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3년 만에 출옥하여 고향에 돌아온 명식이 변절한 친구와 세속화된 마을 사람들에게 실망하지만, 여전히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는 몇몇 친구들과 더불어 다시 야학을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일제의 식민정책으로 말미암아 변질된 농촌의 실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농촌의 고유한 미풍인 향약이 일제의 ‘풍속개량’과 ‘자력갱생’을 위한 정책의 도구로 전락한 사실에 대한 지적은 자못 날카롭다. 말하자면 상부상조라는 본래의 뜻이 변질되고 대신 ‘교화와 선도’를 위한 어용 농민조직이 되어, 농촌의 인심은 전에 비해서 훨씬 각박해져 심지어 서로를 감시하는 지경에 이른다. 명식이 친구인 병민의 집을 찾아갔을 때, 병민의 아버지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그것은 명식이 자기 아들을 선동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우려로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숨길 수 없는 증오의 빛’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런 암울한 상황에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곧 자신들의 양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금옥이나 기유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비록 큰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거지는 불씨를 살리려는 정성으로 은밀한 모임을 진행시킨다. 작가는 암흑기를 단지 절망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고 그것을 타개하려는 의지를 은밀히 드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