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랑의 매니큐어그림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용품, 생활용품에 매니큐어로 섬세하게 그려간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하게 재탄생된 작품들처럼 자신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저자 서금랑은
열 살에 죽은 내 친구...
엄마 손 잡고 동네 초상집 따라가
몇 점 얻어먹은 돼지고기 때문이었다.
열 대여섯에 죽은
내 소꿉친구의 남동생 욱이
물에 빠진 술꾼 아버지를 구하려다 죽었다.
그 통에 그 집은 풍비박산 났다.
스물한 살에 가버린 내 친구...
죽어라 좋아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만 좋아라 하니
이 약국 저 약국 돌며 한 움큼 사 모은 수면제를
먹고 죽었다.
또 한 친구는 연탄가스로 죽었다.
서른 몇 살에 죽은 내 친구의 친구...
살림 솜씨가 딱 부러졌다.
어릴 적 계모 밑에서 컸다는데
훌륭한 남편 만나
그 옛날 반포 아파트에서 예쁘게 꾸며놓고
딸 셋 낳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위암인가로 죽었다고 했다.
마흔 몇 살에 죽은 내 제일 친한 친구...
내게 엄청난 빚보증을 서게 해
나를 죽을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었다.
오십에 죽은 O여사...
사당동 재개발 때 앞장서 싸웠는데
화를 못 이겨 매일 팔팔 뛰었다.
덕분에 소송에 이겨 편히 살만 할 때
그녀는 췌장암으로 먼저 떠났다.
남편은 처녀 장가들어 그 아파트에서
재미있게 산다며 동네 엄마들은 못마땅해 한다.
오십에 죽은 또 한 친구...
부자 남편 만나 호의호식하며 살았는데
몹쓸 바람기 때문에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모두 쉬! 쉬! 했다.
나 혼자 헐떡거리다 쓰러져 병만 더 깊어졌다.
육십이 넘자 가끔씩 누구누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죽고 싶다는 하소연도 듣는다.
엊그제도 어릴 적부터 내게 상처 많이 주었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친구가 췌장암으로 죽었단다.
그래도 불쌍했고 큰 쇼크였다.
타인의 죽음이 내 삶을 일깨워준다 했던가?
내 아들은 음악에 미쳐 공부도 않고 속을 팍팍 썩이다가 19살에 죽었다.
그 후 20여년 내 삶은 처절했다.
그러나 내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 착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이제 내 남은 생은 얼마나 될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은 하나다.
오래 살아야 한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니까...
순수해야한다.
순수 그이상의 가치는 없으므로...
노력한 사람의 자신감, 순수한 사람의 용기로
창의력 넘치는 멋쟁이의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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