 없는 좀비처럼 멍하니 앉아 있던 어느 날 나의 양쪽 어깻죽지에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아들이었다.
“공은 바닥을 쳐야 튕겨 오른다고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가족에겐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셔요.”
아들은 그 자리에서 인도행 항공권을 예매해주었다.
나는 진통제 한 주먹을 털어 넣는 셈 치고 달팽이처럼 살아온 54년을 배낭에 구겨 넣었다. 무엇을 넣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배낭은 바짝 긴장한 맹견처럼 팽팽했다. 아들은 그 배낭을 짊어지고 공항까지 따라와 나를 배웅해주었다.
손을 흔들어주는 아들을 뒤로하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두 발을 모으고 검색대 앞에 섰다. 모든 것으로부터 백기를 든 심정으로 두 팔을 치켜들었다. 검색 막대가 겨드랑이를 훑고 허리 아래로 내려갔다. 심장이 내려앉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 이건 여행이 아니라 분명 현실도피(現實逃避)야.’
1980년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결혼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사람들에게 보금자리를 안내하는 부동산 중개 일을 하며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치의 삶에 감사드린다.
E-mail: dulgukwa@hanmail.net
책을 펴내며 6
5월 16일 이탈 8
5월 17일 네팔 16
5월 18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6
5월 19일 (산행1) 여기에 있으면 저기에도 있다 34
5월 20일 (산행2) 늙어간다는 것은 42
5월 21일 (산행3) 유혹 49
5월 22일 (산행4) 기회 54
5월 23일 (산행5)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캠프) 65
5월 24일 (산행6) 순간의 선택 79
5월 25일 친구 86
5월 26일 봉사 90
5월 27일 멀미 96
5월 28일 룸비니의 대성석가사 104
5월 29일 섭생보시 109
5월 30일 무문(無門) 114
5월 31일 혼돈(混沌) 122
6월 1일 신은 어디에? 129
6월 2일 회자정리 134
6월 4일 불꽃마차 141
6월 5일 카주라호 147
6월 6일 코카콜라 154
6월 7일 섭씨 49도 162
6월 8일 타지마할 168
6월 9일 수도 델리 178
6월 10일 어머니 182
6월 11일 두 명의 간디 189
6월 12일 이별 194
6월 13일 인연 198
6월 14일 수도꼭지 202
6월 15일 달라이 라마 209
* 친구 경자에게 보내는 편지 214
6월 17일 마날리를 향해 221
6월 18일 금강산도 식후경 226
6월 19일 패러글라이딩 231
6월 20일 가족 239
6월 21일 잃어버린 신발 한 짝 245
6월 22~23일 버스 타고 22시간 250
6월 24일 떨림 260
6월 25일 만다라 262
6월 26일 판공호수 271
6월 27일 그 너머 278
6월 28일 모자와 도시락 284
*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292
6월 29일 캠프파이어 298
6월 30일 낙타 사파리 305
7월 1일 의상 페스티벌 320
7월 2일 레를 떠나다 326
7월 3일 젊은 친구들 336
7월 4일 브라마 사원 341
7월 5일 암베르성 345
7월 6일 내 친구 오토 릭샤왈라 354
7월 7일 아메다바드 362
* 아들에게 쓰는 편지 371
7월 9일 엘로라 석굴 384
7월 10일 아잔타 석굴 394
7월 11일 모든 끝은 시작의 꼬리를 물고 있다 403
책을 마치며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