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열망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올해는 여행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들렸다.
결국, 영어 울렁증, 소심한 성격, 저질 체력 등 여러 악조건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6일 동안 여행했던 나라는, 일본(도쿄), 영국(런던), 스페인, 모나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바티칸, 중국(홍콩), 이렇게 아홉 개 국가이다.
그중에서 도쿄와 런던의 기억을 엮어 『스톱오버도 즐거워(그림쟁이의 배낭여행1, 도쿄+런던)』를 출판하게 되었다. 여행기는 총 5권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프롤로그 중-
사실 내 비행기는 도쿄행도, 런던행도 아닌 마드리드행이었다. 처음 비행기를 예약할 때, 가장 싼 비행기에 대해 물어보니 ‘두 번을 경유하는 비행기’라고 하는 거다. 귀가 솔깃했다. 경유지에서 스톱오버를 하면, 거의 공짜로 그 지역에 갈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약간의 추가 비용으로 도쿄와 런던을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은 사람이 나처럼 스톱오버를 여행에 이용할 거로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부분의 여행객이 ‘스톱오버’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내가 스톱오버에 관해 이야기해주면, 경유지를 ‘경유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기 일쑤였다.
현대적인 세련됨과 전통의 신비함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 도쿄. 그리고 여행객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도록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마법을 거는 도시, 런던.
이 책엔 도쿄와 런던이라는 낭만적인 두 경유지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이 가득 담겨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경유지에서도 여행지만큼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본문 중-
“지금의 하늘은 아직 어둡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남색이었던 하늘은 먹물에 젖어들듯이 점점 까맣게 변하고, 그에 따라 빛은 더욱 찬란히 빛났다.” (도쿄)
“도쿄는 낙심한 여행객을 낙심한 채로 떠나보내지 않는다.” (도쿄)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럴 때는 문화의 차이를 깨달으며 두 나라가 완전히 다른 나라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도쿄)
“몇백 년 동안 그림 안에 숨어 있던 그녀의 영혼 안에, 나의 눈이 잠시 갇혀있지 않았나 생각해볼 뿐이다.” (런던)
“신전을 지키고 있는 세 명의 목 없는 여신들은 푸른 우주의 선장처럼, 신성한 배를 이끌고 나에게 다가온다.” (런던)
“사소하지만 깊은 감동이 첩첩이 쌓여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런던을 떠올리게 되나 보다.” (런던)
이향경
사교성 10%, 그리고 혼자 잘 놀기 190%인 대한민국 비주류 그림쟁이다.
취미도 딱 혼자 노는 거다. 만화책 수집하기, 기타 치기, 그리고 시 쓰기. 특기는 안 친한 사람들과 만날 때 덜 어색한 척하기다. 문제는 그래도 엄청나게 어색해 보인다는 거지만 말이다.
사교성이 없다고 해서 성격이 우울하지는 않다. 그 반대다. 긍정적이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다. 언제나 스트레스 0%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히키코모리는 절대 아니다. 방구석에서도 언제나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단지 그 매개물이 ‘목소리’가 아닐 뿐이다.
그림쟁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는 역시 그림이다. 2011년에는 ‘다원 예술 공간 도어’에서 <west forest>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지금은 글을 쓴다. 그럼, 그림은 포기했느냐고? 그건 아니다.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기쁘다.
행복을 가득 담은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작가 블로그 : www.hyanglee.com
프롤로그
1. 시작
2. 우산은 뒤집어지고
3. 일요일의 하라주쿠
4. 하늘 감옥
5. 첫 동행
6. 대영 앞에서 울다
7. 조금만 덜 아름다웠더라면
8. 굿바이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