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김유정의 작품 중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작품을 엄선하여 수록하였습니다. 소설가 김유정은 일제 강점하의 암담한 현실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투시하고, 이를 풍부한 토속어를 사용하여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을 많이 썼습니다.
《금 따는 콩밭》에서는 일제 강점하의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던 몰락 농민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몰락한 빈농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김유정은 한때 매형의 권유로 충청남도 예산 부근에서 금광 현장을 감독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금광 열풍을 둘러싼 폐해를 누구보다 잘 포착하게 되었고, 금맥을 찾고자 매달리는 농민들의 심정과 모습을 매우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백꽃》에서는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순박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성숙한 소녀인 ‘점순이’는 공격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지만, 미성숙하고 어수룩한 소년인 ‘나’는 그 행동의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해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작품입니다.
《봄, 봄》에서는 결혼을 미끼로 데릴사위를 삼아 농사일을 심하게 부려먹는 ‘장인’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다소 어수룩하기는 하지만 장인의 그 속셈을 알아채고 능청맞게 장인을 공격하는 주인공 ‘나’도 등장합니다. 김유정의 작품에는 이처럼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인물들뿐만 아니라 소박하고 어수룩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여 작품의 해학미가 높습니다.
《만무방》에서는 응칠과 응오 형제의 삶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자기 논의 벼를 밤에 몰래 가서 도둑질한다는 역설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은 일제 강점하 농촌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폭로하는 장치이고, 김유정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해학적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김유정[金裕貞](1908~1937)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연희전문학교를 중퇴했다. 1935년에 《조선일보》에 《소낙비》가, 《조선중앙일보》에 《노다지》가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주로 일제 강점하의 궁핍한 농촌 현실과 사회 모순 등을 풍부한 토속어를 사용하여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주요 작품으로 《금 따는 콩밭》, 《동백꽃》, 《두꺼비》, 《만무방》, 《봄, 봄》, 《생의 반려》, 《따라지》 등이 있다.
엮은이는
서경원은 수원 창현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EBS 논술 영역 강사, EBS-i 논ㆍ구술 영역 강의 검수 위원, 논제 출제 및 첨삭 교사, 경기도 교육청 독서토론논술지원단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중학 국어 단어장》, 《우리 문학에 말 걸다 - 삼대》 등이 있고, 《금오신화》, 《박지원 대표 소설집》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금 따는 콩밭
동백꽃
봄, 봄
만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