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동사를 재미있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책
이 책은 한국어 동사를 다루되, 일반 독자는 재미있게 읽으면서 동사 활용법을 익힐 수 있고, 글을 쓰거나 남의 글을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글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쓰였다.
시중에는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잔뜩 나와 있지만 그 수많은 한국어 관련 책에서도 동사는 늘 찬밥 신세였다. 활용형이 엄청나게 다양한데도 마땅히 찾아 확인할 곳도 없다. 어떤 건 도대체 기본형이 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사전마저 한두 가지 활용형 말고는 달리 밝혀 둔 게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 이런 마당에서 동사를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찾기 어렵다. 저자의 말대로 명사처럼 사람들이 잘 몰랐던 내용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기가 어려워서 기껏해야 풀어 쓴 사전이 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외주 교정자로 숱한 교정지와 씨름한 이력과 실전 경험을 가진 저자는 헷갈리는 동사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고, 그 결과 헷갈리는 동사를 짝짓고 이를 스토리텔링과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남자’와 ‘여자’의 에피소드를 동사를 사용하는 사례로 활용해서 독자가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한국어 동사,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세계에는 5,000여 종이 넘는 언어가 있다. 이 중 불과 20여 개의 언어를 세계 인구의 70~80퍼센트가 쓰고 있다. 한국어는 남한 4,400만 명, 북한 2,300만 명을 합쳐 6,700만 명, 중국에 200만 명, 미국에 180만 명, 일본에 70만 명, 구소련 지역에 50만 명, 중남미 9만 명, 캐나다 7만 명, 기타 지역에 13만 명 등 호주, 유럽 등에 있는 동포들까지 합쳐 사용 인구가 약 7,720만이 넘는다. 이처럼 한국어는 세계 곳곳에서 쓰며 사용자 수로 세계 13위를 점하고 있다.
한류 확산에 힘입어 해외에서 한국어 학습 열기도 높아지고,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는 등 한국어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 늘어났다.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98.2퍼센트가 모국어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 달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어려운 공공언어 사용, 축약 혹은 변형 등 국어의 오·남용과 외계어 사용이 증가하는 등 비속어·저속어·폭력적 언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는 과연 한국어를 잘 알고 있는가? 대개 잘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 문장에서 동사가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 살펴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언어인 영어와 한국어를 잠시 비교해 보겠다. 영어와 한국어의 가장 큰 차이는 영어가 명사 중심인 데 비해 한국어는 동사 중심이라는 점이다. 영어의 기본 어순은 주어+동사+목적어이고, 한국어는 주어+목적어+동사로 이루어져 있다. 어순의 차이는 생각과 말의 차이를 가져온다. 영어는 목적어로 끝나며 목적어는 명사형이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명사형을 수식하는 다양한 문장 형태가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지만 우리말은 동사로 문장이 끝나기 때문에 뒤에 말을 붙이기 어렵다. 영어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어를 빼는 일이 없다. 또 동사가 타동사일 경우 목적어를 생략하는 법도 없다. 웬만한 이유가 없이는 ‘주어+동사+목적어’라는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어에서 주어와 목적어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영어의 기본 문형인 ‘주어+동사+목적어’를 품사로 바꾸면 ‘명사+동사+명사’가 된다. 영어는 명사로 시작해서 명사로 끝나는 언어다. 한국어의 기본문형 ‘주어+목적어+동사’는 ‘명사+명사+동사’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어에서는 명사 두 가지를 빼버리고 마지막의 동사만을 가지고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는 명사 빼면 시체고, 한국어는 동사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만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을 만들었다. 한국어에서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사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 동사를 재미있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책
이 책은 한국어 동사를 다루되, 일반 독자는 재미있게 읽으면서 동사 활용법을 익힐 수 있고, 글을 쓰거나 남의 글을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글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쓰였다.
시중에는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잔뜩 나와 있지만 그 수많은 한국어 관련 책에서도 동사는 늘 찬밥 신세였다. 활용형이 엄청나게 다양한데도 마땅히 찾아 확인할 곳도 없다. 어떤 건 도대체 기본형이 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사전마저 한두 가지 활용형 말고는 달리 밝혀 둔 게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 이런 마당에서 동사를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찾기 어렵다. 저자의 말대로 명사처럼 사람들이 잘 몰랐던 내용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기가 어려워서 기껏해야 풀어 쓴 사전이 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외주 교정자로 숱한 교정지와 씨름한 이력과 실전 경험을 가진 저자는 헷갈리는 동사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고, 그 결과 헷갈리는 동사를 짝짓고 이를 스토리텔링과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남자’와 ‘여자’의 에피소드를 동사를 사용하는 사례로 활용해서 독자가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저자의 기본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우리말에서 형용사와 함께 이른바 용언에 해당하는 동사는 음식으로 치면 육수나 양념에 해당한다. 제 몸을 풀어 헤쳐 문장에 스며들어서 글맛을 내기 때문이다. 육수나 양념과 마찬가지로 잘 쓰면 감칠맛까지 낼 수 있지만 잘못 쓰면 맛은커녕 허기를 채우기도 어려워진다. 육수에 견준 김에 한 발 더 나아가자면, 다양한 육수와 양념이 화학조미료에 밀려나듯이 한자어에 ‘-하다’나 ‘-되다’를 붙여 쓰거나 대표되는 동사 하나로 한통쳐 쓰면서 멀쩡한 우리말 동사들이 때 이르게 죽은말 취급을 받고 있다.”
말은 쓰이지 않으면 사라진다. 상황과 경우에 맞추어 적확하게 뉘앙스를 잘 담아낸 동사를 잘 배우고 익혀서 자꾸 써야 우리말이 더 풍부해지고 그 말을 쓰는 우리의 사유의 폭도 더 넓어진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은 7천만 한국어 사용자에게 반갑고 느꺼운 소식이 될 것이다.
김정선
20년 넘도록 잡지와 단행본의 문장을 다듬어 온 전문 교정자. 대학을 졸업하고 한 해를 일없이 놀다가 어렵게 구한 첫 직장이 조그마한 잡지사 『한국인』의 편집부였다. 그때가 1993년이었다. 이후로 교정지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되었다. 을유문화사 편집부를 거쳐 2000년부터는 외주 교정자로 문학과지성사, 생각의나무, 한겨레출판, 현암사, 시사인북 등의 출판사에서 교정 작업을 했다. 훌륭한 편집자를 많이 만나 그들에게 배워 가며 일하는 재미에 쉰을 앞둔 나이까지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교정 교열 일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운 적도 없으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교정자로 밥 벌어 먹고살아 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이 책으로 적어도 민망함은 좀 덜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부 가려 쓰면 글맛 나는 동사
2부 톺아보면 감칠맛 나는 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