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생,
자존심을 지키면서
스트레스를 덜어내며 사는 법
해직된 40대 중년 기자가 어쩌다 보니 수제 스피커 장인이 되어 나타났다.
과연 지난 2년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2년 6월 20일, 19년간 MBC 방송기자로 폼 나게 살던 중년 사내가 회사에서 쫓겨난다. 회사 선후배들과의 관계는 물론, 주변 평판이 좋은 언론인이자 20년간 50개의 스피커를 탐닉했던 AV애호가이며 퇴근 후면 늘 한강을 누비던 라이더로 살아온, 좀 놀 줄 아는 평범한 아저씨의 인생에 유례없는 위기가 닥친 것이다.
평화롭던 그의 인생은 해고와 동시에 급박하게 흘러갔다. 복직할 수 있을 거란 희망과 절망이 파도처럼 수시로 들이쳤다가 빠져나갔다. 일상은 무너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좌절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다. 계속 소파에 붙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해직 후 3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낸 어느 날, 남아도는 시간에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목공예에 발을 들인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몸을 움직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목공의 재미에 이내 깊게 빠져든다. 일은 점점 커져서 급기야 입문 두 달 만에 ‘내 손으로 만든 세상에 없던 스피커, 평생 쓸 진짜 멋있는 스피커’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해고당한 지 약 1년 뒤, 갖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수제 스피커 장인이 되어 [GQ]에서 극찬한 명품 스피커, 드라마 [밀회]의 스피커와 함께 돌아왔다.
입이 막힌 기자, 스피커로 세상에 말을 걸다!
MBC 경영진은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정책과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170여 일간 벌어진 파업의 배후로 그를 지목했다. 물론, 증거는 없었다. 파업을 주도한 지도부도 아니었다. 전임 노조위원장이긴 하지만 한참 전에 임기가 끝난 터였다. 대학 시절 별명이 ‘베짱이’ ‘부르주아 한량’이었을 정도로 운동권 근처도 안 간 사람이라 평생 투철한 신념을 품어본 적도 없었다. 아무도 안 맡으려는 짐을 등 떠밀려 맡은 것뿐이었다. 눈 딱 감고 노조위원장 자리를 거절했으면 일신은 지킬 수 있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한 결과가 해고였다.
아픔은 너무나 컸다. 함께 해고된 동료 중 누군가는 박사과정을 등록하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다. 그 와중에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독립 언론이나 타 방송사에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수도 있었고, 억대 연봉을 제시한 대기업 홍보임원 자리도 있었다. 그런데 어차피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기로 결심한다. 맞서 싸우는 전장도, 호의호식하는 길도 버리고 40대 후반의 나이에 수제 스피커 장인이라는 엉뚱함에 가까운 전혀 새로운 길을 택한다. 그것도 결연한 게 아니라 신나게.
인생 2막, 자존심을 지키면서 스트레스 없이 살기
언론을 길들이려는 정권에 맞서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원칙을 지키려다 나락에 빠졌다. 생계와 직업인의 자존심 모두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박성제 기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겁먹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 기회에 재밌게 살기로 결심하고 맹렬히 실천한다. 거기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일을 선택하고, 결심했으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저지른다. 생각할 시간에 일단 부딪혀 보고,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이 원칙에 입각해 탄생한 것이 바로 쿠르베 스피커다.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는 평탄한 삶을 살던 한 남자의 인생에 휘몰아 닥친 지난 2년간의 풍파인 동시에 국산 하이앤드 스피커 ‘쿠르베’의 탄생 스토리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일군 창업기는 인생 2막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창업 아이템 자체가 ‘취미를 파고들다가 만난 것’인데다 손수 단 하나뿐인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이기에 흥미는 더욱 증폭된다.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바로바로 밀어붙이는 국가대표급 추진력은 그 어떤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보다 더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어쩌다 목공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그러다 한 단계 한 단계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좌충우돌 모험기를 읽다보면 한편의 청춘영화를 보는 것처럼 활기찬 에너지가 샘솟는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불안 ·초조해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인생 2막에 직면하거나 마주하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쿠르베는 아름다운 소리로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을 거는 듯하다.
다들, 잘 살고 계십니까?
이 책은 그저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자, 어느 누구나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뉴스 속에서나 만나던 정치사회 문제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지,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면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MBC가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본, 그리고 무너진 건물의 파편처럼 떨어져나간 그가 지켜본 생생한 장면들을 통해 체감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시련을 마주할지 모른다. 눈 한번 질끈 감고 모른 척 지내면 편하게 살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온 쿠르베가 ‘소리’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박성제
저자 박성제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 속 별로 안 썩이는 ‘범생이’로 자랐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남들 다 하는 데모도 안 하고 음악과 오디오에 빠져 ‘베짱이’로 지냈다. 대학 졸업 후 MBC에 입사해서도 골프 잘 치고 술 잘 먹는 ‘한량 기자’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거절을 못하는 성격 덕에 덜컥 노조위원장이 됐다. 그때부터 좌빨 언론인으로 몰려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다 급기야 2012년 파업의 배후로 지목되어 해고당했다. 그리고 400여 일간의 좌충우돌,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다가 난데없이 직접 개발한 스피커를 들고 어둠에서 돌아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를… www.courbeaudio.com
프롤로그
해고 통보는 문자로 날아왔다
나는 골프 치는 한량 기자였다
그래서 말인데… 박 기자가 하면 안 될까?
사장님을 만나 롤러코스터를 타다
공수부대장 김재철, 그리고 열린 방송의 적들
1백70일의 파업, 그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내 손으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
기자가 스피커 만드는 게 어때서요?
‘죽이는 디자인’은 닦인 길 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러다 정말 스피커 회사 차리겠어요
초짜 자영업자의 세상은 MBC 기자가 살던 곳이 아니었다
디자이너 박 선생님이세요?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
고마워, 여보. 그리고 사랑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에필로그
나는 돌아간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