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명인이 찾아낸 서툰 사랑, 더딘 사랑, 아픈 사랑…
그러나 지독하게 아름다운 사랑
사랑 참 어렵다, 많이 힘들다
그래도 우리는 사 랑 을 한 다
사랑은 그저 부드럽고 감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작은 새의 날갯짓처럼 쓸쓸하고 힘겹기도 하며, 넘어져 깨진 생채기처럼 쓰리고 아프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걸 걸지 못하고 시린 사랑을 한 루 살로메를 보면 그렇고, 사랑하지만 일정한 거리 밖에서 연인의 등만 바라보아야 했던 캐서린 햅번 또한 그렇다.
하지만 60여 년을 함께 살고도 여든둘의 아내에게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다고 고백하는 앙드레 고르, 사랑은 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다고 한 로버트 브라우닝, 평생 처음처럼 변함없이 애틋하게 살아간 박수근 부부의 가슴 먹먹한 사랑에 우리는 다시 또 사랑할 힘을 얻는다.
오늘밤 주제는 사랑
이 책은 제목부터 ‘오늘밤 주제는 사랑’이라고 표방하고 나서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설가 이명인이 음악과 미술로 우리를 감동시킨 예술가와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은막의 스타, 역사책에 나오는 위인, 세계를 쥐락펴락한 정치가, 그리고 ‘~주의’, ‘~설’로로 이름이 알려진 학자들에게서 이런저런 사랑 이야기를 찾아냈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히 가슴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사랑도 있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평생 숨죽인 사랑도 있으며, 간절히 원했지만 슬픈 이별로 끝난 사랑도 있고, 저들은 좋았으나 주위 사람에게 상처를 준 아픈 사랑도 있다. 작가는 그들의 아름답고 슬프고 때론 처절하기도 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나의 사랑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한눈에 반해 평생 남편을 위해 애인으로 엄마로, 부처로 살아온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의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 얼마나 크기에 오만 가지를 다 품을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생기고, 겉에서 보기에 화려한 스타들의 가슴 아픈 숨은 사랑을 보면 ‘아무리 빛나는 별도 가까이 가보면 암석덩어리구나’ 하고 씁쓸해진다. 그런가 하면 꼭 내 전부를 걸어야 사랑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순수한 열정 덩어리는 아니다, 일방적인 희생은 사랑을 고갈시킬 수도 있다라는 깨침과 함께 사랑할 때도 언제나 내가 독립된 주체가 되어야 함을 되뇌게 된다. 그리고 궁극에는 사랑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이 있어 우리 삶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의 작가 이명인, 사랑을 찾다
소설가 이명인은 《먼 하늘 가까운 사람들》(1992)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빼앗긴 들의 사람들》(1994), 《사랑에 대한 세 가지 생각》(1997), 《아버지의 우산》 (1999), 《집으로 가는 길》 (2000), 《치즈》 (2002), 《낙타》 (2006), 《은밀한 유산》 (2008) 등의 장편을 꾸준히 발표한 ‘장편의 작가’이다. 매번 소재와 주제를 달리하는 노력으로 새롭게 독자를 만나온 작가는 이번엔 소설이 아닌 사랑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작가는 사랑 고백이 이벤트가 되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사랑 이야기가 쇼처럼 쏟아져 나와도 오래도록 우리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전하고 싶어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닌 끝에 사랑은 절대적이고, 맹목적이며, 행복의 근원이며, 생명을 주고, 생명을 빼앗으며, 생명을 이어가는 ‘종교’라고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종교와도 같은 사랑을 순수하고 고귀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화려한 빈 수레가 떠들고 요란 떠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남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고 쟁취한 사랑에 ‘운명’ 운운하며 정당화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사실 평범한 사랑이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가 없습니다.
1. 사랑에 빠져들다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에 사랑이 오다·캐서린 햅번
사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 꽃이 증거다·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매혹당하는 일이 아름답고 멋진 사랑을 준다
진정한 공리주의자의 사랑·존 스튜어트 밀
사랑은 가로막는다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간이 억겁이다·김점선
사랑은 벼락같이도 찾아온다
결핍, 사랑이 앉다·운보 김기창
덜어내고 채우는 균형 감각이 있는 사랑이 아름답다
산을 넘고 바다 건너 운명을 만나다·찰리 채플린
운명적인 사랑이란 낭만적이지만, 참으로 잔인하기도 하다
애인이며 엄마였고, 부처였으며 그리고 해바라기가 된 여자·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
사랑이 얼마나 크기에 오만 가지를 다 품을 수 있을까
2. 사랑 참 어렵다, 많이 힘들다
시리다, 그대의 사랑·루 살로메
상처받기 싫어서 쿨한 척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사랑에도 연료가 필요하다·존 레논과 오노 요코
사랑은 사랑만으로 탈 수 없다
정박하지 못한 호화 유람선·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VS 임마누엘 칸트
사랑에 대한 편견이 사랑을 막는다
사랑은 그릇이다·조반니 카사노바 VS 샤를 보들레르
육체와 정신의 절묘한 조화가 사랑이다
느긋하게 정들어가기·장 가뱅 VS 마를렌 디트리히
불안한 열정은 사랑을 아프게 한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버나드 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 그것이 사랑이다
3.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람의 다리는 두 개다·폴 뉴먼과 조안 우드워드
사랑할 때 함께해야 할 것과 혼자 해야 할 것
펄펄 뛰는 연어가 되어·조지아 오키프의 사랑
사랑은 서로에게 에너지와 영감을 준다
그 뿌리는 나였네·임방울 VS 타사 튜터
내 전부를 걸어야 사랑일까?
사랑은 어디에 머무나·괴테 부부 VS 케네디 부부
세상의 모든 사랑이 순수한 열정 덩어리라는 건 오해다
빛나는 별도 가까이 가보면 암석덩어리이다·샤르트르와 보부아르
사랑할 때 공간의 의미
그녀로 인해 맘껏 외로울 수 있었다·에드워드 호퍼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앙드레 고르
일방적인 희생은 사랑을 고갈시킬 수도 있다
4 사랑에 머물다
그에겐 등대가 있었네·윈스턴 처칠
진정한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인사·에드워드 엘가
사랑은 누군가에겐 삶 자체일 수도 있다
안개 숲에서 만나다·마르틴 루터
막막한 삶, 그래도 사랑이 있어 살 만하다
스릴러를 사랑한 남자의 사랑·알프레드 히치콕
평범한 사랑이 가장 어렵다,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
궁전을 짓고 그 안에 살다·카를 야스퍼스
사랑은 얼마나 빨리 오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가 중요하다
사랑은 이발소 그림처럼·토머스 킨 케이드
사랑이 좀 촌스럽고 통속적이면 어떠하리
늘 그렇게 처음처럼·박수근
누구나 변치 않는 사랑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