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자로서 부당한 평가를 받았던 리제 마이트너의 삶을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정제된 언어로 담백하게 기록하고 있다. 마이트너의 삶의 궤적을 놓치지 않으면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히틀러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했던 독일 과학자들에 대한 연민과 분노 등도 압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마이트너의 서신들을 소개함으로써 그녀의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시각과 인간적인 관계, 그리고 과학자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그녀의 생각 등을 엿볼 수도 있다. 여성에게 입학이 허용되지 않아 늦은 나이에 대학 진학을 하면서부터 리제 마이트너는 여성에 대한 거대한 편견과 맞닥뜨려야 했다. 연구소에 여성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지하 목공실에서 연구를 해야 했고, 화장실이 없어 필요할 때마다 길 건너편의 식당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연구 동료 오토 한의 연구원이라고 불렸고, 동등한 능력을 가진 남자 동료들이 모두 정교수가 된 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교수로 임용되지 못하였다. 너무나 늦게 교수가 되었지만 결국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나치에 의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자 스톡홀름으로 도망쳐야 했다. 이 책은 너무나 많은 조건이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평생 자존심과 개인적인 감정보다 늘 그 순간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 과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였던 리제 마이트너의 성취와 자신이 이루어 낸 결과물들이 인류의 행복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소신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나치즘과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언젠가 다시 합리적으로 배치된 세계가 존재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소망했던 리제 마이트너의 지적과 우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의 시대에 인류가 마치 과학의 노예가 된 듯이 보이기도 하는 상황에서 보다 생생한 목소리로 현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독일 슈파이어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제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캐나다와 중국에서 유학하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여러 매체의 저널리스트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뤼벡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1999년생』, 『블루프린트』 등의 저서 가운데 유전공학 소설 『블루프린트』는 11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케르너는 두 차례에 걸쳐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조신한 딸 내가 과연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자유롭던 시절 어떤 나쁜 마음도 지니지 않았던 여성 물리학자 여성과학자의 형성기 한 유대인 여성이 연구소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나는 마치 사막에서 사는 것 같다 나 자신은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나에게 감정이란 좀 그저 그런 것이다 전후 독일에 대한 거리두기, 인정과 영예, 케임브리지에서의 말년 덧붙이는 이야기|성공할까 두렵다 참고자료 옮긴이의 글|과학사에서 부당한 삶을 살았던 리제 마이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