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향수가 없다는 것은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넋두리다.
우리 곁엔 아직도 골목이 있다.”
골목이 품은 아련한 일상
골목하면 흔히 쾨쾨한 냄새와 어지럽게 널린 빨래, 구석구석에 쌓인 연탄재를 떠올린다. 그래서 깨끗한 것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골목은 찾기도 어렵고 가기도 싫은 공간이 돼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골목의 아련한 향수를 찾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물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에 담기 위한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골목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위안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골목은 소박하게 이어지다가도 휘어지며 앞으로 보이는 모퉁이 뒤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막다른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골목에서는 언제나 뜻하지 않는 우연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질녘 골목에는 어릴 적의 추억이 가득 비껴든다. 어느 창문 너머로는 고소한 밥 냄새가, 열린 대문 사이로는 밥 때를 알리며 분주히 아이를 부르는 아주머니가, 어느 길목에서는 장난감을 사가지고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있다. 어느 샌가 영화나 책 속으로 사라져 버린 풍경이 골목에는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화려한 서울 아래에서 만난 무채색의 담백한 골목에서야 말로 진정 아름다운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희미한 추억으로 남은 과거
골목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도 골목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재의 이야기를 만들 듯이 이전의 골목을 지키던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 안에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순간이 담겨있기도 하며 절절한 러브스토리가 숨겨져 있기도 하다. 이런 사연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골목을 찾는 이라면 눈여겨볼만한 것들이 많다.
골목에 무형의 이야기만 담긴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남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많은 예술인들과 자랑스러운 애국지사들의 흔적이 서린 공간이 곳곳에 있다. 가슴 시린 눈물이 흐르고 숨 가쁜 발걸음이 닿았던 그 골목, 그 집에는 아직도 그들을 기억할 만한 것들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미당의 예술혼이 남아 있는 남현동, 단종비의 설움이 배인 숭인동, 홍난파의 음악혼이 서린 교남동 등 그들의 자취는 골목마다 가득하다.
재개발이라는 현대의 재앙 아닌 재앙 속에서 언제까지 살아남아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골목이 있는 한 옛 정겨움을 그대로 안고 있으리라. 과거의 역사와 예술의 향기를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골목으로 떠나보라.
김대홍
네 살 무렵 처음 세 발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마냥 밖에서 놀기에만 빠져 있다가 우연히 타게 된 자전거는 아주 신나는 장난감이자 친구였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빠른 자동차와 전철에 익숙해졌고 그렇게 자전거는 일상에서 사라져갔다. 바쁜 도시의 삶에 지쳐갈 때쯤 다시 만난 자전거는 아련한 향수와 함께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골목이라는 공간으로 안내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을 좋아하여 여기저기를 쏘다녔지만 서울의 골목은 여전히 생소했다. 그러나 그곳에도 변함없이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있었다. 서울 골목여행은 골목에 대한 호기심과 자전거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틈만 나면 잊혀져가는 공간에서 잠시 삶의 여유와 향수를 맛보곤 한다.
조정래
사진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프로그램 관련 회사에 다닌다. 상경한 지 아직 일 년이 안 됐고 서울 골목을 여행하자는 한마디에 망설임 없이 강한 호기심으로 동행을 시작했다. 꼬불꼬불해서 모퉁이 너머를 알 수 없는 골목, 사랑 고백부터 욕까지 온갖 낙서와 사람 냄새 가득한 골목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된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찾아 나선다.
프롤로그
1. 골목골목 예술의 향기가 피어나다
낡은 골목, 미술을 입다 -서울시 종로구 충신동, 이화동
미술품보다 깊은 온정을 품다 -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미당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다-서울시 관악구 남현동
시골마을이 예술마을로 거듭나다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2. 현실로 스며든 과거의 추억을 만나다
식민지 울분이 고스란히 남다 - 서울시 종로구 교남동
가리봉동에도 장밋빛 인생이 있다 -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500년 양반마을을 누비다 - 서울시 종로구 북촌
느림의 삶이 자연 속에 녹아들다 -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3. 색다른 볼거리로 오감을 자극하다
2008년 1월 1일 사라진 이름 - 서울시 광진구 노유동
바다 내음 속 치열한 삶의 터전 -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다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원조 떡볶이보다 매콤한 삶의 현장 - 서울시 중구 신당동
4. 꼬불꼬불 그 길에서 삶의 향기를 맡다
서울 속 외딴 섬마을 -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골목이 만들어 낸 아련한 미로 -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3동, 충정로동
계단과 골목에 서린 과거의 흔적 -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산동네에서 만난 명품 계단 -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잊혀질 듯 남은 골목의 추억 -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
5. 그들의 삶이 녹아든 골목을 서성이다
단종비의 한 많은 삶이 그려지다 -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낯선 골목에서 춘원을 만나다 -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홍은 2동
이상과 이중섭, 예술혼을 남기다 -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손기정이 달렸을 좁다란 골목 - 서울시 중구 중림동
6. 서울 밖 골목에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시인 정지용이 걸었을 복사골 마을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세계의 문화가 된 화성 - 경기도 수원시 화성
예술, 삶 속으로 들어오다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 -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