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호러 소설의 대명사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어떤 엄청난 악이 기독교적 자신감을 갉아먹는다는 느낌을 드러낸 19세기 후반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드라큘라 백작의 런던 저택 매입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트란실바니아로 찾아간 조너선 하커는 백작의 성에서 그의 끔찍한 실체를 목격한다. 곧이어 영국에서는 기이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그 모든 것의 배후에 드라큘라의 사악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에 맞서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절대 악의 화신 드라큘라 백작과 그를 영원한 죽음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분투하는 빛의 전사들-반 헬싱 박사, 조너선 하커, 존 수어드, 퀸시 모리스, 아서 홈우드, 그리고 미나 하커. 이렇게 『드라큘라』는 표면적으로 선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드라큘라의 악마적 특징, 즉 흡혈을 통한 생존과 번식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아서의 약혼녀 루시의 피를 빨아 먹음으로써 자신의 생명과 젊음을 회복하는 동시에 루시를 자신과 같은 흡혈귀로 만든다. 이처럼 『드라큘라』의 극적 긴장감은 단순한 생과 사를 넘어 끔찍한 생명과 신성한 죽음이라는 냉혹한 모순에서 비롯된다.
1847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에이브러햄은 에이레의 공무원이었으며, 브램이라는 이름은 아버지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어머니는 작가로서, 사회 사업가로서, 여권 운동가로서 활동했다.
어린 시절에 병치레가 잦아 어머니의 정성 어린 간호를 자주 받았다. 그때 어머니로부터 아일랜드의 전설을 비롯한 갖가지 괴기담 등을 많이 들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브램 스토커 문학의 자양이 되었다. 트리니티 칼리지 재학 시절에는 스포츠 선수로서 명성을 날렸으며, 학업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1870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그 단조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더블린 메일」 지의 연극 비평가로 변신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 드나들면서 연극적인 심미안을 키웠고, 1876년 헨리 어빙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운명적으로 만난 뒤, 27년 동안 그의 매니저로서, 조언자로서, 동반자로서 헌신적으로 일했다. 연극인으로 살아가는 틈틈이 소설을 썼으며, 1912년에 생을 마쳤다.
대표작인 <드라큘라>(1897)는 수백 편의 영화, 연극을 통해 세계인의 상상력에 섬뜩한 이미지를 심어 왔다. 이밖에 <수의를 입은 여인>(1909), <하얀 벌레가 사는 굴>(1911) 등 작품 대부분이 공포와 환상을 주조로 하고 있다.
작품해설/브램 스토커와『드라큘라』의 탄생
부록/브램 스토커의 기고문「픽션의 검열」
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