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바람을 느껴 보고 싶어 바닷가로 갔다. 상쾌한 바람은 늘 그 자리에서 파랗게 물결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닷새의 노랫소리. 청명한 내음을 타고 오는 푸른 바다의 노랫소리. 파도를 따라 밀려오는 싱그러운 바람의 노랫소리.
그 소리들은, 그 모습들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바람에 책장이 풀꽃처럼 날리듯 상긋한 소리들이 내 귓가에 밀려오며 나를 깨운다.
바다의 노래를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푸르디푸른 노래를 좀 들려주렴. 그리고 더 많은 기쁨을 전해 주렴.
사람들이 바닷가로 모이면, 사람들의 노랫소리는 바다의 노랫소리가 된다. 바다에서 들려오는 그 향긋한 음성은 곧 노래가 되고 바다가 되고 시가 된다. 푸른 펜대를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처럼 온 가슴을 적시는 시가, 출렁이는 바다 위로 흐른다.
유종우
부산 출생.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바닷바람>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함.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최근작으로는 <바닷바람>, <네 눈동자에 바다가 있어> 등이 있다.
서문
파도 위로 부는 바람
간식 파는 가게
새 책
햇살 속에서
그리워 되돌아보니
먼 곳의 사람
꽃의 마음
옥수수 식빵
낯선 모습
그 날의 눈과 귀가 되어
봄 길을 거닐다
초록 침대
사탕
나리꽃
스케치북
다리에 로션
차창에 비친 내 모습
봄과 가을
온탕
식당에서
너와 있으면
혼자서만 날아다니는 새
비 오는 거리
가래떡데이
꽃 팝니다
저렇게 뛰어다녀도
그렇지 않아요
특가 상품
그런 생각에
손과 발
그 모습만을 간직하려면
지금
길을 걷는 자만이
살짝 미끄러졌지만
순수한 맛
한겨울 버스 정류장
얼마나 맛있었으면
산행
마음을 적시는 물
사과나무 숲에선
내가 타려던 버스가
문자가 왔을 때
세상 속의 나
봄이 와도
그릇은 마음과 같아서
모두의 아침
중고 도서
소리도 없이
다투다가 정든 그대
그 거리에 풀빛 향기는 흐르고
마음에 드는 최신 상품
추운 겨울에도
거짓말
바나나
그 미소는
개와 고양이의 만남
네가 타 준 커피
우연히 만난 어릴 적 친구
학원
딸꾹질?
신발이 없다면
초저녁
여러 영화 속의 외계인들
헤어지고 나면
이른 가을밤
부채의 쓰임새
갓 만들어진 시루떡
옛날 히트곡
수초 같은 사랑
길 잃은 새
추상화
생일 전날 밤
옷 가게 거울
창밖의 그 모습은
버스 손잡이
과용은
며칠 전에 산 채소
사자다!
집 앞에 마트가 있다면
진심 어린 대화
웃기면
눈 내리는 아침
브랜드
막대 물걸레
싱그러운 맛
새우 초밥
신발 세탁
거울 속의 얼굴
민망한 사건
매일 샤워해요
스릴러 영화 속 주인공
아침을 속삭이다
찬바람
코너에어리어
애정이 식으면
그림자
텃새
낡은 양말
봄 나비
변덕스러운 날씨
가을 나무
수줍은 마음
아침에 눈 뜨면
수박 주문
비가 내리면
견과류에
어색한 사이
물맛
발밑의 고양이
구름 위의 별
네가 이곳에 와 줬으면
바다거북
그림자 없는 풍경화
아침에 별이 사라지는 이유
그 사랑
먼 곳에 있는 어느 창가의 불빛
백미러
과일 맛 껌
유리잔
별의 낫과 낮과 낯
물건 살 때
사랑으로 그린 그림
잃어버린 새들의 노래
외로운 눈빛
새
제품 탭
화분 갈이
당신의 눈빛
뽁뽁이 포장지
배반의 간식
언젠가는
비, 바람
누군가를 기다리며
목욕탕에서 만난 친구
그대는 밤의 새
가방 속 볼펜
다시 만난 사랑
잃어버린 물건
공포영화에선
밥풀
취미가 같은 사람
푸른 눈빛
개미와 지네
그곳에도
강제 집행
누구신지
거꾸로
며칠 지난 우유
앉았다가 일어나는 게
오래된 잡지
겨울밤
안 풀리던 문제
나뭇잎은 바람에 나부끼고
우리가 못 만나는 이유
가을이 내린 강변길
진열대에 딱 한 개 남은 상품
새벽녘 자동차 경적에
눈대중으로 산 건
나이가 들어도 흰 머리가 늘어도
비 오는 날의 친구
그 뒤편에
새벽에서 아침으로
그대가 있네
꽃이 전하는 사랑의 노래
깃털 없이 초원을 지나
바다의 노래
파도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