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이상의 소설 《날개》와 시 《오감도》 등 그의 대표작들을 묶었다.
《날개》는 ‘아내’로 생각되는 여자의 윗방에 사는 ‘나’의 이야기이다. 부부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의 의식은 정확하지 않다. 아내가 준 약을 아스피린인 줄 알았으나 아달린이라는 수면제임을 알고 놀라지만, 그는 아무 것도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종로의 백화점 옥상에서 날개가 돋음을 느끼며 뛰어내린다는 줄거리이다. 근본적인 자아를 망각하고, 주는 밥을 얻어먹는 애완동물처럼 되어버린 주인공을 통해 당시 시대의 고통을 드러냈다고 보기도 하고, 자의식이 강한 이상의 성격이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식의 흐름에 집중된 작품 경향은 20세기 초 근대 조선,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반백년은 앞섰던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오감도》는 의견이 분분한 작품이다. 시대사적인 접근은 물론 미학적 접근도 가능한 작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읽는 독자들의 자의식을 자극한다. 시라는 도구를 통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구조가 무엇인지 당황하게 하면서, 그러한 의식을 하는 독자들에게 생각하도록 촉구한다. 그것이 시대상이든, 자의식이든, 정형화된 의식이든 간에.
이와 함께 《봉별기》 등 그의 다른 대표 작품들, 그리고 작가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요양차 내려간 평남 성천[成川]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쓴 수필 《권태》와 《산촌여정》 등도 함께 묶었다.
이상[李箱](1910~1937)의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이다. 그는 서울에서 아버지 연창[演昌]과 어머니 박세창[朴世昌]의 2남 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나, 3세 때부터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큰집에서 생활한다. 성장기를 서울에서 보내게 됨으로써 그의 서울 생활은 《날개》와 같은 그의 작품 곳곳에 퍼져 있는 도회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技手]가 되는데, 이러한 건축과 관련된 경험이 《오감도》와 같은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실험정신이 강한 시인 《오감도》를 비롯해, 1936년 소설 《날개》를 발표하면서 자의식의 세계를 소설로 넓힌다.
1933년 질병으로 퇴직한 후 황해도 백천온천 등에서 요양하게 되는데, 그의 소설 《금홍이》의 주인공인 ‘금홍’을 이때 만난다. 다방이나 카페를 운영도 해보지만, 모두 실패하고. 1934년부터 구인회[九人會] 활동을 하고, 1936년 변동림과 결혼했으나, 1937년 4월 17일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죽는다.
날개
봉별기[逢別記]
병상[病床] 이후[以後]
오감도[烏瞰圖]
가정
거울
권태
산촌[山村] 여정[餘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