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은 우리가 방관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음악예술과 시공을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변주한다. 18세기 말 독일 바이마르와 평양, 그리고 21세기 독일 베를린, 일본, 한국을 잇는 거대한 배경 안에서, 작가는 자유로운 예술혼과 인간애,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소설에서도 소외되었던 디아스포라, 즉 국외자들의 존재 의미와 아픔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간결하고 정제된 언어로 해부하며 독자의 미의식과 양심을 동시에 두드리고 있다.
저자는 바흐의 오르간 곡을 즐겨 듣다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파이프오르간이 연주되는 동안 그 거대한 악기 뒤에서 바람을 넣는 이들이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헤아리다가, 임진왜란 때 나가사키에서 중부독일로 팔려 간 조선인 악공의 후손인 풀무꾼 캐릭터를 떠올린 것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연상시키는 유명 음악가 ‘아이블링거’에게 발탁되어 신분이 해방되고 그와 경쟁하며 대등한 음악가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인 ‘힌터마이어’. 작가의 상상력은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라난, 언어도 외양도 모두 독일인인 힌터마이어의 핏줄 깊이 흐르는 조선인의 피에 가닿는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가 자유로운 형식 속에 변주되는 광시곡, 즉 랩소디가 되어 역사와 음악, 민족과 사랑 속에 울려 퍼진다. 이 작품은 결국 아버지와 국가와 민족과 혈통이란 오늘의 우리에게, 그리고 방치된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의 아픔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짚는 이야기이다. 변방의 역사와 낮은 곳에서 숨죽이며 떠돌던 개인의 삶이 모여 울려 퍼지는 거대한 광시곡이다.
등단이래 누구보다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전위적인 형식실험을 보이며 자신만의 이력을 쌓아온 `오로지 소설만으로 존재하는 전업작가`.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1994년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로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2005년 「소금가마니」로 이효석문학상 수상, 2006년 「명두」로 황순원문학상 수상, 2007년 「시계가 걸렸던 자리」로 한무숙문학상 수상, 2007년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으로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2008년 『나가사키 파파』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사회와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작품을 즐겨 써 왔으며, 최근에는 일상의 소소함과 눈물겨운 삶의 풍경을 그리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000년 9월 국내 최초의 신작 소설 eBook 시리즈인 장편소설 『정별(情別)』을 YES24에서 발표했다.
장편소설로 《늪을 건너는 법》 《슬픈 바다》 《낯선 여름》 《라디오 라디오》 《비밀의 문》 《남자의 서쪽》 《내 목련 한 그루》 《정별》 《몌별》 《애별》 《나가사키 파파》 등이 있고, 소설집으로는 《노을은 다시 뜨는가》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도라지꽃 누님》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인생은 지나간다》 《인생은 깊어간다》가 있다.
프롤로그
1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
2 삶이여 헐벗으라
3 먼셀 표색계 5P 3/10
4 배초향 피었던 자리
5 그런 애였니?
6 빌헬름 도안연구소
7 빛이 내게로
8 알비노니 아다지오
9 벌거벗은 생명 1
10 세월이 가면
11 벌거벗은 생명 2
12 강 이편과 강 저편
13 Das ist mein
14 D장조 콘체르트
에필로그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