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호두나무 아래에서 돌멩이로 호두껍질을 깨고 호두 알맹이를 꺼내어 먹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슈퍼마켓에서 캔에 들어있는 호두를 사먹을 때 그 맛이 정말 시시하다고 느낄 것이다. 나무 아래에서 까먹는 호두와 사먹는 호두는 이미 질적으로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호두를 얻는 방법이 달라서 그럴 것이다. 도시의 안락한 삶이란 캔 속에 들어있는 호두 맛이다. 때때로 이 시시한 삶에 대해서 한 번씩 회의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내 삶을 슈퍼마켓의 선반에서 호두나무 아래로 끌어 내리게 되었다.
아늑한 숲 속에 조그만 오두막을 지어 놓고 살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고 친구들도 그랬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런 소망을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하건만 그 소망을 실현하는 사람들은 적다. 숲 속의 오두막은 이제 현실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현실이라는 괴물로부터 도망쳐 숲 속의 오두막으로 피신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책에는 누구든지 숲 속의 오두막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다. 그 방법의 요점은 현실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오두막은 단지 작은 집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오두막은 너무 많은 과제 때문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오두막을 권할 생각은 없다. 이 책은 도시의 삶과 경쟁, 먹고 산다는 문제에 대해 신물이 난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오두막에 사는 일은 가난한 사람들도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이다.
이석화
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소로우라고 부른다. 인터넷에서 쓰는 닉네임이기도 하지만 그가 살아가는 방식과 삶의 철학이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가 젊었을 때부터 소로우의 삶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보통 한국 남자들처럼 돈과 성공을 목표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어느 정도 그 목표를 이루기도 했다. 여러 가지 사업을 벌여서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돈을 모았다. 그 성공은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한눈을 팔기 시작하면서 재산은 허망하게 사라졌다. 쫄딱 망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에 눈을 떴다. 세상이나 남들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이미 정해 놓은 룰을 따라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내고 정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가 원하는 삶이다. 소로우는 그의 책에서 ‘짓궂고 거칠고 괴짜이며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라야 희망이 있다. 신사들이여, 당신들은 다 하나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석화는 그런 의미에서 신사가 아니다. 그는 산 속에서 자기 손으로 오두막을 짓고 텔레비전과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는 삶을 고집한다. 불필요한 것을 다 추방하고 나야 진짜 필요한 것이 들어올 자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귀농이나 귀촌이 단순히 사는 곳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문제라는 생각으로 산 속의 삶에 대한 기록인 ‘고라니골 판타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