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는 개신교 목사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서양의 기독교적인 경건주의 전통과 더불어 자라면서도 인도와 중국의 동양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정신적인 고향’을 찾았다. 그가 추구한 문학의 과제는 동양 정신과 서양 정신의 접목, 지성과 감성의 결속, 현실과 이상의 융합이다.
헤세의 모든 작품은 이원론적인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그 예로 ‘황야의 이리’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들 수 있다. 마울브론 신학교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하여 씌어진 ‘수레바퀴 아래서’는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 싸우는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데미안’에서는 기독교를 포함한 기존의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와 비난이 퍼부어진다. 하지만 긴장으로 점철된 내적 위기, 세계의 부조화에 대한 고통은 ‘싯다르타’에서 지혜로운 조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유리알 유희’에 가서는 구제적인 이상향의 전범이 제시되기도 한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그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유독 헤세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억눌림에 익숙하지 못한 기질 때문이다.
한국 사회 역시 개발독재와 가부장적 유교 전통에 따라 사회의 많은 부분이 억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헤세는 유럽의 경우를 넘어 사회에서 억압받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이 부분이 한국 독자들에게 헤세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다.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전통적인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헤세는 4세부터 9세까지, 한 때 스위스의 바젤에서 지낸 것 외에는 대부분 칼프에서 지냈으며, 후년에 이 거리를 ‘겔바스아우‘란 이름으로 묘사하였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천성적인 자연아(自然兒)로서, 개성에 눈뜨면서 미래의 시인을 꿈꾼 헤세는, 신학교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 곳을 탈주, 한때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노이로제가 회복된 후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도 못 되어 퇴학하고, 서점의 견습점원이 되었다. 그 후 한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병든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칼프의 시계공장에서 3년간 시계 톱니바퀴를 닦으면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1895년 가을 튀빙겐의 서점에서 다시 견습점원이 되는 한편, 여가에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 처녀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여 세상의 인정을 받았으나, 그의 문학적 지위를 확고하게 해 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그는 이 해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였고, 이어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주(移住)한 후 시작(詩作)에 전념하였으며,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후 그는, 인도 여행으로 동양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며, 이러저러 불행한 가정사의 과정중에 작풍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였으나, 1962년 8월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는 사상은 자기완성에 대한 갈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음악가소설 《게르트루트 Gertrud》(1910), 화가소설 《로스할데 Rosshalde》(1914),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 Knulp》(1915), 정신분석 연구로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한 대표작 《데미안 Demian》(1919),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제1차 세계대전 후의 혼돈시대를 살아온 탐구의 서 《황야의 늑대 Der Steppenwolf》(1927), 신학자로서 지성(知性)의 세계에 사는 나르치스와, 여성을 알고 애욕에 눈이 어두워진 골트문트와의 우정의 역사를 다룬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Narziss und Goldmund)(1930)가 있다. 또한 1946년에는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1943)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밖에《헤세와 로맹 롤랑의 왕복서한》(1954) 등을 비롯하여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
1. 편집인
2. 펴내며
3. 수레바퀴 아래서
4. 작품소개
5. 헤세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