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은 ‘다중격차’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인아주머니께......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2014년 2월 방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동반자살을 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지하 셋방에서 살던 세 모녀는 질병을 앓고 있었고,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국가와 자치단체가 구축한 어떤 사회보장체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송파 세 모녀법이라고도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 때문에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은 이제 단순히 빈부 격차가 아니라 ‘다중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다중격차’란 소득·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다중격차는 다양한 영역의 불평등이 서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격차를 더욱 공고히 강화시킨다. 각 영역의 불평등 문제는 개별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각 영역 간에 상호관련성이 점점 더 밀접해지면서 구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커녕 개천조차 말라버린 한국 사회
기대와 희망의 의미였던 ‘노력’이 풍자와 자조적인 ‘노오력’으로 바뀌기까지,
그 사이 한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가능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2016년의 대한민국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 개인의 노력이 더는 성공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용이 나올 개천이 완전히 말라버렸다. 각 영역에서 더욱 크게 벌어지는 격차는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용한다.『다중격차,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는 계층이동이 더 어려워지고, 불평등은 날로 심각해지는 대한민국 사회를 철저하게 해부한다.
1장은 다중격차의 개념과 정의에 관한 시론이다. 1997년 경제위기는 시장 근본주의를 한국 사회에 고착화한 결정적인 국면이었으며, 그나마 불평등을 제어하던 기제들을 무장 해제시켰다. 이는 격차 간 상호연관을 밀접하게 만드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득과 교육 간 다중격차의 생성과 심화다.
2장은 그동안 소득불평등에 편중되었던 연구경향에서 탈피, 자산, 소비에서 불평등 추이와 그 원인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임금불평등도는 높아지는데, 2008년 이후 소득불평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저소득 가계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복지혜택이 취약한 저소득층일수록 저임금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통계상의 맹점은 불평등도가 크게 높아지지 않은 소비영역에서도 보인다. 즉 하위 계층의 소비지출이 부채로 인해 증가한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소득-자산-소비의 다중격차 결합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다중격차가 사회적 균열로 드러나는 방식을 노동과 세대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특히 3장은 산별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하면서 산업 내, 산업 간 실질임금과 사회임금의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산별노조의 평등화 역량’을 평가했다. 정규직 노조 조직률이 높은 산업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적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임금수준의 차이를 좁히는 연대임금제도의 확립을 제안하고 있다.
5장부터 7장까지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패러다임을 성장정책, 조세재정정책, 그리고 사회정책의 측면에서 제시했다. 그 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체제를 지탱해왔던 수출주도, 건설투자, 가계부채의 삼각체제를 소득주도, 연대소득, 공유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혁신산업 정책의 ‘新삼각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직접세와 누진도 강화방안과 가족 중심에서 개인으로 보편주의 사회정책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다.
8장에서는 불평등과 정치의 관계, 그리고 불평등 완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서 합의형 민주주의에 걸맞은 정치개혁 의제들을 검토했다.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을 넘어 난마처럼 얽힌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진짜 정치개혁이 되어야 한다.
한신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는 “다중격차의 재생산 구조와 사회정치적 의제화”와 “다중격차 시대의 사회적 균열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대주제로 한국의 불평등을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다.
세계 각국의 불평등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Changing Inequalities and Societal Impacts in Rich Countries』의 한국 부분인 「Korea: The Great U-Turn in Inequality and the Need for Social Security Provisions」를 집필하였다.
전병유│ 한신대학교 교수(경제학, 연구단장)
신진욱│ 중앙대학교 교수(사회학)
황규성│ 한신대학교 연구교수(정치학)
이철승│ 시카고대학교 교수(사회학)
이재경│ 한신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오선영│ 한신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통계학)
정준호│ 강원대학교 교수(경제지리학)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경제학)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회학)
강병익│ 한신대학교 연구교수(정치학)
『다중격차,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를 펴내며 …9
제 1장 다중격차
: 한국 사회 불평등을 심문하다
1. 왜 다중격차인가 …23
2. 다중격차란 무엇인가? …25
3. 다중격차 현상: 소득-교육 다중격차의 예 …31
4. 한국의 불평등: 배제적 다중격차 시대로 …36
제 2장 한국의 불평등 현황과 다중격차
1. 가계소득 불평등 추이 …40
2. 소득불평등 국제 비교 …41
3. 임금 불평등 추이 …43
4. 상위소득과 빈곤 …46
5. 자산 불평등 …49
6. 소비 불평등 …53
7. 재분배정책의 불평등 완화 효과 …54
8. 다중격차: 소득-자산-소비의 결합지표 …56
제 3장 산별노조운동의 성과와 한계
: 산업 내 그리고 산업 간 임금 및 사회보험의 불평등 추이
1. 노동운동과 임금불평등 …59
2. 산별노조운동의 산업 내 효과: 불평등에의 함의 …61
3. 노조 유무와 사회보험 …68
4. 산별노조의 연대임금전략 …74
제 4장 다중격차와 청년세대
1. 다중격차와 청년세대의 불행한 조우 …79
2. 20대는 어떻게 살고 있나?: 청년세대의 빈곤지도 …81
3. 청년고용, 무엇이 문제인가? …85
4. 정치와 청년세대 …91
5. 청년정책, 제대로 하자. …96
제 5장 한국경제에서의 불평등 증가와 성장패러다임의 전환
1. 불평등과 경제성장 …101
2. 수출-부채 주도 성장의 한계 …104
3. 내수-소득 주도 성장의 필요성과 가능성 …107
4.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의 모색 …110
제 6장 다중격차 해소를 위한 조세재정정책
1. 다중격차와 조세 …117
2. 양극화 및 빈곤 해결에 불충분한 소득재분배정책 …119
3.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재정정책 개혁의 방향 …126
4. 직접세-누진도 강화 방식의 증세 필요 …132
5. 조세정책의 방향 …142
제 7장 다중격차 시대의 복지국가와 사회정책
1. 다중격차와 교차성 …145
2. 다중격차와 전통적 복지국가의 한계 …149
3. 복지국가의 진화 …158
4. 보편주의와 수급단위의 ‘개인화’ …163
제 8장 다중격차와 한국정치
: 불평등 정치의 역사와 정치개혁
1. 다중격차시대에 정치를 소환하는 이유 …165
2. 민주화 이전 사회경제적 균열과 격차 …167
3. 민주화 이후 정치와 불평등의 심화 …177
4. 다중격차 시대의 정치모델 …182
5. 다중격차 시대의 복지국가는 정치문제 …187
참고문헌 …189
용어 설명 …197
색인 …203
필자소개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