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우리 시대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삶과 철학
21세기는 지식과 정보, 창의성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기반사회이다. 이러한 시대에 지식과 정보 창출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은 단순히 인류에게 유용한 정도의 효용을 넘어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생존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져 이공계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06년 과학의 날(4월 21일)을 맞이하여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과학이 얼마나 즐거운 학문이며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인지를 청소년들과 일반 국민에게 알려주자’는 취지로 ‘이공계 성공사례’를 모아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을 출간했다.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에는 한국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진 공로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호길ㆍ안동혁ㆍ이태규ㆍ최형섭 박사를 비롯해 연구계, 학계, 산업계, 관계 등에서 우리 시대 우리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47인의 과학기술자들이 참여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 서남표 MIT 석좌교수,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조경철 전 경희대학 교수, 이화여자대학 최재천 교수,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윤한식 KIST 책임연구원, 조완규 서울대학 명예교수, 조장희 가천의과대학 교수, 이호왕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회장 등 이들의 면면과 과학적 업적들은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혁혁하다.
47인의 과학기술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과학자로서의 수고와 기쁨과 보람, 그리고 자신들의 삶을 성공으로 이끈 빛나는 삶의 철학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와 5?16이라는 격랑의 현대사를 겪으며 개인과 가정과 사회와 가난한 조국을 위해 힘겨운 선택을 해야 했던 선배 과학기술자들, 그들의 결단과 고통과 열정과 그 결실은 이 책의 곳곳에서 뜨거운 눈물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아름다운 과학기술자들의 도전적인 삶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며, 미래의 과학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은 훌륭한 선배 과학기술자들이 이 땅에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자신이 주인공이 될 미래의 희망을 가질 것이다.
과학기술과 나, 그리고 국가
일제강점기를 겪은 과학기술자들의 고난은 때로 독립투사의 삶과 오버랩된다.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태규 박사는 교토제국대학의 교수가 되어서도 식민지 출신에 대한 일본학계의 한계를 절감해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때 일본에서 기업을 경영하던 동포들이 항공료와 생활비 등을 전해주며 “이 돈은 조국이 그대에게 주는 돈이라 생각하시오. 우리 민족이 갱생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당신 같은 인재를 길러야 할 것이오. 반드시 뒷날 성공하여 조국에게 갚으시오”라고 당부한다. 결국 그는 오랫동안 미국 유타대학에 재직하며 한국 화학계를 이끌 탁월한 후학들을 배출했고, 과학자로는 드물게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우리나라에 천문학의 씨를 뿌린 조경철 박사는 단신 월남한 처지에서도 소중하게 천문학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치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러다가 단 한 시간 강의로 자신을 기억하고 한국 천문학을 개척하라는 스승의 편지에 또다시 운명을 바꾸게 된다.
식민지배는 벗어났어도 개발도상국 과학자의 길은 외롭고 험했다. 1960년대에 결핵환자임에도 미국 하버드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성기수 박사는 군사혁명정권으로부터 해외체류 2년을 넘기지 말고 귀국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결국 그는 2년 만에 공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함으로써 하버드 300년 역사에 초인적인 신화를 추가하고, 하버드에서 처음 만난 컴퓨터를 확산시켜 한국인의 생산성을 높여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달콤한 미국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택해 대한민국 ‘컴퓨터 업계의 산 증인’이 되었다.
‘과학기술만이 살 길이다’는 신념으로 포항공대 설립에 열정을 바친 김호길 박사는 교수 초빙을 위해 지구를 세 바퀴나 도는 대장정에 나서 “국가적 과업인 포항공대 창설에 동참하지 않으면 민족의 역적이 될 것이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나 한국과학기술원, 그리고 포항공대 창립 때 많은 해외 과학자들이 훌륭한 연구 환경을 포기하고 돌아와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
기술도입이 유일한 기술획득 수단이던 1960년대에 선진국 연구소도 힘들다는 계약연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기술개발을 곧바로 실용화하여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최형섭 박사,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아예 지원자의 점수 상한선을 정하고 학생이 미달되면 교수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배짱으로 ‘계산된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설립 첫해에 이미 포항공대를 명문대학으로 올려놓은 김호길 박사, 그 외에도 열악한 여건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연구를 계속해온 과학자들의 안타깝고 눈물겨운 웃지 못할 일화들이 한숨과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가난한 나라는 장비를 자주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견고하고 성능이 좋아야 하며 규격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서정욱)고 역설하며 개발한 국내 최초의 군통신장비와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 등에 얽힌 생생한 증언을 통해 우리는 숨가빴던 역사의 한순간을 함께하는 듯한 짜릿함에 빠지게 된다.
과학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우리나라는 이공계에 우수 인재들이 몰림으로써 산업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해 왔다. 그 결과 1960년대 60불대에 머물던 개인소득 수준이 2만 불대에 이르러 세계 11위 GDP국가, 세계 12위 무역국이 되었다. 반도체와 조선, 휴대전화 등은 세계 1위 생산국이 되었고, 자동차와 철강, 섬유 등도 세계 5위 수준이다. 또한 차세대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이동통신, 연료전지, 홈오토메이션 등 신성장 동력산업은 차세대의 먹거리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이 이공계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찬란한 작품들이다. 우리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물려받았듯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산업경쟁력 향상이 따라야 한다(이희범).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해 3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로 불리는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 분야의 기술 확보를 목표로 뛰고 있는 KAIST 박대연 교수(티맥스소프트 R&D센터장)는 “21세기의 주역은 과학기술 분야의 엘리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가 있었다면, 21세기는 과학기술자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다”라고 당부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디지털 시대 생존을 위해 원천기술의 개발과 경영혁신, 스피드를 강조한다. 원천기술을 가장 빨리 상용화시킬 수 있어야 하기에, 단 몇 개월만 늦어도 살아남을 수 없는 디지털시대이기에 스피드와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실로 승자독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과학기술이다(김우식). 과학기술자들은 ‘지식재산 경제전쟁시대’를 맞아서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최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세계에는 휴전상태란 없는 것이다(이상희).
이 책에서 47인의 과학기술자들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 등 기초학문으로부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분야의 최첨단 응용분야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다양하고 무한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또한 이공계 출신들이 단지 연구실이나 학교만이 아니라 정관계와 테크노 CEO로서 과학한국을 선도하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의 길을
47인의 이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를 스물다섯 시간으로 살 만큼 열심히 공부와 일에 몰두했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했다. 척박한 연구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했고, 경쟁 심한 국제관계 안에서도 협력하며 자신의 분야를 선도해 왔다. 무엇보다도 일관되는 것은 그들이 이공계를 선택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은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업성이나 장래성을 위해 업종을 선택하지 말고,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고민하고 판단이 서거든 기초부터 착실히 노력하라”(안철수)고 조언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무지하게 열심히 하면서 굶어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최재천)고 단언한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에서 최고 수준이 되면 부와 명예는 저절로 따라온다. 우수 인재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미래산업 분야’를 좋아하고 몰려야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다. 우수한 기술자나 과학자 몇 명은 몇 만 명을 먹여 살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윤종용). 또한 과학기술인은 건강한 삶의 유지를 도울 수 있고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이 병을 예방하는 백신(한타박스)을 발명해 무수한 인명을 구조하고 외화 획득까지 한 이호왕 박사의 감회처럼 인류의 생명을 구해내는 것만큼 감격스럽고 가치 있는 일이 또 있겠는가. 그래서 이들은 오늘도 “공학인으로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가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한다”(이상엽)고 말한다.
이 성공한 과학기술자들은 누구보다도 열정을 다해 삶을 살아왔다. 그 결과 이들은 당당하게 세상에 외친다. 과학은 예술보다 아름답고 과학은 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이며 과학자로서의 삶은 참으로 행복했다고. 그리고 그들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며 청소년들을 과학의 길로 초대한다.
한국과학문화재단
한국과학문화재단은 1967년 설립된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으로 '과학문화의 창달과 혁신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추구하는 과학문화는 과학기술이 일반국민들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쉬고 사회문화의 일부로 인식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학을 이해하는 생활양식과 과학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학문화이다.
'과학의 생활화, 생활의 과학화'를 통해 과학기술중심사회를 구현하고자 한국과학문화재단은 범국민적인 '사이언스코리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과학포탈사이트 사이언스올(www.scienceall.com)과 인터넷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를 운영하고 있으며, 읍면동 단위의 생활과학교실, 청소년과학탐구반, 과학기술앰배서더 강연, 대한민국과학축전 개최 등을 통해서 과학자와 일반국민이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민간과학문화 역량의 강화와 풀뿌리 과학문화의 정착을 위해 과학문화 활동을 하는 개인, 단체, 기관에 대한 재정지원도 하고 있다.
발간사|과학자의 글쓰기는 과학대중화를 위한 사회적 소명
고계원|수학자로 살아가는 행복
김명자|성공한 여성은 아버지가 만든다
김영중|약이 되는 나무와 풀, 그리고 나의 삶
김우식|지금 이 순간도, 적극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
김정숙|도전하는 과학자의 삶은 아름답다
김진애|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을 이어주는 기술-공간 만들기
김호길|멋과 빛과 향기를 남긴 김호길
나도선|과학문화를 전파하는 과학자
노기호|정직한 과학을 실천하는 이공계 산업현장
류종열|군인에서 기계공학교수로, 그리고 전문경영인으로의 변신
민계식|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박대연|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혼을 바친다
박완철|정성으로 한 우물만을 파는 과학자의 길
변대규|꿈을 실현하는 엔지니어
서남표|진로로서의 엔지니어
서정욱|대관세찰(大觀細察)
성기수|열심히 일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손 욱|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어야
신희섭|어떠한 인연으로 나는 뇌연구를 하고 있나
안동혁|한국 산업기술과 공업의 초석을 다진 화학공학자
안세희|물리학과 나
안철수|전문가가 존중받는 사회를 기대하며
오 명|IT강국의 꿈을 펼치다
윤덕용|과학은 예술보다 아름답다
윤무부|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새’
윤장섭|내 인생과 건축 분야의 활동
윤종용|21세기의 비전은 이공계 CEO에게 있다
윤한식|나의 과학
이상엽|공학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상희|다시 ‘과학대통령’의 심정으로
이서구|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과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
이태규|예리한 관찰과 꾸준한 노력으로 일관한 과학자, 이태규
이혜숙|40년간 함께한 수학과의 로맨스
이호왕|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
이희범|과학을 수학한 자의 변
임지순|물리학은 자연의 신비를 파헤쳐나가는 과정이다
정광화|이공계 여성이 미래를 이끈다
조경철|고난을 이기고 한국에 천문학의 씨를 뿌린 보람
조무제|연구와 실험으로 쉼 없이 달려온 30년
조완규|맨손의 연구와 감동, 그리고 봉사의 반세기
조장희|뇌과학은 우리 미래의 과학기술
진정일|학문하는 즐거움과 보람
채연석|창조적인 과학자만이 느끼는 최상의 매력
최순자|끝없는 꿈과 도전
최재천|통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형섭|내가 기억하는 최형섭 박사님
홍완기|한국의 헬멧을 세계인의 머리에 씌우다
필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