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겨울은 도무지 춥지 않다 하던 어떤 날 갑자기 추위가 왔다. 소한 추위다. 어저께는 하얗게 눈이 덮인 위에 그렇게도 날이 따뜻하더니 봄날 과도 같더니 인왕산에 아지랑이도 보일 만하더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다만 젖빛으로 뽀얀 것이 있을 뿐이더니 초저녁에도 별들이 약간 물을 먹었길래로 철그른 비나 오지 아니할까 하였더니 자다가 밤중에 갑자기 몸이 춥길래 잠이 깨어서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것을 보고 놀래었더니 이튿날 신문에 보니 영화 십 칠도라는 금년 들어서는 첫 추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