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주원규 작가의 전자책 문법 실험!
<아나락사스>는 주원규 작가의 작품 최초로 전자책 단독출간한 작품으로, 작가는 낯선 제목과 함께 ‘과잉 욕구와 거식’이라는 소재를 택했다.
아나락사스 anaraxas(αναλαξα?)란 ‘비좁아지는’, ‘점점 더 무너져가는’, ‘거부하는’, ‘몰락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 ανα와 λαξα?를 저자가 조합한 합성어다. 제목에 담긴 어두운 이미지에 걸맞게 우리는 풍요로움에 중독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욕망을 억압하고, 스스로 욕망을 충족할 길이 없어 자신의 다른 욕망을 극단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로마 귀족들이 검투사 시합을 즐겼던 것이나, 러시아 귀족들이 쾌락의 중독을 이기지 못해 나중에는 극단적인 ‘러시안룰렛’이라는 방법까지 고안해 낸 것처럼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하는 현대에 사람들은 가장 불행하다고 말하고, 엄청난 자살률과 충격적인 범죄의 형태가 이를 방증한다. 대체 왜일까?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작가 주원규는 현대사회 문제의 근원을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인류 욕망의 가장 근원이 되는 두 가지, 먹는 것과 성합을 주된 메타포로 삼았다.
극단적인 거식을 실현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추잡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리, 그리고 세상 모든 욕망을 다 채우려는 듯 살아가는 ‘장’, 그리고 추잡한 욕망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거부할 용기도 지니지 못한 채 극단적인 탐닉으로 살아가는 ‘루’. 극단화된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이루고 있다.
작품 속 문제적 인간인 루는 자신을 차라투스트라라고 주장하며 온갖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며 살아간다. 마리는 그의 곁에서 비정상적인 사랑을 받으며 반려동물처럼 살고, 나와 철규 역시 루에게 기생한다. 루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대신 그의 엽기적 취향에 봉사하거나, 최소한 침묵한다. 모든 인물은 저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결핍을 똑바로 보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빠르게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사건이 서사의 중심이 아니라, 이야기를 지배하는 분위기와 색채적 요소가 이야기를 주도한다. 전통적 방법의 서사에 익숙한 독자가 아니라 전자책 텍스트를 소비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다. 그 덕분에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펜트하우스라는 공간으로 집중되면서, 마치 독자가 영화의 인상적인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빠르게 풀리는 서사와 간결한 인물 접근 방식을 쓴 덕분에, 영화적 감각으로 인물들과 사건의 단면을 건드릴 수 있다. 강렬한 직선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자 : 주원규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탈권력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글쓰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열외인종 잔혹사’,‘망루’,‘반인간선언’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성역과 바벨’,‘민중도 때론 악할 수 있다.’, 에세이로‘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등이 있다.
지은이
작가의 말
마리
세기말
Pro-ana
elephant tree
길 위에서
Mono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