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을 읽는 것은 혁명이다!
게놈과 암호를 통해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의 생명과 진화
게놈을 읽는 것은 생명과학의 모든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책에 소개한 이야기들은 그 본보기이다. 나는 본보기를 찾으려고 시간과 공간을 여행했다. 위대한 개척자들을 만나려고 우리가 유전자라는 개념을 생각하기 시작한 곳에, HIV를 배우기 위해 보츠와나와 보스턴에, 녹색혁명의 아버지인 농학자 노만 볼로그를 만나고자 멕시코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시골인 워락나빌과 리턴에 있는 밀밭에, 산호초의 게놈을 연구하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가장자리의 타운즈빌까지 갔다. 여기에 있는 이야기들은 그 여행에서 모은 것들이다. ‘게놈 세대’의 일부분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그 대답이다.
_ 엘리자베스 핑켈
게놈을 읽는다는 것
영화 <가타카>에서 그리는 미래 사회는 이렇다. 태어난 모든 아기들의 유전자를 서열분석하여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일기예보처럼 미리 읽는다. 아기의 성격은 어떻고, 장차 어떤 병을 갖게 될 것이며, 수명은 어느 정도인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아내는 것이다. 즉 인간의 유전자를 읽고 그 미래를 판단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와 같은 현실이 우리에게 얼마나 다가온 것일까?
1990년 시작하여 2003년 끝을 맺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유전자가 지닌 미래를 알게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 주었다. 인간 유전자 숫자는 2만 500개라는 것, 인간 게놈의 1.5%만이 단백질을 암호화한다는 사실 등이다. 그러나 이 외에 대부분의 경우에서 우리는 아직 일상적인 질병, 유전을 결정하는 형질에 대한 유전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DNA의 98.5%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또한 게놈을 읽는다고 인간의 운명을 내다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그것은 게놈이 간직한 비밀을 통해 우리는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한걸음 다가섰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간직한 비밀
우리는 분명 게놈을 분석함으로써 여러 실재적인 결과들을 얻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고,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과 백신을 개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과학 사상들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과학 이론들이 무너지고, 과거 터무니없다고 여겨졌던 사상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총 7개 장을 통해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급격하게 발전 중인 생명과학 분야의 여러 현장을 보여 준다.
먼저 1장에서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후 새롭게 이루어진 유전자에 대한 정의를 다룬다. 인간을 이루고 있는 유전자는 2만 500개, 유전자를 이루는 것은 30억 개의 DNA 염기 서열이다. 그런데 그 염기 서열 중 유전자 정보를 가진 것은 1.5%에 불과하다. 이로써 밝혀진 것은 인간이 실험용 벌레와 같은 수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벌레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DNA에서 98.5%를 차지하는 다른 형태의 정보일 것이다.
2장에서는 그렇게 중요성을 인정받게 된 98.5%의 나머지 DNA, 즉 잡동사니 DNA에 대해서 탐구한다. 그리고 이 DNA 속에 있는 RNA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본다.
3장에서는 DNA를 분석하는 기술들이 불러온 가장 큰 파장인 후성유전학을 다룬다. 후성유전학의 또 다른 이름은 라마르크설로, 과거 이단으로 여겨져 여러 과학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바로 그 과학 이론이다. 내가 한 선택이 나와 나 자식의 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다, 즉 개인 경험이 유전자에 의해 유전된다는 후성유전학의 논리는 오늘날 급격하게 지지를 얻고 있다.
4장은 게놈 전체를 읽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말한다. 물론 우리는 아직 게놈의 의미를 전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확률로 인간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 형질 등에 대해서 알아냈다. 이를테면 단백질로부터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추적하여 혈우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유전자를 찾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질병이 생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떤 단백질이 고장 나서 어떤 작용을 하여 병을 일으키는지 모른다.
5장에서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염병 에이즈에 대한 사례와 치료법에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한다. HIV의 작동 과정을 살펴보며, 그에 맞서 여러 연구자들이 기울인 노력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성인 4분의 1이 HIV에 감염된 보츠와나에서 겪은 사례는 유전자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6장에서는 과거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녹색혁명과 이를 이끈 노만 볼로그를 만날 수 있다. 노만 볼로그는 수확량이 2배인 밀을 만들어 기근으로부터 세계를 구하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일군 풍요는 세계인을 농업에 무관심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인류는 식량 기근 사태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우리는 90억 인구를 먹일 만큼 생산량이 많은 개량종을 40년 안에 개발해야 한다. 이런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분투를 소개한다.
7장에서는 인간과 산호의 게놈이 아주 유사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이것은 사실상 생명체의 복잡성과 게놈의 크기는 관계가 없음을 말하며, 비암호화 DNA의 양과 관계가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는 유전자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복잡하게 발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실된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해면동물, 해파리 등이 인간처럼 정교한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와 시스템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진화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게놈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 삶과 직결된 생명과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 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의 파장 또한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유전자 분석으로 얻는 새로운 정보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놀랍게도 우리는 아직도 유전자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게놈 세대》는 인간과 진화 그리고 과학에 대해 진지한 접근과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은이 엘리자베스 핑켈 Elizabeth Finkel
오스트레일리아 과학 저널리스트. 생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0년 동안 연구에 매진했다. 과학 저널리스트로 전직한 뒤 과학 잡지 <코스모스>를 공동 설립하고 현재 편집장으로 있으며, <사이언스> 등에도 기고하고 있다. 2005년 첫 책인 《줄기세포: 과학의 최전선에서의 논쟁》으로 퀸즐랜드 수상 학술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호주 언론 클럽에서 고등교육 저널리스트(Higher Education Journalist)로 선정되었다.
옮긴이 이유
연세대학교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식물분자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파이오니아 하이브레드 연구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 및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단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에서 식물과 관련된 강의를 하며, 국내에 대중과학서를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세포에서 문명까지》, 《유전자 사회》, 《쌍둥인데 왜 다르지?》 등이 있다.
감사의 말
옮긴이 서문
서론
1. 유전자에 대한 생각
2. 잡동사니 DNA란 무엇인가
3. 라마르크가 돌아오다
4. 당신의 유전적 미래
5. 에이즈를 극복하려면
6. 인구 90억 명을 먹여 살리다
7. 당신의 조상을 만나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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