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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파리의 비법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 아작
  • 등록일2018-02-20
  • 파일포맷pdf
  • 파일크기1 K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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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페미니즘 SF’의 기수 팁트리의 걸작선
체체파리의 비법
‘이빨도 없는 종족’ 여성들을 위하여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SF적 상상력
우리의 나태하고 빈약한 상상력에 경종을 울리는 매력적인 사유 실험
1970년대에 이미 ‘페미니즘 SF’의 기수로 불렸던 사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첫 번째 단행본이 드디어 나왔다

활동할 당시 ‘페미니즘 SF’의 기수로 인정받았고 사후에는 ‘팁트리 상’으로 기림받는 작가인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주요 작품들을 담은 중단편선집이다. 팁트리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묶여나오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체체파리 비법〉을 표제작으로 하여 7개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펄프 픽션의 외형을 취하면서도 성(젠더), 자아, 환경, 인간성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팁트리의 세계로 빠져보자.
전 세계에 퍼지는 치명적인 질병이란 소재를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와 엮는가 하면, 외계인과 조우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질문한다. 시간여행과 우주여행과 질병과 복제문제, 그리고 ‘여자들만 사는 세상’이란 상상을 SF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버무리기도 한다, 우주탐험물 속에 인간성에 대한 진한 통찰을 담기도 하고, 기존 문명의 종말 이후를 다루는 소설에서도 개성을 드러낸다. 전 세계적 네트워크망과 원격조작 신체를 배경에 깔아 나중에 올 사이버펑크란 장르를 예비하는가 하면, 가이아 이론이 탄생하기도 전에 쓰여진 소설에서 지구를 유기체적 생물로 보는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이 작품집엔 다양한 사유실험으로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작가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 작품집엔 작가가 가장 왕성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던 시기, 앨리스 셸던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라쿠나 셸던의 세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던 1969년부터 1980년까지의 작품 일곱 편이 들어 있다.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의 시대에 팁트리를 읽다
2016년의 대한민국에서 젠더문제는 매우 첨예한 이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의 남녀갈등 구도는 극심하다. 이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온라인에서 공기처럼 여겨지던 여성혐오 담론에 대한 일군의 젊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대처에서부터 나타났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 훨씬 더 큰 설득력의 울림을 지닌 단어가 되었으며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과 젠더문제의 관계는?
젠더문제가 첨예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보아 두 개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하나의 가설은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가 공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남성중심 사회가 점점 더 해체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부분 여성들은 전자에 대한 주목을 요구하고, 남성들은 후자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불과 백여 년 만에 삶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꾸는 식의 사회변화를 겪은 한국 사회에선 기준점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의견이 천지차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살던 세상과 비교하면 변화가 너무 빠르고, 지구촌 다른 여성들의 세상과 비교하면 변화가 너무 느리다.
젠더문제는 흔히 정체성의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에 문화적인 측면에서 많이 고찰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과학기술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남녀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기술은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고 그 변화는 결국 남녀관계도 바꾼다. 우리가 미래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남녀관계가 올 수 있다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SF의 페미니즘적 가능성과 페미니즘 SF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변소설의 일종으로서의 SF소설은 젠더문제를 의미있게 지적할 수 있는 유효한 도구다. 성차는 ‘몸’과 ‘습속’에서 모두 나타나는데, 우리의 ‘몸’은 일정 부분 결정된 채로 태어나며 그렇게 태어난 ‘몸’이 ‘습속’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젠더문제를 얘기할 때 우리는 자신이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사변적 가정을 통할 때에만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몸’이 상당 부분을 결정해버리는 성차의 문제에서 몸의 구성 자체를 바꾸어 본다는 가정은 이미 그 자체가 상당히 SF적이다.
그러나 SF에 그토록 많은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 가능성이 언제나 온전하게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장르에도 성차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SF는 상당히 남성적인 장르로 여겨진다. 과학기술이나 이공계와 같은 전공 자체가 남성에게 어울리거나 익숙한 것이란 편견이 있다. 그렇기에 SF에도 페미니즘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장르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장르 자체가 지닌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그런 점에서 볼 때 ‘SF의 페미니즘적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한 작가였다. 이는 그가 활동했던 1970년대가 미국 사회에서 급진적 페미니즘의 시기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당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특유의 상상력으로 당대의 문제의식을 앞서 나갔다고 생각된다. 한국 사회가 최근 해외의 페미니즘 운동의 조류에 관심을 보이고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여기’에서 팁트리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팁트리?
한국 사회에 SF소설이 유입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같은 고전적 명성을 가진 작가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이유에 대해 서술하려 든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사실 ‘남자인 척 했던 여성 작가’였다는 팁트리의 고유한 맥락은 그를 소개할 때 작가 개인의 일대기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그가 백인 중년남성을 연기할 때에도 선풍적인 주목을 받았고 그는 ‘훌륭한 남성 페미니즘 SF작가’로 여겨졌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SF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의 문제를 심오하게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팁트리의 소설은 수십 년 전에 쓰여졌지만 충분히 급진적이며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우리의 나태하고 빈약한 상상력에 경종을 울리면서 다가올 시대의 여러 문제와 갈등들을 예고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팁트리가 너무 늦게 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이야말로 팁트리를 읽어야 할 때다’라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 경직된 혐오의 시대에 팁트리는 우리의 생각을 자유롭게 만들 여러 가지 사유실험을 제안할 것이다.

저자소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James Tiptree, Jr)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으로 1915년에 변호사 아버지와 작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화가, 예술 비평가, 공군 조종사와 군 정보원, CIA 정보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고 제대 이후엔 대학에서 실험 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학 박사 과정을 마치던 1967년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SF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군대나 CIA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은 경험을 많이 했던 그녀는 ‘여성 SF작가’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싶지 않았기에 필명을 남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팁트리는 이후 10년 동안 다른 작가들에게 얼굴을 보이는 일 없이 작품과 편지로만 교류했다. 1970년대 초에는 라쿠나 셸던이란 다른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녀의 작품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유사성이 지적됐지만 팁트리의 영향을 받은 여성작가라 여겨졌다. 1977년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라쿠나 셸던이 동일인물이며 팁트리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일으켰다. 그 사실이 불러일으킨 후폭풍은 대단하여 SF소설계에선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겼다. 팁트리는 이 사건 전후로 모친의 죽음, 남편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의붓딸의 자살 등 연이은 사건을 겪으며 글쓰기를 포기하고 남아있던 원고를 태워버리려 하기도 했다. 몇 년 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란 이름으로 다시 작품활동을 재개했지만 예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했다.
말년에 이르러, 남편의 알츠하이머 병 간병을 계속하던 팁트리는 남편의 죽음이 가까워진 1987년 5월 19일에 눈 먼 남편을 산탄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1991년엔 페미니즘 문학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기리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기념상’이 제정되어, 해마다 젠더문제에 대한 문학적 시야를 넓힌 SF소설과 판타지를 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
이수현
SF작가이면서 번역가로 인류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과 《로캐넌의 세계》 등의 헤인 연대기와 서부해안 시리즈, 테리 프레쳇과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꿈꾸는 앵거스》와 《천국의 데이트》, A. M. 홈스의 《사물의 안전성》, 제프리 포드의 《유리 속의 소녀》와 《환상소설가의 조수》,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과 '노인의 전쟁' 3부작, 닐 게이먼의 그래픽노블 ‘샌드맨' 시리즈, 릭 라이어던의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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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THE LAST FLIGHT OF DR. AIN) ? 273
덧없는 존재감(A MOMENTARY TASTE OF BEING) ? 297
비애곡(SLOW MUSIC) ? 437
작품 해설 및 옮긴이의 글 ? 513
작품 단행본 목록 ?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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