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이나 공들였던 남자친구가 취직했다.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이 녀석! 결혼 생각이 없단다. 생리대 가격까지 아껴가며 데이트 비용을 냈는데! ''넌 결혼도 안 할 거면서 내가 사주는 밥 처먹고 술 처먹으면서 나한테 모텔비 내라고 했니?'' 그 동안 쓴 돈을 모았다면 중고차 한 대를 사고도 남았다. 타보지도 못한 차를 폐차하는 기분으로 헤어져 버렸다. 스트레스를 풀러 간 클럽에서 연예인급 미모를 가진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렇게 멋진 남자와 사귀는 여자는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여자가 내가 될 줄이야! 안타까운 것은 결혼식장으로 데려가기에 남자가 너무 어렸다. 더 이상 연애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노처녀 대열에 들어서기 전에 결혼에 골인해야 했다. 그런데 이 녀석 봐라? “맞선도 보고 소개팅도 하고 다른 남자도 사귀세요.” “뭐?” “절대 구속하지 않아요.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도 않을 거고요. 당신이 뭐 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감시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일거수일투족 보고할 필요도 없어요. 날 만나고 싶을 때 술 마시고 싶을 때 나랑 자고 싶을 때 전화해요. 그럼 내가 달려갈게요.” “아무 조건도 없이 내가 부르면 온다고?” “조건은 있어요.” 물론 그렇겠지. 시간당 돈을 달라는 건 아니겠지? 나는 시니컬하게 큭큭 웃었다. 그는 내가 비웃는 의도를 알고 있기라도 하듯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날 봐요.”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가 나를 부를 때마다 나도 자기를 부를 수 있게 해 줘요.” “날 불러서 뭘 할 건데?” “자기하고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난.” 그는 애처로움을 담아 살짝 미소 지었다. 그저 입가를 약간 말아 올리는 미소였는데도 위험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갈등이 일었다. 현실적인 남편감을 찾는 동안 이 섹시하고 어린데다 미치도록 나를 원하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 그것도 내가 마음 내킬 때만 불러낼 수 있다니! 대신 조건이 있었다. 내가 한번 그를 불러내면 나도 한번 그의 호출에 응해줘야 했다. 게임 같은 연애라? 그는 섹스하자고 할까? 아니면 청소? 요리? 궁금증이 일면서 얼굴이 간질간질했다. 한번 해 보고 별로이거나 재미없으면 다시는 안 해도 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매번 만나는 만남이 원나잇 스탠드나 마찬가지 아닌가! 여자로 태어나 한번쯤은 꿈꾸는 뜨거운 연애의 맛! 연애할 시간 없는 여우들에게 짜릿한 공감을 전해줄 소환 연애의 모든 것! 킬링 타임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가볍게 연애나 할까?
드라마 영화 에세이 자기 계발서 소설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영화처럼 짜릿한 연애 드라마처럼 가슴 찡한 사랑 에세이처럼 서정적인 로맨스 등등 쓰는 사람도 행복하고 읽는 독자도 즐거운 글을 써 나가고 싶다.
판권 페이지
차례
1. 스킬이 필요해
2. 클럽의 여왕
3. 원나잇 스탠드
4.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5. 소환 연애
6. 싱글 공감
7. 그를 소환하다
8. 러브호텔의 밤
9. 청담동에서 아침을
10. 킬링 타임 러브
11. 러브러브 파티
12. 사랑일까?
13. 마지막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