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제를 푸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신이 우리에게 허락해준 단 하나의 공통된 암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견디어내야 하는 희망은 아닐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한다고 해도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 않는 것을 인정하면, 고통은 고통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삶이 비로소 삶으로 보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시를 쓰는 건 어쩌면 지우고 싶은 상처나 아픔이나 그리움이나 죽음에 대하여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견디고 싶은 몸부림이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건 아닐까? 그것밖에 견디는 방법이 없지만 그렇게라도 유한한 삶이 있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건 아직 우리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시집에 담은 일상의 시편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흔적으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견디어내고 있는가에 대한 애증의 기록들이다.
정재훈
저자 정재훈은 자호: 유당(有當). 1969년 서울 출생. 2011년 <시와 수필마당> 시 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1. 겨울
내복 | 겨울 보내기 | 밤새 내린 눈 위로
동행 | 11월이 가면 | 물레고둥
받을 수 없는 위로 | 나무 | 퇴원
평택 가는 길 | 회고 | 어떤 우화 | 겨울 길
행복 | 겨울비 | 고향 가는 길 | 동자꽃
통조림 | 생명 | 어떤 마을
겨울과 봄 사이 | 통증 | 눈사람ㆍ1
눈사람ㆍ2 | 겨울을 보내며 | 강가에서
수선화 | 감 | 안개에 대하여 | 겨울비처럼
곰장어 | 겨울은 | 겨울나무 | 눈ㆍ1
눈ㆍ2 | 커피 | 성냥팔이 소녀 | 연인
그해 겨울의 마지막 | 잃어버린 사랑 | 겨울바다
2. 봄
이별 | 봄비 오면 | 입술
휴대전화 | 빨간 우체통에 봄을 담아
그대에게 가는 길 | 손님 | 침묵
벚꽃 비 | 백목련
낙화 | 4월이 가네 | 하루
카네이션 | 검은 꽃 | 닭발
오월아 | 도배 | 예감ㆍ1
예감ㆍ2 | 청평사 가는 길
3. 여름
한 걸음 물러나 | 선택 | 지하철
명동에서 | 장마 | 어느 샐러리맨의 여름
중독 | 여름비 | 비의 연가
비닐우산 | 꼬막 | 호수정원
한탄강 | 미숫가루 | 폭염
휴가 | 벗 | 태풍
부끄러운 호수 | 안개에 대하여
안개 속 바다 | 권총
몽산포에서 | 호랑이와 고양이
4. 가을
이사 | 여름을 보내면서 | 가을이 오면
가을의 끝 | 택배 | 선물 | 가을
가을 전어 | 보름달 | 가을 편지
칠장사 | 낙엽 | 가을에게
가을 소풍 | 지금은 | 아르반의 고백
자화상 | 안개ㆍ1 | 詩
안개ㆍ2 | 전화 | 금여고(今如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