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몇 달 사이에 5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여자아이는 거울도 자주 봐야한다며 어머니가 신경 써서 사준 고급 목재화장대는 효은의 통통했던 볼을 가름하게 비추었다. 지난 19년 동안 그녀가 이렇게 거울 앞에 오래 앉아 있던 적이 몇 번이었던가? 우습게도, 여자이며 19살 소녀인데도, 처음이었다. 그녀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꾸미는 것엔 관심이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가 쇼핑을 즐겨 하셨기에 그녀의 스타일이 촌스럽지 않을 수 있었다. 쇼핑이라는 것도 정말 억지로 끌려간 몇 번이 그녀에게 전부였고, 기억에 저장조차 되어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2009년 그해 나이로 19살이 된 효은은 그런 여자 아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보내왔던 19년의 시간은 뭔가 특별한 미래를 위한 준비 기간이었고,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한 곳에만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밥을 먹는 시간 외에는 언제나 책이 손에 들려져 있을 정도로 그 생활에 빠져있었고, 책 속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머릿속에 담아내는 일은 곧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남들 보다 집중력도 뛰어났고, 지구력도 강했으며, 자기가 숙지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이해력과 습득력까지 탁월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 속에 무의미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아니, 무의미보다 더한 것이었다. 무척이나 후회가 됐다. 아직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어린 나이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는 잔인했다.
- 1권 본문중에서
저자 : 오을은효
오을은효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보다는 스스로 원리를 떠올려 터득하는 것을 즐기는 독특한 사고를 가졌다. 태어났을 때부터 미술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 글 쓰는 것에 빠져 더 이상 붓을 들지 않는 재능 방관주의자이다.
글 쓰는 것은 좋아하지만, 책 읽는 시간은 아까워 책을 읽지 않는다. 부정적이지만 새롭고 다양한 것을 즐기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여 인간관계를 기피한다.
작가의 말
프롤로그
1, 새로운 출발, 벌교
2, 꼬마와 두 남자
3, 고요한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