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식 ‘이기는 사고’의 결정판
80년 평생, 50년 투자 역정의 경험, 지식, 꿈을 5일 5강으로 펼친다
이 책은 조지 소로스가 2009년 10월 닷새에 걸쳐 중부유럽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투자의 귀재’ 소로스가 자신의 고향 부다페스트에 세운 학교의 학생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오류투성이의 불확실성 시대를 꿰뚫어보는 ‘사고의 틀’, 이를 바탕으로 ‘열린사회’로 나아가려는 그가 전수한 것은 바로 ‘이기는 패러다임’이었다.
1강과 2강에서는 ‘소로스식 이기는 사고’의 바탕인 오류성과 재귀성 개념을 설명하고, 이를 적용해 금융 시장과 현재의 금융 위기를 분석했다. 3강과 4강에서는 열린사회에 대한 소신을 밝힌 뒤, 시장 가치와 사회 가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도덕성 문제를 다루며 정치권력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마지막 5강에서는 금융 시장을 역사의 산물로 파악하며 국제 정치와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한편, 날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시각을 덧붙였다.
이 책은 팔순에 접어든 소로스가 평생의 경험과 지혜, 꿈을 아낌없이 털어놓은 ‘소로스식 인간 생태론’의 결정판이다. 그동안 소로스의 글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간결하고 일상적인 말로 풀어낸 강연록이라는 점에서 소로스의 투자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결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또 소로스가 말하는 ‘사고의 틀’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철학, 역사,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부문의 식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인문학적 교양을 쌓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가 밝히는 ‘이기는 패러다임’,
돈을 벌고 싶으면 ‘인간’을 통찰하라
소로스는 책 앞머리에서 자신의 목표를 ‘인간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싶어 소로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정작 그는 ‘인간’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투자나 사업은 물론 삶 자체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소로스는 지금의 자신을 이룬 ‘사고의 틀’을 네 기둥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 기둥으로 꼽은 ‘오류성’ 개념은, 어떤 상황에 속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한 데다 ‘우리 자신’까지 포함해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자주 착각을 일으키며, 착각은 시장은 물론 역사의 흐름까지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오류성은 소로스 사고의 두 번째 기둥인 ‘재귀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람의 사고와 현실 사이의 양방향 관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사람의 왜곡된 생각은 현실에 영향을 주고, 현실의 흐름은 다시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고리가 연속적으로 순환한다. 이로 인해 사람의 의도와 행동, 행동과 결과 사이에 차이가 벌어져 실제 현실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오류성와 재귀성 등에 따른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가 인간사의 핵심적인 특징이며, 불확실성의 범위 역시 불확실해서 때로는 무한히 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시장이든 사회든 사람이 개입된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단지 상황에 따라 충실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셈. 결국 사람들이 시장 상황을 예측하려고 노력할 때 소로스는 오히려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얻은 것이다.
50세 무렵, 소로스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가족이 넉넉하게 쓸 돈을 벌었는데도 소모적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헤지펀드 운영이 가치 있는 일인지 스스로 회의에 빠졌다. 이때 소로스는 ‘열린사회’를 촉진하는 일에 이바지하기로 결심하면서 중년의 위기를 극복했고, 이는 글로벌 규모의 자선 사업으로 이어졌다. 열린사회에 대한 신념은 소로스 사고의 세 번째 기둥이다.
소로스가 평생 스승으로 받든 카를 포퍼의 철학에서 가져온 열린사회 개념은 누구도 궁극의 진리를 알 수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열린사회는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와 자유로운 비판이 수용되며, 이를 통해 오류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그렇게 큰돈을 번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소로스는 청중들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자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인사가 되기 전까지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비(非)도덕성과 구별되는 시장 기능의 초(超)도덕성을 강조한 말. 그는 오히려 시장근본주의가 초도덕적인 시장 기능에 도덕성을 부여함으로써 사리 추구를 진실 추구와 같은 시민의식으로 바꿔놓은 게 문제라고 설파한다.
소로스는 자신이 펀드매니저였을 때는 법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으나, 이제는 개인의 이익에 해가 되더라도 헤지펀드 규제 등 법을 개선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힌다. 시장과 달리 정치는 도덕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가치와 사회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도덕성 개념을 자신의 사고를 이루는 네 번째 기둥으로 소개하며 그는 현재 자신이 가진 특권적 지위를 선용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느낀다고 말한다. 정치에 참여할 때의 기능과 시장에 참여할 때의 기능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민주주의의 기능이 개선되리라 믿는다며…….
다시 보는 소로스, ‘포퍼보다 더 포퍼답게 사는 사람’
소로스에 대한 평가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악마’에서부터 ‘박애주의 자선사업가’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소로스의 인생과 철학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본 소로스는 자기 소신을 꿋꿋하게 지키면서 평생을 살아온 비범한 인물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신을 평생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독설가로 유명한 《블랙스완》의 저자 니콜라스 탈레브가 《Fooled by Randomness》에서 소로스를 평가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탈레브는 소로스가 단지 다른 지성인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벌어 우월한 지위를 얻으려 했던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여자를 유혹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통하지 않자, 마침내 빨간 페라리를 장만한 사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탈레브의 비판은 이 정도로 ‘가벼운’ 수준에서 그쳤고, 소로스 덕분에 자신이 진정으로 존경하는 유일한 철학자 카를 포퍼를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소로스에 대해 칭찬까지 늘어놓았다(탈레브에게 칭찬받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소로스는 운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지극히 개방적인 마음 자세를 유지했으며, 조금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견해를 바꿨다. 그는 항상 자신이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인정했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단히 강력한 존재였다. 그는 포퍼를 이해했다. 단지 글을 보고 소로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는 포퍼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 극단적으로 자기 비판적인 조지 소로스가 오히려 포퍼보다도 더 포퍼답게 살고 있다.”
소로스의 오류성이나 재귀성 개념 등은 아직 학계에서 널리 수용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항상 자신이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깨닫고, 투자를 포함해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면, 이 책은 그 값을 제대로 한 것이다. 소로스가 진정한 강자가 된 것은 자신 또한 언제든 틀릴 수 있다고 겸허하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조지 소로스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현존하는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퀀텀펀드 등의 지주회사 격인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Soros Fund Management)의 회장이다. '열린사회기금(The Open Society Fund)'을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일선 펀드 운용에서 한 발 물러나 기금 운용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의 연금술(The Alchemy of Finance)'을 비롯한 여러 베스트셀러를 냈고, 최근의 저서로는 '금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The New Paradigm for Financial Market)'이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뒤 미국 뉴욕에서 산다.
이건
역자 이건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 San Diego)에서 유학했다. 장기신용은행에서 주식펀드매니저, 국제채권딜러, 삼성증권에서 사이버마케팅팀장 등을 거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기획마케팅 이사를 역임했다. 영국 IBJ International에서 국제채권딜러 직무 훈련을 받았고, 영국 투자상담사(Registered Representative) 자격을 취득했다. 투자 분야 전문 번역가로서 투자 서적 토론방(http://keonlee.com)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 1%가 되는 투자의 기술'이 있고, 옮긴 책으로 '월가의 영웅',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등이 있다. 이메일 keonlee@lycos.co.kr
.
서문
옮긴이의 말
첫 번째 강연: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
두 번째 강연: 금융 시장
세 번째 강연: 열린사회
네 번째 강연: 자본주의냐 열린사회냐
다섯 번째 강연: 나아갈 길
해설1: 조지 소로스 뉴욕 현지 인터뷰 풀 스토리_이익원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
해설2: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 대하여_시골의사 박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