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라이헨바흐는 20세기 초 자연과학 분야에서 에너지, 원자, 우주에 대한 현대적인 개념을 정립한 과학철학자다. 물리학에 의해 촉발된 혁명적인 세계상의 변화를 독일의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스 라이헨바흐는 베를린 방송국에서 <원자와 우주: 현대 물리학의 세계상>이라는 방송 강연을 진행했다. 이 책은 당시 강연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1~3장까지 시간과 공간, 빛과 물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4장에서 앞의 논의로부터 비롯된 철학적 결론을 다룬다. 자연과학은 귀납적 증명의 영역이었으나 현대 물리학의 발전 과정에서 어떤 논제들은 연역적으로 타당성을 입증해 왔다고 설명한다. 모든 현상은 엄격한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이해되어 왔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원자론이 타당하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일반인을 위한 교양물리학이라고 소개한다. 1930년까지 이루어진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성과들을 자연철학 관점에서 하나의 세계관으로 일관성 있게 종합하고 있다. 20세기 전반기 자연철학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는 1891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라이헨바흐의 아버지는 유태인이었지만 개신교로 개종한 상인이었으며, 라이헨바흐의 어머니는 교사 출신으로 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5남매 중 셋째였던 라이헨바흐는 어린 시절부터 비상한 지적 재능을 보여 대학 입학 전까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꿈이 기술자였던 라이헨바흐는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에 입학했지만, 곧 공학이 자신의 지적 욕구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전공을 변경했다. 라이헨바흐 재학 당시 독일의 학문은 서양 문화권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철학, 수학, 물리학 등에서 걸출한 학자들이 배출되고 있었으며, 수학자와 물리학자를 포함한 자연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주제가 갖는 철학적 의의에 대해 토론하는 데 거부감이나 거리낌을 느끼지 않았다. 라이헨바흐는 이와 같은 활발하고 진지한 학문적 분위기 속에서 베를린 대학, 괴팅겐 대학, 뮌헨 대학 등을 거치며 수리물리학자 막스 보른(Max Born), 철학자 에른스크 카시러(Ernst Cassirer),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 등의 지도 아래 수학, 물리학, 철학을 연구했다. 라이헨바흐는 수학적 확률이론을 물리적 세계에 적용하는 문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에를랑겐 대학, 1916). 나치로부터 추방되기 전까지 라이헨바흐는 베를린 대학에서 자연과학적 지식에 적용될 수 있는 확률이론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당시에 뜨거운 논쟁의 주제가 되었던 양자역학에 대한 철학적 분석 또한 진행했다. 나치의 정치적 압력을 피해 1933년부터 터키의 이스탄불 대학 철학과 학과장을 5년간 지낸 라이헨바흐는, 이 시기에 고유의 확률이론과 기호논리학을 체계화했다. 미국의 철학자 찰스 모리스(C. Morris) 등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1938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철학과에 재직하게 된 라이헨바흐는 1953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전까지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철학적 탐구를 진행했다.
서문
1. 들어가며
I. 공간과 시간
2. 공간
3. 시간
4. 운동의 상대성
5. 천체역학
II. 빛과 복사
6. 빛의 광선적 특성
7. 빛의 파동적 특성
8. 빛의 전기적 특성
9. 빛의 물질적 특성
III. 물질
10. 열적 과정의 기본 입자 : 분자
11. 화학적 변화의 기본 입자 : 원자
12. 전기의 기본 입자 : 전자
13. 원자의 존재
14. 물질의 분해 : 방사능
15. 원자의 내부 구조
16. 원자 기제의 법칙
17. 물질의 파동적 특성
IV. 철학적 귀결
18. 인과성과 확률
19. 상과 실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