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학에 홀린 10인의 교수들
“새는 날 수 있게 세상에 태어났으며, 말은 달릴 수 있게 세상에 태어났고, 사람은 배우며 이해할 수 있게 세상에 태어났다.” 로마 시대의 사상가 쿠인틸리아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사람만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의문을 가지며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며 탐구한다는 그의 말은 온당하다.
이처럼 미지의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에 이끌려 세계로 뛰어든 10인의 교수가 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학문의 답을 찾아 나선 이들은 세계 지성의 산실, 대학을 다니며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고스란히 풀어냈다.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대학에서 ‘성취와 실패’, ‘환희와 낙담’을 겪으며 학문의 근간을 세워 나간 열 명의 교수들이 전하는 치열한 청춘과 영혼의 이야기. 처음 만나는 세계 최고의 대학 기행 에세이 <세계의 대학에 홀리다>(마음의숲 刊)는 아름다운 상아탑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기의 석학, 미지의 학문이 숨 쉬는 매혹의 공간
이 책은 낯선 땅, 지식의 미로에서 길을 찾아 헤맨 교수들의 소중하고도 특별한 여행을 담고 있다. 그들이 미국 예일대학교, 중국 북경대학교,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학교 등 세계의 명문대학교 곳곳에서 배우고 살며 꿈꾸었던 시간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특권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우연처럼 다가온 운명적 여행이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 길을 나서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며 살 것 같은 절박함으로 시작한 여정이었다. 배움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열 하나로 무장한 채 세계의 대학으로 기꺼이 몸을 던진 그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학문의 깊이에 눈을 떴고, 더불어 삶에 대한 나름의 해답까지 얻었다.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 최대의 사립대학교인 뉴욕대학교. 문화 예술계의 중추를 이루는 대학교였지만 정작 교수 윤준성은 뉴욕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여행길에 나섰다. 그곳에서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개성 있는 학생들과 책상머리 공부를 강요하는 대신 여러 문화를 통해 학생의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는 교수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그들의 자유로움과 예술적 기질은 졸업식장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엄숙해야 할 학위 수여식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뉴욕 뉴욕’이 울려 퍼지고 총장과 학생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열정을 발산한다. 자유분방한 학생들의 성향과 기질이 한데 맞물려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뉴욕대학교에서 그는 예술과 공학의 만남을 발견하고 이 낯설지만 매력적인 조화에 홀려 버린다.
교수 김희수는 30세라는 나이에 갑작스레 예일 연극영화대학원으로 향한다. 그녀의 인생 터닝 포인트 무대로 예일대학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특히 드넓은 캠퍼스의 수많은 건물들 중 스털링 기념 도서관은 그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오래된 고서적이 풍기는 향기, 중세 고딕 양식의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오색찬란한 햇살 그리고 무엇보다 빼곡하게 채워진 9백만 권의 방대한 책들. 그녀는 지식이 켜켜이 쌓인 그곳에서 책들과의 비밀 연애를 시작한다. 이외에 베이네크 희귀 도서와 원고 도서관에서 모차르트와 바흐가 직접 써 내려간 친필 악보와 셰익스피어 첫 미국판 포트폴리오를 보며 희열에 빠지는 등 세계 지식의 실체를 접하며 지식으로의 즐거운 여정을 떠난다.
뉴욕대학교, 예일대학교 등 우리가 흔히 아는 명문대학교가 아닌 엘도라도 전설의 근원지, 남아메리카 북서쪽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하베리아나대학교로 떠난 이도 있다. 교수 송병선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 무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 하베리아나 대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가 대학교에서 본 것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게으름과 폭력, 가난이 아니었다. 오전 8시에 시작하여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빡빡한 수업에도 조금도 지치지 않는 열정적인 학생들과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의 강의 등 그곳에는 콜롬비아의 더 나은 미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콜롬비아 사회와 문학의 발전성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미래와 가능성까지도 확신하게 된다.
이 외에 영국 레스터대학교, 러프버러대학교에서 학문과 삶 속에 녹아든 여유와 유머를 발견한 유동주 교수, 영국 에식스대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책 속의 유럽 문화와 역사를 현장에서 확인해 보는 즐거움에 빠진 류한수 교수,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틀 안에 갇혀 있는 학문이 아니라 직접 세계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학문을 깨달은 장순란 교수, 폴란드 바르바샤대학교에서 만난 이들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학문이 무엇인지 경험한 최은성 교수, 터키 빌켄트대학교에서 교육에 대한 진지하고 열의 있는 자세와 오스만제국 시대부터 내려 온 국제적 감각을 체득한 오종진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저명한 석학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드넓은 사고의 날개를 펼친 정소영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교 곳곳에 깃든 와세다의 정신과 추억에 홀린 김응교 교수까지.
이들은 낯선 곳에서 다른 얼굴 색, 언어의 장벽, 학문의 높은 벽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꿈과 희망의 길을 찾았다. 오히려 새로운 땅,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난공불락의 지식은 그들의 열정을 거세게 일으켰고, 이성의 힘뿐 아니라 감성의 힘까지 성장시켰다.
보고 듣고 때로는 부딪히며,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나날들
우리는 종종 세상은 너무 넓고 그 너머에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산재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인 체자레 파베세는 “정열이 있는 한 세계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일깨운다. 세상을 무대 삼아 누비는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온갖 잡동사니를 넣은 수트케이스도, 자세하게 여행 정보가 적힌 여행가이드 책도 아니다. 정열만 있다면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다.
10인의 교수는 청춘의 시기에 미지의 학문과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세계의 대학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때로는 나그네 특유의 대책 없는 용기와 모험심으로, 때로는 깨달음과 학문의 정수를 향한 탐구열로 고군분투한다. 이제 이들은 좁디좁은 지식의 사슬을 끊고 지성의 영토를 세계로 확장하라는 도전의 메시지를 큰 소리로 외친다. 이들의 삶을 바꾸고 영혼을 홀린 학문의 보고, 세계의 대학으로 지금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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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세계의 축소판_윤준성
예일대학교
지식이 켜켜이 쌓인 곳에서의 비밀 연애_김희수
하베리아나대학교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메카_송병선
레스터대학교와 러프버러대학교
학문과 삶 속에 녹아든 여유와 유머_유동주
에식스대학교
토끼가 뛰노는 풀밭 위의 캠퍼스_류한수
베를린 자유대학교
영욕의 역사를 뛰어넘는 자유와 평화의 외침_장순란
바르바샤대학교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학문의 장_최성은
빌켄트대학교
국제화가 숨 쉬는 지식의 도시_오종진
북경대학교
드넓은 사고와 끈끈한 인간애의 조화_정소영
와세다대학교
벚꽃, 간다 강 그리고 추억_김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