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면서도 당당하게 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다!
2014년 12월, 한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뉴욕 JFK공항에서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미 출입문을 닫고 출발한 비행기를 되돌려 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마카다미아라는 견과류의 서비스 문제였기에 사람들은 이를 두고 ‘땅콩회항’이라 불렀다. 『플라이 백』은 언론에 수없이 보도되었지만 단편적으로만 알려진 땅콩회항 사건의 원인과 이면, 결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땅콩회항의 피해자로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겪은 박창진 사무장이 땅콩회항 사건 이전 개인적인 삶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약 4년 2개월간의 일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회사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부터, 사건 후 갑질로 인해 삶의 항로에서 이탈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의 인권 신장, 직원들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까지 모든 행보를 담고 있다.
타인의 폭력으로 일시적으로 삶이 궤도에서 이탈하더라도 그것을 바로잡는 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어야 하고, 그럴 수만 있다면 나약한 을일지라도 얼마든지 주체적이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며 비정상적인 갑을 관계에서 오는 권력의 불균형 문제, ‘피해자다운 피해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풍토, 노동자의 인권과 개인의 존엄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울림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통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병폐를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 : 박창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자랐고 부산 동아대학교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뱃사람인 아버지가 타지에서 보내온 엽서를 보며 먼 이국을 동경해오다가 우연히 접한 항공사 모집 공고에 매료돼 대한항공에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VIP 담당 승무원직을 수행하고 회사 홍보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한동안 탄탄대로의 삶을 살았다. 2005년 사무장으로 진급했고, 2010년에는 객실 전체를 책임지는 팀장이 되었다.
하지만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땅콩회항 사건 이후 삶이 바뀌어버렸다. 나쁜 짓 하지 않고 회사 일만 열심히 하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깨져버렸고, 자신도 그저 남들처럼 회사의 부속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동안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방황했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내면의 목소리와 마주한 후 노동자이자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되었다. 이후 회사의 전횡과 비리를 알리는 동시에 조직에서 살아남는 데 매진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당해 근무 중이다.
2018년 5월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 및 갑질 근절 시위를 주도한 것을 계기로 같은 해 7월 직원연대노조를 출범시켰고, 초대 지부장을 맡게 되었다. 오늘도 비행기 승무원으로서 일하는 한편 직원연대노조 조합원들과의 연대를 확장해나가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람이 먼저인 상식적인 회사,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며 묵묵히 비행에 나서고 있다.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나는 왜 싸우는가
1부 신기루 뒤에 숨다
모든 일은 함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승무원이라는 낯선 세계와 만나다
운명의 직장에 입사하다
착시현상의 시작
격변의 봄, 공포의 학습효과
난 방관자였다
“죄송하지만 저희 항공사 회장 때문에 이륙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분의 꽃놀이
회장님, 우리 회장님
우수 팀장이 되다
이면지 사용이 선진 경영?
신기루가 깨지는 순간
어느 국회의원의 갑질
난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
2부 진실에는 저항할 수 없다
2014년 12월 5일, 뉴욕 JFK공항
귀국행 비행기
난 살아야 했다
그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언론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스위치를 ‘오프’하라
누구를 보호하는지 알 수 없는 사회 시스템
내 잘못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네 탓이오”라고 외치는 사회
회사가 내부의 적을 대하는 방식
혐오스러운 박창진
뒤통수에 자라난 마음의 병
피해자와 가해자의 엇갈린 삶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3부 지지 않을 용기
1인 시위에 나서다
익명채팅방과 ‘관리자’의 등장
광장을 꿈꾸기 시작하다
직원연대의 출범
굿 럭, 미스터 관리자!
새로운 노조의 탄생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가라
마지막으로 드릴 수 있는 것은 국화 한 송이뿐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잔인한 현실을 깨닫는 시간
부끄러운 손
탑승교
호루라기를 불다
어쩌면 나는 안드로이드일지도 모른다
에필로그 - 이 세상에 존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