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물을 데우며』를 읽다 자주 아득한 기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곤 했다.
중보들판과 동천강, 7호 국도는 내 유년의 무대이기도 하다. 모내기 날이면 논둑에 앉아 못줄을 잡았던 곳이 중보들판이다. 기다란 몽둥이를 치켜들고 반짝이는 은어를 쫓아다녔던 곳이 동천강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비포장도로가 7호 국도다.
『찻물을 데우며』에 실린 구일우 선배의 글들은 내 유년의 추억을 오롯이 되살려주었다. 나는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시간과 공간들까지 생생하게 복원시켜 놓은 선배의 기억력이 놀랍다.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춥고 살림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마음 따뜻하고 살가웠던 이웃들에 대한 선배의 애틋한 그리움은 내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구일우 선배의 글을 다 읽고 오래 원고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추억 때문만이 아니었다. 가슴 아픈 사연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진솔하게 말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돌아보며 아파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기 성찰의 순간들이 『찻물을 데우며』에 오롯이 담겨있다.
가끔 뵙게 되면 늘 환한 표정으로 혈육처럼 반갑게 맞아주고, 상대를 배려하고, 걱정해주는 선배는 농소를 고향으로 둔 후배들 모두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아직도 여전한데 세월은 너무도 빨라 어느새 선배가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선배가 펼쳐갈 더 멋진 미래가 이미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오래 공직 생활을 하면서, 낮은 자리에 있을 때나 힘이 있는 자리에 있을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웃 어른들과 선후배들을 챙기며 고향을 지켜온 선배의 아름다운 흔적들이 서려있는 이 책이 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선배가 퇴임 선물로 준비한 깊고 그윽한 차 한 잔으로 다가가리라 믿는다.
1979 울산시에서 공무원 시작
2016.6 울산 북구청에서 서기관으로 정년퇴직
정년퇴직 전까지 울산시청, 북구청, 동사무소에서 근무
1976 울산고 졸업
2011 영산대 행정학과 졸업
제1장 동천의 아이
동네 개망내이
학교에 가다
각인된 추억
추억 속의 친구
은사님을 만나다
마음의 길, 7번국도
동천강 친구들
제2장 삶과 사랑
사성 보내던 날
신혼의 꿈
박봉과 자녀교육
미신과 신수
어머님을 여의고
아버지의 성정
병상의 아버지
외갓집 사람들
두 가지 꿈
집안내력
외할아버지의 사랑
제3장 생의 한 가운데
논산훈련소 ‘완’자 병사
젊은 피, 뜨거운 함성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
황당한 일
괴목공예의 매력
문전박대라는 것
구마모토와 울산
모교 약수초등학교
공무원연금개혁의 회오리
쇠부리 축제
북구 발전을 위한 제언
제4장 인연과 사연
이공회 형제들
북구시대를 열다
수석동호회
마라톤 동호회
효문동과 효동회
농소칠공회
전투경찰과 삼공회
첫 주례사
제5장 나에게 힘이 된 말
제6장 기고문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