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독특한 소재의 활용으로 자신만의 독자층을 탄탄히 쌓아온 소설가 강병융. 그의 이번 산문은 한국인에게 낯선 ‘슬로베니아’라는 환경에서 내딛는 발걸음으로부터 뻗어 나가며 전작보다 한층 더 솔직하고 단단해진 사유를 보여준다. 오후의 산책처럼 유쾌한 그의 문장에는 재미뿐만 아니라, 문학과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함께 깃들어 있다.
문학의 쓸모를 발굴하는, ‘샤페코엔시’ 같은 문학을 꿈꾸는 소설가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샤페코엔시’가 무엇인지, 그의 이야기가 문학을 어떻게 소생시킬지는 책장을 넘겨봐야 알 일이다. 문학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왕래가 끊겨 못내 그리웠던 옛 친구의 전화 한 통처럼 울리고 있다. 응답하지 않을 수 없게끔.
1975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부터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살고 있다. 명지대학교와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설 《손가락이 간질간질》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나는 빅또르 최다》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등을, 에세이 《아내를 닮은 도시》 《도시를 걷는 문장들》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등을 썼다.
저자의 말 - 멈춤과 반복의 연습 4
문학이 사라진다고들 하니 더 쓰고 싶어진다 1 14
‘산책한다’는 말은 ‘사색한다’는 뜻 19
‘문학하다’라는 이상한 말 27
여행의 맛도 모르는 주제에 33
있는 것 빼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 43
다분히 주관적인 공동묘지 산책 예찬론 53
걷다가 가족 생각 63
달리다 본 어떤 농사의 모습 74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맛집 81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 90
걷기도 귀찮은 날, 가위 타령 99
서재도 없는 명사의 서재 107
아버지의 서재 121
이제는 떠난 고양이 127
나가지 말고, 감자전 140
나를 멈추게 하는 157
몸이 멀어진다 할지라도 165
증발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174
쥐 이야기 182
낙원을 찾아서 188
과일 먹을 권리 198
아날로그인지 디지털인지 모를 추억들 205
철학이나 막창이나 213
길 위에서 섹스 생각 219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월드 투어를 할 수 있다면 232
더 이상 걷지 않을 동물원 240
문학이 기적이 되길 249
문학이 사라진다고들 하니 더 쓰고 싶어진다 2 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