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보다 더 매력적인 곳, 열한 곳의 ‘아트숙소’를 만나다
서울 및 근교의 개성 넘치는 에어비앤비 숙소 열한 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숙소의 호스트들은 대개 작가이거나 화가, 건축가 혹은 디자이너들이다. 호스트들의 예술적 기운이 배어있는 집집은 구조와 인테리어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 많다. 갤러리와 스튜디오를 겸한 숙소도 있어 그곳에 묵는 것 자체가 예술 체험이 되는 곳들도 있다. 홍대 부근의 숙소는 무엇보다 젊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이태원에 위치한 숙소들은 아예 집을 통째로 빌려주기도 한다. 호스트가 된 사연도 저마다 다르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낯선 이들에게 내 집의 문을 열게 하였을까? 낯선 이들과 집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집은 어떻게 여행의 목적지가 되었는가? 여행자를 불러들이는 집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호스트와 게스트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러 그 집에 묵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시대. 에어비앤비가 만든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다. 칠성급 서비스로 무장한 호텔 대신 조금 불편하기까지 한 현지인의 집을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하고 집주인의 개성이 살아 있는 집의 디자인과 인테리어, 손때 묻은 가구와 가정집 음식을 통해 패키지 여행이나 호텔 여행에서 느끼지 못하는 여행의 속살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숙소는 때로 호텔보다 더 뛰어난 편안함과 쾌적함, 아늑함 그리고 에술적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헤이리 모티프원의 블랙룸은 “특급 호텔보다 더 낫다”라는 게스트들의 평판이 자자하고 레몬하우스의 ‘레몬방’은 게스트가 며칠 동안 그 방에서 아예 나올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한 한 노르웨이의 한 여행자는 “이 방 하나면 충분한 여행”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태원동에 위치한 백해영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는 말 그대로 갤러리와 숙소가 한 지붕 안에 있다. 이곳의 게스트가 되는 것만으로도 수준 높은 예술품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빙랩 서울도 호스트가 김리아 갤러리의 전시기획자다. 건축가 부부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있는 헤이리 작가의집은 부부가 만든 디자인가구로 숙소 곳곳을 꾸몄다.
서울 서촌에 위치한 도심형 한옥, 기비하우스는 12평의 공간임에도 넉넉한 안마당을 품고 있으며 한옥의 매력과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홍대와 연남동 지역에 있는 아이하우스 친친과 바우하우스 그리고 민즈하우스는 톡톡 튀는 외관과 언니, 오빠 같은 호스트들 덕분에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러블리밤부와 앨리스앤폴은 모두 트렌디한 삶을 즐기는 젊은 부부가 호스트라는 점에서 닮았다. 집 전체를 여행자에게 빌려주고 그동안 자신들은 또 낯선 도시의 여행자로 살아가는 이들 부부는 어찌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호스트로서의 삶에 얼마나 만족할까? 한 젊은 호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나누세요! 문화든 집이든. 그럼 삶이 더 즐거워져요.”
아트숙소란?
에어비앤비는 등록된 숙소 중에서도 품격 있는 곳을 골라 ‘아트숙소’로 선정해 발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일부 숙소가 아트숙소로 선정되어 2014 서울디자인위크에 공개된 바 있다.
일반인이 자신의 집을 공개하는 형태, 남의 집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아트숙소’라 함은 무엇을 의미할까?
서울, 경기 지역 11곳의 아트숙소를 방문하고 집주인들을 만나며 마음속으로 정의내린 ‘아트숙소’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우선 첫째, 집주인의 취향과 추억과 감흥이 살아 숨 쉬는 숙소라는 의미다. 에어비앤비가 추천한 아트숙소는 모두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며 구석구석까지 쓸고 닦고 매만진 공간이었다.그저 단정하게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조명 빛깔부터 디퓨져향에까지 자신의 예술적 감흥, 상상력을 불어넣고 취향을 입힌 공간이었다. 때문에 세련되고 깔끔하지만 획일적인 공간인 호텔방과 달리 ‘아트숙소’는 살아 숨 쉬었다.
둘째, 이익을 계산하는 차가운 머리보다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가슴이 우선인 공간이었다. 자신의 집에 온 여행자를 위해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고 지도를 보며 여행 계획을 함께 짜고 밤에 늦게 들어오면 걱정을 해주는 숙소와 사람들. 사람을 향한 신뢰,순수한 마음이 살아 있는 모습은 예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트숙소가 많아지고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삶의 공간을 나눌 때,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임지선
한겨레신문사 10년 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사회부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맞닥뜨린 문화부 스타일 담당 기자 생활은 ‘문화충격’이었죠. 특히 센스로 무장한 에어비앤비파워 호스트들을 만나 감복했습니다. 공유경제에도 관심이 생겼지요. 현재는 경제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국제앰네스티언론상(2008, 2010), 한국기자상(2009, 2016), 언론인권상(2012),민주시민언론상(2015) 등을 수상했습니다. 〈4천원 인생〉,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아동학대에관한 뒤늦은 기록〉을 공저했고 〈현시창〉을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
Part.1 집, 예술을 품다
레몬하우스 19
리빙랩 서울 41
모티프원 57
백해영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79
작가의 집 101
Part.2 집, 개성을 품다
기비하우스 121
러블리 밤부 하우스 이태원 139
민즈하우스 153
바우하우스 169
아이하우스 친친 185
앨리스앤폴의 이층집 203
에어비앤비 소개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