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
중동에서 부는 첫 번째 바람, 자유를 향한 혁명
민주주주의 볼모지에서 재스민향이 피어올랐다. 1980년대 ‘피플 파워(People Power)’가 아시아를 뒤덮었을 때도, 1990년대 공산주의 독재정권이 동유럽에서 도미노처럼 쓰러질 때도 역사의 물결 바깥에 있던 아랍세계. 그러나 2011년에 중동은 역사의 중심에 섰다. 튀니지에서 시작된민주화혁명이 이집트로 번지고 리비아와 시리아, 예멘 등에서까지 독재자를 궁지에 몰자 세계의 시선은 중동으로 쏠렸다. 물론 혁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중동에서 부는 두 번째 바람, 오사마 빈 라덴과의 결별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은 10년간 중동을 옥죈 ‘굴레’를 제거했다. 2001년 9.11테러로 미국인 3,000명이 희생당한 뒤 중동 전체가 테러집단으로 몰려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중동국가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2011년 5월 주요 8개국(G8)은 정상회의를 열어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된 이집트와 튀니지에 2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아랍국민주화의 모델이 된 이집트와 튀니지 양국에 대한 일종의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차원이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이집트와 튀니지에 대해 경제적 원조를 해주고 시리아, 이란 등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제재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동에서 부는 세 번째 바람, 석유보다 경제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동은 본질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오일머니’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배럴당 100달러대 고유가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중동 산유국들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고유가 호황이 있었지만, 중동국가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머니를 벌어들여 ‘잘 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세계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오일머니를 움켜쥔 ‘졸부’가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으로 대접받는 것. 사우디와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는 수백조에 달하는 운용자산으로 세계의 알짜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기업 글렌코어가 2011년 6월 기업공개를 앞두고 가장 먼저 찾아간 투자자도 중동 지역 국부펀드였다.
불꽃보다 뜨거운 재스민혁명
2011년 1월부터 수개월 동안 아랍권 전체를 뒤흔든 민주화 시위. 그러나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튀니지라는 작은 나라의 어느 가난하고 젊은 노점상이 기폭제가 됐다. 튀니지 중부 시디 부지드에 살던 26살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자 수레에 과일과 채소를 싣고 다니며 노점상 생활을 했는데, 2010년 말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점을 압수당할 위기에 빠졌다. 절망에 빠진 그는 자기 몸에 불을 질렀고 결국 장기독재와 빈부격차에 시달리던 튀니지 국민들의 가슴에 자유에 대한 열망의 기름을 부었다.
2011년 1월 5일 그가 숨졌을 때 사람들은 “우리가 복수해주겠다”고 외쳤다. 그로부터 열흘 뒤 23년간 집권해온 벤 알리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부아지지가 촉발한 튀니지혁명은 튀니지 국화인 재스민 이름을 덧붙여 ‘재스민혁명’이라 부른다.
부아지지의 목숨을 건 투쟁은 트위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도움이 컸다. 이는 튀니지만 아니라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인접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국가들로도 분노의 불길을 확산시켰다.
중동에는 코란이 없다?
중동에는 코란이 없다? 우리는 중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실상 중동(中東)은 다른 어느 곳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무슬림의 성경 코란, 짙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을 가진 사람들. 중동에 가면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초고층빌딩숲이 있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언제나처럼 낙타를 탄 유목민들이 길을 건넌다. 최고가 수퍼카를 장난감처럼 수집하는가 하면, 여성의 운전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도 하다. 기본 3시간의 화려한 저녁을 먹는 이슬람인들이지만 라마단 중에는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중동이란 개념조차 모호하다. 아라비아반도로 국한해야 할까, 북아프리카와 이슬람권까지 넓게 봐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보통 중동과 아랍, 이슬람 개념을 혼용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이제 중동을 관심 있게 지켜볼 때가 됐다. 재스민혁명을 필두로 중동이 긴 어둠에서 나오려고 한다. 긴 기다림만큼 움직임은 크다.
진짜 중동의 얼굴이 궁금하다면
《뜨거운 중동 쿨하게 읽기》는 그동안 중동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중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정치, 역사 등 ‘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중동인의 위트와 삶, 문화를 놓치지 않았다. 독자들은 책을 덮으며 진짜 중동과의 안녕에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매일경제 국제부
최경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현재 국제부장이다. 2006~2009년 3년간 베이징특파원으로 일하며 쓰촨대지진과 베이징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변상호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일기획을 거쳐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사회부, 유통부, 경제부, 지식부, 금융부, 정치부, 속보부 에 이어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명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현재 뉴욕특파원으로 근무하며 미국 경제와 월가에 대한 기사를 맡고 있다.
장종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현재 베이징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광익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1994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2009년부터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채수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를 마친 후 1997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2008년부터 도쿄특파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상훈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행정대학원 수료, 이후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후 1999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박만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2000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2010년 중국 연수 후 현재 국제부에서 중국 관련 뉴스를 담당한다.
한예경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2011년부터 국제부에서 국제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박승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2005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안정훈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서 일하다 2006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현재 베이징대학교 MBA 과정에 유학 중이다.
정동욱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09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현재 국제금융 관련 뉴스를 담당한다.
김규식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하고, 2010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국제부에서 동아시아 뉴스를 담당하고 있다.
김덕식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2010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Prologue: 중동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
PART 1 인물로 풀어보는 아랍의 독재 역사
01. 튀니지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
- 생소한 중동 경제: 아랍의 ‘입’ 알 자지라를 소유한 카타르 국왕
02.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 이슬람이야기: 이슬람은 다 같은 아랍형제? 편견을 버려
- 생소한 중동 경제: 중동의 크리스마스 ‘라마단’
03.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
- 생소한 중동 경제: 몽블랑 만년필은 왜 인기가 없었을까
04. 수니파 왕정
- 뉴스 팔로우 업: 사우디 vs 이란, 중동의 맹주는 누구인가
- 생소한 중동 경제: 중동 최대 뉴스채널 알 자지라가 한혜진 찾은 이유는?
05. 시리아 알 아사드 대통령
- 생소한 중동 경제: ‘아랍의 워런 버핏’ 알 왈리드 왕자
06. 예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 이슬람이야기: 중동 최고의 손님접대는 낙타
07. 오만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
- 생소한 중동 경제: ‘사막의 뉴욕’을 향한 경쟁 두바이 vs 아부다비 vs 도하
PART 2 중동 민주화가 남의 일 아닌 세계의 독재자들
01.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 02. 우간다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
03.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 / 0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05. 중국 재스민 열풍 진화에 급급했던 중국 / 06. 팍스 아메리카나가 만든 괴물
07. 독재자들의 절친은?
- 생소한 중동 경제: 중동사람들이 초코파이를 안 먹는 이유
PART 3 배고픔이 아랍의 민주화를 이끌었다
01. 혁명은 빵에서 시작됐다.
- 뉴스 팔로우 업: 사우디女 ‘운전죄’로 처벌받아
- 이슬람이야기: 남녀평생부동석, 학교·병원 등 모든 공공장소 남녀 따로
PART 4 자원을 등에 업은 독재자들
01. 독재자들의 보험은 석유
02. 서방이 키워 온 ‘괴물’
- 생소한 중동 경제: 슈퍼카를 장난감 수집하듯 사는 중동부자들
03. 중동 민주화, 대안 세력에 달려있다
- 이슬람이야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역사
04. 자원전쟁은 시작됐다
- 생소한 중동 경제: 이슬람채권(수쿠크)과 중동금융
- 이슬람이야기: 美 중동정책 지렛대는 전쟁
- 생소한 중동 경제: 한국과 중동의 경제적 ‘궁합’
- 생소한 중동 경제: 전 세계를 뒤흔드는 중동 국부펀드의 힘
PART 5 중동의 정정불안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시발점
01. 석유 때문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02. 3차 오일 쇼크 올 수 있나
- 생소한 중동 경제: 중동의 꾄시(關系) 와스타를 아시나요?
03. 민주화 열풍을 타고 부상하는 시아파-수니파 갈등
- 이슬람이야기: 아라비아 산유국의 ‘재스민혁명’ 손익계산서
- 생소한 중동 경제: 민주화 시위 발생하자 증권거래소 폐쇄시킨 이집트
Epilogue: 책을 만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