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 최초의 USB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1998년 어느 날, 도브는 한 투자회사가 주최하는 컨벤션의 연사로 초청을 받았다. 그는 뉴욕행 비행기에서 컴퓨터를 열어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약간 수정한 다음 컴퓨터를 끄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컨벤션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순서가 되어 컴퓨터를 소켓과 프로젝터 케이블에 연결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컴퓨터를 껐다고 생각했으나 컴퓨터가 닫히지 않아 계속 켜진 상태에서 배터리가 소진된 것이었다.
400쌍의 눈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도브는 다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그 다음 순서의 연사가 “제 컴퓨터를 쓰시면 어떨까요?”라고 너그럽게 제안하였다. 그 순간 도브는 ‘반응이 없는 내 컴퓨터에 있는 프레젠테이션 원고를 어떻게 그의 컴퓨터로 옮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무렵 가장 일반적인 데이터 저장 시스템은 플로피 디스크였고, 용량이 겨우 1.44MB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휴대용 하드 디스크는 너무 비싸고 거추장스러웠다.
그렇게 해서 세계 최초의 USB 플래시 드라이브(일명 USB 메모리)인 디스크온키(DiskOnKey)가 탄생했다. 그것은 8MB, 16MB, 32MB의 넉넉한 용량을 갖추고 있었고, 휴대하기에 간편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다.
아, 그리고 당시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도브의 컴퓨터가 갑자기 켜짐으로써 강연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벤처 영웅이 말하는 도전과 성공의 기업가 정신
“나는 어떻게 글로벌 벤처 신화가 되었는가”
도브 모란은 군 전역 후인 1980년대 후반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 북쪽 외곽에 있는 라마트 하차얄이라는 곳에서 M-시스템스(M-Systems)를 설립하였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 정부의 전적인 창업 지원 덕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5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땅덩어리에 800만 명이 살고 있고, 그마저 70%는 사막과 모래로 되어 있는 광야이며 자원도 없는 나라이다. 더군다나 주변 중동국가와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고 있어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990년에 걸프 전쟁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련 공산권마저 무너져 그 여파로 100만 명가량의 유대인 러시아 이주민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해 왔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한 대학 졸업생들과 중년층들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극렬한 데모를 벌였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각 부처 장관을 소집하여 청년·중년층들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요구했다. 그때 이스라엘 수석과학관(경제수석)이었던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현 요즈마펀드 회장)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작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업가 정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기술 인큐베이터를 이스라엘 26개 지역에 설립해 과학자, 기술자,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그 덕분에 도브는 여러 번을 실패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그 결과 현대인의 필수품인 USB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마침내 2006년 M-시스템스를 세계적인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에 16억 달러(1조 8,000억 원)를 받고 매각함으로써 글로벌 벤처 신화가 될 수 있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도브 모란이 말하는 기업가 정신은 단지 창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실패와 불안, 역경을 헤쳐 나가며 기업가 정신을 드러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즉 수없이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성공에 이르는 그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한 기업가의 지난한 과정이 펼쳐진다. 도브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스라엘에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실패에 대해 인색하며, 이로 인해 창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가치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도브 모란이 말하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다.
도브는 “우리는 모두 실제 삶에서 기업가가 되기를 원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아도 되고, 천재일 필요도 없다. 수없이 실패하고 경험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공에 다가가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은 4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4퍼센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도브는 이 책을 통해 그 방법들을 자세하게 알려 준다.
함께할 조력자들(동업자, 충성심 강한 팀원들)을 찾는 방법,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시키는 방법,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법, 미래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그 사업을 끌고 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두어야 할지 등이 도브 자신의 25년 사업 경험과 잘 어우러져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 책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용기를 얻고 격려를 받을 것이다.
지은이
도브 모란 Dov Moran
이스라엘 공과 대학인 테크니온Technion에서 과학을 전공한 도브는 군에서 전역한 뒤 M-시스템스M-Systems를 설립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플래시 드라이브인 디스크온칩DiskOnChip과 USB 플래시 드라이브인 디스크온키DiskOnKey를 개발했다. 이 발명품들은 테크놀로지 세상의 변혁을 일으켰고, 회사 가치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도브는 샌디스크에게 M-시스템스를 16억 달러에 매각하였다.
이것으로 이스라엘 벤처 영웅이 된 도브는 이후 모두Modu를 설립해 모듈식 휴대전화를 만들어 그것의 핵심 개념을 구글에 넘겼고, 현재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TV 플랫폼과 스마트한 키보드를 발전시킨 스마트타입Smartype을 개발하기 위해 코미고Comigo를 설립, 최고경영자로 재직 중이다.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 아니며,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현재도 여러 기업의 설립자, 이사, 고문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이원재
한국에서 태어나 12세 때 이스라엘로 건너갔다. 어릴 적부터 이스라엘의 탈무드와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이후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후츠파’ 정신에 입문하게 되었고 요즈마 펀드에 합류하게 되면서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스라엘이 진행하는 세계적인 창업국가의 벤처 생태계를 배우게 되었다.
이스라엘 총리 아시아경제자문관과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IP 금융 분과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기술사업화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요즈마그룹의 한국법인장이자 한국-이스라엘 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작부터 글로벌』(공저)과 『창조경제 이스라엘에서 배운다』(공저) 『카이스트, 미래를 여는 명강의』(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나스닥으로 가라』가 있다. wonjae.lee52@gmail.com
[머리말] 기업가 정신의 모델을 제시하다
[옮긴이의 글]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헌정사] 내 결정과 인생에 영향을 미친 그들
Chapter 1 기업가 정신과 기업가에 대해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이며 나는 왜 이것에 대해 글을 쓰는가? | 최초의 기업가 | 상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이 될 수 있다 | 첨단 기업가 정신 | 첨단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단순히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아니다 | 기업가 정신은 타고난 특성인가? | 기업가 정신에 연령 제한이 있는가? | 잠깐, 기업가들이 그런 천재가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 기업가 정신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하는가? | 연습하면 완벽해진다 | 선구자들의 기업가 정신 |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돈을 버는 일만이 아니다 | 기업가 정신을 위한 자리가 여전히 존재하는가?
Chapter 2 기업가 정신 모형
수수께끼 | 1퍼센트 이상 100퍼센트 이하 | 그렇다면 정답은 얼마일까? | 셋 중에 둘 정도라고?! | 셋 가운데 둘이 아닌 또 다른 이유
Chapter 3 좋은 시장과 나쁜 시장
여러 종류의 시장들 | 나쁜 시장이 좋은 시장으로 변할 수 있을까? | 그런데 시장에 너무 일찍 도착한다면 |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
Chapter 4 두 명 이상의 기업가
팀이 가장 중요하다 | 적절한 파트너를 찾거나 선택하기 | 핵심 집단의 충성도 | 권한 위임하기 | 이사회의 역할 | CEO는 이따금 가장 사소한 세부 사항을 파고들어야 한다 | 어째서 나는 헤르몬 산을 점령하지 못했는가?
Chapter 5 미친 아이디어
어떻게 훌륭한 아이디어가 생명을 얻는가? | 디스크온키의 탄생 | 아이디어에 대한 환상 | 열정으로 시도하라 | 이따금 나쁜 아이디어가 성공을 거둔다 | 첨단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진정으로 미친 아이디어에 대해 | 옛날에는 아이디어가 없어도 성공할 수 있었다
Chapter 6 스타트업 설립하기
어떻게 시작할까? | 돈의 특성 | 첫걸음 떼기 | 스타트업 현장 탐색 |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라 | 세심하게 계획하라
Chapter 7 본격적인 스타트업 여정
열심히 달릴 것인가 아니면 걷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 ‘가볍게’ 여행하라 | 운이라고? | 자기 훈련 | 의욕 과잉을 조심하라 | 타이밍 |
잡음을 일으켜라 | 훌륭한 사업 파트너 | 첫 번째 고객 | 끊임없이 변화한다 | 결과를 많이 거두어라
Chapter 8 | 진정한 딜레마
전략과 전술 | 짧고 어려운 길 혹은 길고 쉬운 길 | 효율성인가, 혁신인가? | 혁신의 DNA | 얼마나 자주 혁신해야 하나? | 혁신과 창의성의 차이 | 뻔뻔스러운 모방 | 초점 유지하기 | 초점보다 고객 | 끈기는 전략이다 | 노인과 바다 | 현명한 끈기 | 모두의 또 다른 끈기 이야기 | 돌아가도 괜찮다 | 똑똑한 사람이 되어라
Chapter 9 | 상황이 어려워질 때
짐이 너무 무거울 때 | 팔 잘라내기 | 다리 하나로도 충분하다 | 좌절하지 마라 | 불안의 순간들 | 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 자신을 속이지 마라 | 행복한 순간들!
Chapter 10 | 필요한 자금 모으기
다음 단계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 두 배 혹은 전무全無 | 상세한 예산을 수립하라
Chapter 11 성공과 실패
이따금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 | 실패는 실로 주관적이다 | 성공의 문턱에서 | 해결책이 있다! | 반대편으로 나가는 방법
Chapter 12 | 기업가 정신의 회복
절망의 순간들 | 세상이 끝났는가? | 희망은 있다
Chapter 13 | 프로젝트가 끝났다!
숨겨진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