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닿아야 마음에 닿는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 터치의 심리학
우리는 왜 만지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 치유와 힐링이 키워드였던 올 한 해, 여러 책들과 매체에서 다음의 문장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 한 마디가 필요하다.” 그런데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아니라 몸을 어루만지는 접촉의 힘에 주목한 적 있는가? 최근 일주일간 가족이나 연인, 또는 친구와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거나 어깨를 다독거린 적이 있는지 한번 떠올려보라. 우리는 왜 은유적 표현으로서의 ‘어루만짐’이 아닌, 실제로 따뜻하게 쓰다듬고 만지는 ‘접촉’의 삶에 인색한 걸까? 이 책은 그 물음에서 시작한다.
접촉은 본능, 접촉은 과학
사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사는 게 이치인 동양에선, 접촉본능은 따로 연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내재된 전통적 가치이다.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걸까. 접촉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서양이다. 몸과 마음을 이원론으로 보다가, 여러 전쟁의 아픔과 산업화의 부작용을 겪고, 접촉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린 자각을 했기 때문이다. 애슐리 몬테규, 해리 할로, 존 보울비, 매리 에인스워스 등을 시작으로 현재 여러 학계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엄마품의 기적’ 편에서도 방송된 바 있는 ‘캥거루 케어’ 사례는 많은 이들에게 그야말로 접촉의 기적을 보여줬다. 시드니의 한 산모가 사망선고 받은 아기를 품에 안았더니 호흡이 돌아온 것이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은 아기의 옥시토신을 활발히 분비시켜, 안정감과 통증 완화, 두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한 2003년 미국 정신신체학회에서는 부부 또는 연인 100쌍 가운데 50쌍만 손을 잡은 채 비디오를 보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러지 않은 50쌍보다 혈압과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
손길이 마음 길을 연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접촉하면서 살지 않을까? 갈수록 개인주의화되고 정서적 유대감이 감소하면서, 심리적으로 허용하는 접촉의 거리가 넓어진 탓이다. 이는 어쩌면 새삼스럽지 않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격적인 것은, 접촉하지 않는 삶이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접촉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알아차리게 하고 ‘나’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게 한다. 이 연결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면, 관계의 문제를 내 자신의 문제로 왜곡시키고, 부정적인 감정을 내보내지 못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들이지 못하게 된다.
손길이 닿지 않으면 마음 길이 닫힌다. 마음의 상처는 몸의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전에 닫힌 마음 길을 열어줘야 한다. 건강한 접촉, 따뜻한 어루만짐으로 말이다.
말보다 접촉으로 하는 심리 치유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는 이렇게 우리가 ‘터치’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과학적으로 터치의 효과는 어떤지 분석하며, 터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 3장 ‘밥보다 더 귀한 접촉’에서는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 형성에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 접촉으로 인한 옥시토신 호르몬이 남녀관계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4장 ‘인간관계를 돕는 터치’에서는 말보다 마음을 전하는 접촉의 효과를 살펴보며, 마사지, 네일 케어, 반려동물 기르기 등 접촉 욕구를 달래는 산업이 왜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살펴본다. 5장 ‘돌봄을 위한 접촉’에서는 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접촉이 얼마나 치유적인지 보여주고, 스스로 몸의 언어를 해독하고 타인에게도 접촉의 도움을 주는 법을 알려준다.
사람을 만지면 사랑이 번진다
노고지리의 <찻잔> 노랫말 중에서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보다 더 접촉의 효과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사람과 사람의 피부가 닿으면 그 순간 ‘소리 없는 정’이 흐르게 된다.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는 접촉의 행복을 다시 찾게 해주는 책이다.
이달희
저자 이달희는 이달희신체심리치료센터 센터장. 상담심리사이면서 신체심리치료 전문가다.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을 전공했으며, 여성, 문화 잡지 편집자와 저널리스트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금융위기를 맞아 새 삶을 여는 장에서, 무엇이 인간의 삶에서 고통을 넘어 행복에 이르는 길인지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 최초의 웰빙센터 정신세계원에서 기획실장과 연수여행 본부장을 지내면서 몸과 마음, 그리고 사람과 사회의 ‘온전한 건강’을 모색했다. 이때 약손요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통합적인 치유의 나침반이 ‘몸’에 있음을 발견했다. 그후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리치료사이자 강사로, 대학과 병원, 기업체와 지역사회 농민회까지 많은 곳에서 온전하게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이들과 만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돌봄의 손길이 골고루 미쳐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단체 한국건강연대 사무총장과 시민건강아카데미 온건강대학 교학처장을 지냈다. 사랑을 나누는 건강한 접촉이 우리 모두의 인간다움을 되찾아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게 하고, 사람과 사회의 성장과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어루만짐의 손길로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낸 책으로는 e북 ≪명상치유포토북; 나는,≫이 있으며, <프레시안>에서 ‘온건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추천의 글 _ 인간다움과 힐링, 접촉에서 느낀다
여는 글 _ 오래 묵은 ‘접촉’의 기억, 온마음으로 부둥켜안다
1. 터치, 무엇인가 _ 접촉에 관한 시크릿 파일
사랑이, 있었다
왜 접촉할까
마음을 어루만지다
왜 접촉하지 않을까
사람을 살리는 접촉
2. 접촉과 마음의 관계 _ 감각 알아차림
손길, 마음 길
감각과 감정, 무엇이 진실인가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프다
접촉은 왜 손으로
3. 밥보다 더 귀한 접촉 _ 접촉의 힘
만지니까 사랑이다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접촉의 마법
만지면 산다
접촉 굶주림
애착 시스템
4. 인간관계를 돕는 터치 _ 접촉 소통
닿으니까 마음이다
말로 하는 소통을 넘어
접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접촉에는 차이가 있다
접촉으로 ‘바뀐다’
5. 돌봄을 위한 접촉 _ 치유와 성장을 위하여
접촉이 만든 매듭, 접촉으로 풀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결
보살핌의 베이스캠프
암도 내 몸이다
기도하듯 접촉하라
몸의 언어 해독하기
나를 어루만지다
접촉의 이별의식
6. 접촉의 미래 _ 본능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접촉의 축제
접촉, 오래된 미래
손길 되살림
접촉의 질감
살맛나는 세상
적당하게
접촉의 울림, 세상을 바꾸다
참고문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