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바라본 ‘뇌’
나쁜 기억은, 당신이 정체되어 있거나 문제를 회피하려고 할 때 뇌가 보내는 신호이다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뇌’가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 있다. 불현듯 떠오르는 나쁜 기억이 그것이다. 물질적 존재인 ‘뇌’는, 뇌 과학자들이 말하듯이 잠시도 쉬지 않고 365일 활동한다. 자면서도 활동하고, 멍하니 있을 때도 활동하고,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기능을 묵묵히 수행한다. 평소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뇌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나’가 ‘뇌’를 방해할 때다.
<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가>는 물질적 존재인 ‘뇌’가 심리적 존재인 ‘나’의 간섭을 받을 때 나쁜 기억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한다. 달리 말하면, 물질적 존재인 뇌를 다루는 뇌 과학과, 심리적 존재인 ‘나’를 다루는 인문학이 ‘나쁜 기억’을 매개로 만나는 지점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심리적 존재인 ‘나’는 어떻게 물질적 존재인 ‘뇌’를 방해할까?
뇌가 ‘나’에게 나쁜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는 ‘나’가 ‘뇌’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뇌는 본래 탁월한 학습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데이비드 챔버린 박사는 임상 실험을 통해 태아가 지닌 학습 능력을 증명했으며,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실험을 통해 갓난아이들이 기초적인 물리 법칙을 선천적으로 알고 태어난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헤엄치는 것이 물고기의 본능이듯이 뇌는 본능적으로 정보를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말이다. 뇌의 능력은 이뿐이 아니다. 뇌졸중으로 뇌 신경세포의 95%를 잃은 사람이 정상인과 똑같이 회복된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자의적으로 바이털사인을 조절하는 명상 수련자들의 예도 잘 알려져 있다. 1ㆍ4 후퇴 당시 길바닥에 버려진 아이가 영하의 추위에도 죽지 않고 기적적으로 생존했다는 기록도 있다.
뇌 과학자들은 뇌가 지닌 능력에 비춰 보면 이런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은 보편적으로 발견되지 않고 일부 사람들에 한해서 드러나는 것일까? ‘뇌’가 마음껏 능력을 펼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앞선 예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가 없다. 엄마 뱃속의 태아나 갓난아이에게는 아직 ‘나’라는 의식이 없고, 명상 수련자들은 수련을 통해 ‘나’를 내려놓는 법을 익힌다. 요컨대 ‘나’라는 심리적 존재가 ‘뇌’라는 물질적 존재를 억누르지 않으면 뇌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나’가 ‘뇌’를 방해하는 사례는 일상에서 무수히 벌어진다.
2000년 PGA투어에 데뷔한 탱크 최경주는 성적 저조로 퀄리파잉스쿨을 치러야 했다. 퀄리파잉스쿨이란 PGA 진출권이 걸려 있는 대회이다. 일명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때 신실한 기독교도인 최경주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실력이 아니라 자꾸만 성적에 집착하는 자기 모습임을 깨닫고 교회에 가서 이렇게 기도했다.
“주여, 제가 타수를 생각하며 치지 않게 하시고, 제 마음을 비우고 치게 해주십시오.”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타자 추신수도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할 때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아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말하곤 한다. ‘나 때문에 팀이 졌다, 나 때문에 아내가 고생한다, 내가 그들을 실망시켰다’ 그런 생각들이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야구공이 골프공처럼 작게 보인다.
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의식하는 순간 위축되고 소심해진다. ‘잘해야 해, 사람들이 보고 있어,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두려워, 나는 패배자야, 나는 끝났어, 도망치고 싶어’ 하는 생각이 커지면 뇌는 마치 가느다란 끈에 묶인 코끼리처럼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뇌는 ‘나’에게 ‘나쁜 기억’이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자꾸 생각나는 ‘나쁜 기억’은 뇌가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상처로부터 도망치려고 할 때 뇌는 되풀이해서 나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저자는 나쁜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쁜 기억이 왜 자꾸 찾아오는지 그 이유를 깨닫고, 반갑게 맞이하라는 게 저자의 메시지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뇌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뇌를 계발하고 싶다면 ‘나’로부터 ‘뇌’를 해방시켜야 한다.
김재현
뇌를 공부하는 의사이자 비전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진료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뇌와 비전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을 들려주고, 동기 부여를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비전 달성이라는 실천 문제를 뇌 과학의 차원에서 접근하던 중, 뇌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간섭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리학과 인문학으로 탐구 영역을 넓혔다.
이 책은 뇌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이루어진 시도로, 뇌 개발의 핵심은 ‘뇌 해방’임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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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나’에 의해 억눌린 뇌가 보내는 메시지
1부 누가 뇌를 가두었는가
1장 해묵은 고정관념, 뇌는 쓸수록 좋아진다?
내일 일기를 쓰는 할아버지 | 누워서 죽고 싶지는 않다 | 뇌, 정말 쓸수록 좋아질까 | 뇌를 방해하는 것은 ‘나’다 | 왜 그들은 ‘나’에 대해서 말했을까
2장 나쁜 기억은 왜 자꾸 생각나는가
사람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된 사건을 기억한다 | 당신이 기억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의 특징 | 나쁜 기억은 왜 자꾸 생각나는가 | 상처 받은 나로 살아갈 것인가 | 큰 ‘나’로 자신을 바라보기 | 미래의 시점에서 오늘의 나를 바라보기
3장 ‘나’ 비우기
비우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한다 | 죽은 지식인이 되지 말자 | 지식을 버리면 감각이 눈을 뜬다 | 작은 지식에 집착하지 말자 | 문자를 버려라
2부 뇌에게 자유를
4장 해마 일깨우기
27살의 나이에 죽은 82세 할아버지 | 위기가 해마를 일깨운다 | 낯선 경험이 해마를 일깨운다 | 질문이 해마를 일깨운다
5장 책 먹는 뇌
책, 세상을 보는 망원경 | 내게 부족한 지식은 무엇인가 | 지식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 글쓴이가 되어라 | 뇌가 끓을 때까지 가열하라 |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 책에서 얻은 지식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
6장 상상력은 뇌의 본능
상상력은 길 찾기 | 고정관념으로부터 사물을 자유롭게 풀어주자 | ‘결합’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이다 | 자극 속에서 살자 | 상상력을 키우는 4가지 힌트
7장 뇌가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 27일
생각은 행동으로 옮길 때 의미가 있다 | 행동하지 않는 뇌는 뇌가 아니다 | 뇌가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 27일 | 반복, ‘나’를 이기고 ‘뇌’로 돌아가는 힘 |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하라
에필로그 :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내일의 확장된 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