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말쑥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한군데 허전한 느낌이 있다. 손바닥을 벽면에 갖다 대면 그 낯선 차가움에 커다란 바위 위로 흐르는 얕은 계곡물처럼 아래로 미끄러져 내릴 것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반짝이는 외벽에 눈이 시릴 것 같다. 왜 그럴까? 그래, 초록빛. 대지의 빛을 새집에선 찾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다소 오래되고 낡은 집이라 할지라도, 담쟁이덩굴이 팔을 힘껏 뻗으며 벽면을 타고 올라가고, 햇살이 그 위를 적신다면, 연미복을 차려입은 깔끔한 집보다는 사람이 머무르기에 좀 더 낫지 않을까? 아늑하지 않을까? 봄볕이 내린 뜰 앞에서 뜨개질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집. 나는 그런 집이 그립다. 그런 빛이 그립다. 담장 위에 흐트러진 담쟁이덩굴 잎들을 바라보곤, 저것이 그림인지 실재인지 궁금해하며, 손을 내밀어 눈앞의 푸른 잎사귀를 만져 보고 싶다. 동박새가 잠시 쉬어갈 수 있을 정도로 평온하고 따스한, 올리브색 정원을 다시 한 번 안아 보고 싶다.
유종우 1974년 출생.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바닷바람》으로 데뷔.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최근작으로는 시집 《친애하는 괴수에게》가 있다.
밤이 더할수록 새벽의 별 폭우 안개비 내가 기억하는 한 가지 소년의 꿈 나그네의 노래 기러기 먼 길 바다의 빛 다시 피는 꽃 꺾꽂이모 콘크리트 섬 샘물 내 바다가 여기 있다 광원 한숨 청년이 아닌 중년의 꿈 하늘과 바다 황금 꽃 딸기크림 비스킷 요단강을 찾아 떠난 은갈치 사랑의 고백 봉선화 빗속을 걸어가야지 유리문 들뜬 날 M을 찾아서 아이스크림 같은 밤 외인 물어볼 것도 없이 마법사 별 하나를 그리워하면 밤하늘을 돌아 나와 다시 처음으로 바람이 기운다 어찔한 사랑 불멸의 헤드라이트 강변의 노래 들녘에서 내 어린 친구, 강아지에게 풍차가 있다 늪지에서 피는 꽃 아침의 속삭임 추억 동박새 한 마리가 날아와 사랑의 꽃 바라보는 동안에 맨발로 그린 사랑 솔방울 저 하늘가에 네 눈동자가 있어 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