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출판사 메일에 투고 되어 온 서툴기 그지없는 한 편의 원고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오후 내내 읽어 내려간 원고에는 정상적으로 교육받았다는 오늘날 우리 세대의 교육 정서를 부끄럽게 하는 한 청년의 독서에 대한 열정과 그 순수함이 편집자의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찢어지도록 가난하고 너무 배움이 없어 책이라도 읽어 사람답게 살겠다는 70~80년대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삶이 오늘날에도 가능할까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년 정연훈을 찾았다. 수줍음 속에서 읊조려 나가는 한 청년의 33년 삶은 듣는 이의 눈시울을 붉게 달구는 신앙고백 그 자체였다. 아직도 이 지구상에 이런 기막힌 사연이 어디 있을까?
엄마 아버지가 버린 어린 소년은 추운 겨울날 불 꺼진 방구들에서 병으로 숨진 할머니의 시신과 며칠을 보냈다. 연이어 산골 소년을 찾아온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으로 또 죽음이라는 참담함을 안겨주고 떠나고 말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여동생과 함께 이 세상에 당그랗게 남겨진 소년의 과제는 먹고 사는 문제였다. 고아원과 입양을 권유하는 주변의 이야기도 아랑곳 않고 어린 오누이는 서로 떨어지는 게 싫어 오빠의 신문 배달고 정부의 보조 20만원으로 그렇게 살기 시작했다. 생활이라고는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밥 먹는 것이 급급해 목숨이 끊어지지 않게 근근이 연명했다는 게 차라리 맞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하고 싶고 갖고 싶은 놀이와 물품들이 많았을까? 이런 이야기를 ‘그냥 대충 살았다’라는 표현 하나로 때우고 슬쩍 넘기는 청년의 이야기에 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어려운 환경의 소년은 청소년이 되면서 여동생이라도 공부를 시켜야 된다는 장한 생각에서 자신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공소로, 짜장면 배달로 청소년기를 나게 된다. 여동생이 대학을 졸업하는 30세가 가까워 오던 무렵 그는 신앙을 갖게 되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거듭하면서 부족한 자신의 교육에 대한 공백을 독서로 메꾸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무작정 어떤 책이던 읽어 치우겠다는 그의 결심을 책이 인도하는 지식의 무게만큼 그는 더 성숙하게 자라나기 시작해 이제는 독서의 목표와 독서의 방법을 터득한 독서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기획과 원고 쓰기가 조금 서툴러도 만만치 않은 청년의 감동적 콘텐츠가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대표님을 설득시키고 끝내 허락을 얻어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아직 자기만 알고 응석을 부리는 철부지의 어린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자신이 흙수저라며 자라난 환경을 탓하고 불평하는 청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 불리하고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 속에서 진리를 깨닫고 자신을 변화 시켜 나가는 이 국민적 감동의 꿋꿋한 청년의 독서 이야기를 그리고 독서 방법을 좀 배우면 좋겠다.
교육은 꼭 좋은 조건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교육 여건이 좋다 한들 자신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머리말에는 그의 겸허하고 치열했던 인생이 문장 몇 줄로 담겨 있다. 머리말에 고스란히 나타난 책의 중심 내용으로 책의 성격과 특징을 대신한다.
저자 정연훈의 이력은 딱히 내세울 경력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상상도 못하는 아픔과 좌절이 있었고 천애고아가 된 후에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문배달원, 철공소직원, 짜장면 배달부를 전전긍긍하면서 현실의 매정한 벽에서 울 수 있는 눈물조차 매말라 버렸던 혹독함이 유일한 경력이다. 이런 그가 어린 여동생은 반듯하게 키워야 된다는 갸륵한 생각으로 자신의 학업은 포기하고 동생을 대학까지 시킨 사연도 경력이라면 경력이다. 한때는 스스로 인생이 비관 되어 약간의 방황도 있었지만 서울로 올라와 신앙생활을 접하면서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결심 속에서 책을 읽으며 길을 찾기 시작한다. 1년에 5백 권의 책을 읽겠다는 그의 결심은 지켜졌고 지금은 3년째이며 이 미친 독서열은 이제 책에서 찾은 자신의 인생경영과 비전을 책으로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결심과 꿈은 거창하고 원대하지 않다. 늦게나마 대학에서 동양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배달맨으로 번 돈으로 자기 영업 점포를 하나 만드는 게 그의 모든 꿈이다. 그리고 너무 외로워 성실한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게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는 꿈이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이렇게 평범한 게 뭐 그리 대단한 꿈이냐고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꿈도 그에게는 너무나 힘든 꿈이었다. 그 이유는 그야말로 이 땅의 일반 흙수저측에도 못 끼는 버려진 천애 고아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늘 겸손함과 감사함이 있다. 그리고 과하지 않는 자기 절제가 있고 배움에 갈급한 열정이 있고 하나님을 찾는 영혼의 간구가 있다. 바로 이것이 저자 정연훈의 약력이며 경력사항이다.
머리말 … 4
프롤로그 … 7
CHAPTER1 길 위에 서다
내 직장은 도서관이다 … 19
현재를 즐기다 … 24
꿈은 바쁜 일상 속에서 피어난다 … 29
희망이란 전차에 올라타다 … 36
B.M.W에 탄 멘토들 … 42
10년 후 미래를 꿈꾸다 … 47
CHAPTER2 절망의 길 뒤에서
한계와 이별로 얼룩진여덟 살 인생 … 55
삶의 수레바퀴 아래서 … 61
책이 말을 걸어오다 … 68
그리고 아무도 곁에 없었다 … 73
가족, 아픈 손가락 … 81
세상의 무게에 눌리며 살아간 날들 … 90
철저한 ‘을’의 세상에서 … 96
CHAPTER3 길에게 묻다
Calling(부르심이 있게 된 순간) … 107
책 속에 길이 있다?? … 115
<이방인> 앞에서 이방인이 되다 … 120
배달맨의 책가방 … 125
글 앞에 공평함과 겸손함을 알다 … 130
천권을 향한 치열한 여정 … 136
거북이의 청경우독 … 145
가진 것에 비로소 눈을 뜨다 … 152
독서로 바뀌는 성품 … 160
없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 166
CHAPTER4 길 위에 서다
참된 스승, 반면교사와의 만남 … 175
독서고개 넘기 … 180
왜 나는 죽어라 읽는가 … 186
진격의 리더(reader) … 192
읽어라, 그리고 소통하라 … 198
매일 쓰는 남자 … 204
독서 자가 치유 능력 … 211
인생의 이모작을 꿈꾸다 … 217
CHAPTER5 우공이산의 닥치고 독서법!
주 5일 독서법 … 225
What to read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독서의 방법과 요령) … 231
How to read … 239
독서 3대 원칙 (무조건 읽어라, 무조건 기록하라, 무조건 실행하라) … 245
독서 슬럼프 뛰어넘기 … 256
깊이 있는 독서로 이끄는 ‘5단계 독서법’ … 264
에필로그 … 274
본문에 등장하는 책과 저자의 별점 정리 … 279
정연훈의 닥치고 독서를 통한 독서리스트 …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