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술의 발전은 필수적으로 ‘섹스의 발전’을 동반한다
- 당신은 아직도 다리미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는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내부에서는 점점 더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는 공식화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일부 미디어에서의 이야기들일 뿐이며 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여전히 그것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인터넷 발달의 초창기를 연상케 한다. 인터넷이 발달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바다’라는 말로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는 포르노의 확산이 크게 늘어난 것과 비슷하다. 오죽했으면 ‘인터넷의 발달은 포르노가 이끌었다’라는 말도 있겠는가.
모든 기술의 발전은 필수적으로 ‘섹스산업의 발전’을 동반한다. 동영상 촬영기법의 발전은 포르노의 고화질을 견인했고, 인터넷 속도의 발전은 포르노의 빠른 유통을 이끌어 왔다. 패션 산업의 발전은 포르노 배우들의 속옷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왔고, 진동 기술의 발전은 성인용품인 바이브레이터의 진동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것은 일부 사람들이 기술을 사악하게 섹스에 이용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섹스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벗어날 수 없다’가 아니라 인간은 섹스와 함께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섹스로 인해 태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 권력을 가지려는 것 역시 이 섹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발전이 섹스의 발전과 함께 가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대놓고 말하기는 좀 힘들 뿐이다.
이 책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이 섹스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다루는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러한 기술적인 주제들이 섹스와 어떻게 관련이 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또한 상상력에 의해 이러한 섹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를 알아볼 것이며, 무엇보다 ‘섹스 로봇’과 관련된 몇 가지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서도 과연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도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그리고 섹스 로봇과의 섹스에 대해 매우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들이 쾌락을 무기로 인간을 지배한다느니, 혹은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의 교감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술분석 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독일 코블렌츠 대학 울리케 바르셀메스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두려움은 주로 신화나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나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이 생각하는 창조물을 인위적으로 만들면 비극이 일어난다는 것이 우리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은 어떤 주장이 맞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개방적이고 열린 자세다. 한때 다리미가 개발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무려 이 다리미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꼈었다.
구글의 빅픽처그룹 디렉터인 마틴 와텐버그는 <2016년 인포비즈 컨퍼런스>에서 “기술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다리미조차도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시절엔 두려움의 대상이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원리를 알게 되면 기술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자, 이제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4차 산업혁명과 섹스’에 접근해보자. 두려움과 불안,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새롭게 다가올 우리의 미래와 그 미래 안에서 우리 삶의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인 섹스가 어떻게 변화될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저자 : 김병진
저자 김병진은 현재 ‘과학과 인문학’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 전문 저술가이다. 대학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생물학을 시작했지만, 이후 과학 전반의 영역으로 관심을 넓혀갔다. 이후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면서, 프랑스 학자들 특유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경험을 하며 매우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최근까지 한 연구 단체의 소속 연구원이었지만, 경직된 문화와 학문적 자유로움이 방해를 받는다고 느껴 퇴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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