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는 샹즈이지 낙타가 아니다!
베이징에 사는 인력거꾼 샹즈의 비참한 일생을 그린 중국 작가, 라오서 대표작. 착하고 성실했던 한 청년의 삶에 스며든 퇴행적 개인주의의 파괴력, 20세기 초 북경 사람들의 일상사, 부패한 권력이 개인의 삶에 가하는 야만적 폭력 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당대 하층민의 삶과 그것을 둘러싼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샹즈는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자기 인력거를 산다. 조실부모하고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 살아온 이 젊은이는 바로 그날, 인력거를 마련한 날을 생일로 정했다. 특별한 날, 새로운 인생의 서막이 열리는 날이었기에. 그러나 전쟁은 일상의 모든 것을 전복시키고, 병사들에게 인력거를 빼앗긴다.
병사들에게서 탈출하면서 그는 낙타 세 마리를 가져온다. 그후 샹즈는 ‘낙타‘라는 별명을 갖게된다. 그는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위해 사상을 받아들이고, 다시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팔며, 순결했던 자기 영혼을 극단의 파국으로 몰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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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인간 이성의 허약한 이면과 일상 속에 혼재한 폭력의 보편적이고도 추악한 실체를 세련되고 속도감 높은 문장으로 드러낸다. 그 비극성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 삶을 관통하는 것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저자 : 라오서
▣ 라오서老舍
1899년 중국 베이징에서 만주 족 무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수칭춘舒慶春, 자는 서위舍予.
11살 때 부친을 여의고 빈한한 생활 속에서 베이징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소학교 교사가 되었다. 때마침 불어닥친 5?4운동의 영향을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1924년, 영국인 에반스의 추천을 받아 런던대학 중국어 교수로 부임한다. 그곳에서 디킨스의 소설을 읽고 매료된 그는 유머와 풍자 가득한 리얼리즘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라오장의 철학》 《자오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등이 이 시기에 씌어진 대표작이다. 런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산둥대학교 교수가 되어 한동안 창작과 교수생활을 병행했다.
《낙타샹즈》는 1936년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가 첫 번째로 탈고한 장편소설이자 라오서의 대표작이다.
베이징에 사는 인력거꾼 샹즈의 비참한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당대 하층민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묘파해 비판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이 작품은 당시 중국뿐 아니라 서구 작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1945년 미국에서 《Rickshaw Boy》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라오서를 일약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946년 미 국무성 초청으로 방미, 그곳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라오서는 중국 공산당의 요청으로 귀국해 문화단체의 요직을 맡았다. 그러나 1966년 여름 문화혁명이 발발했고, 홍위병에게 가혹한 매질을 당한 다음날 베이징 북서쪽 타이핑 호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1978년 복권되면서 그의 삶이 재조명되기 시작했으며 한동안 금서로 낙인찍혔던 작품들도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낙타샹즈》 역시 애초의 판본이 복간되고 최근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이 선정한 ‘20세기 중국문학 베스트 100’에서 장편소설 1위에 오르는 등 예전의 명예를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