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타락하고 부패한 러시아 관료주의 사회를 신랄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니콜라이 고골의 생애 마지막 작품!
고골 문학의 백미로 불리는 작품 『죽은 혼』이 국내 최초로 러시아어 원전 완역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고골의 작품은 우리에게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정작 그의 정수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대부분 중역이거나 원전 번역이라 하더라도 발췌 번역에 머물러 있었다. 번역을 맡은 이경완은 러시아 근대 문학에 관한 축척된 연구를 바탕으로 까다로운 이 작품을 옮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1842년에 발표된 죽은 혼 제1권은 러시아 대중에게 거의 사회적인 대사건에 가까운 거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사회의 비속한 측면을 파헤치고 아이러니와 풍자를 곁들여 생생하게 드러낸 것에 대하여 슬라브주의와 자유주의 내부에서 다양한 찬반 양론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러시아에 대한 지독한 비방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쪽에서는 러시아를 신성화했다고 주장했다.
1권이 출간된 뒤 독자들은 제2권이 곧 발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1845년에 집필을 마친 고골은 출판하지 않고 바로 불태웠다. 이후 고골은 성서와 종교 텍스트를 읽고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등 종교적인 수행에 몰입한 뒤 1852년 초 제2권의 두 번째 판본을 완성했다. 그러나 자신의 영적 지도자인 정교 수도사가 몇몇 부분이 미약하다고 비판하자 1852년 2월 또다시 제2권의 원고를 불태우고, 그로부터 10여 일 뒤에 죽었다.
현재 남아 있는 제2권은 고골이 1845년과 1852년 소각하고 남은 두 개의 판본으로 존재하며, 본 책의 판본은 다섯 개의 노트로 되어 있는 나중 판본의 필사본으로, 고골이 몇 번 첨삭과 수정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고골이 불태운 원고는 아니지만 최종 판본에 가장 가까운 원고 상태이며 일부 원고는 누락되었다.
1권에서 주인공 치치코프는 러시아 지방 도시 N에서 마닐로프, 코로보치카, 소바케비치, 플류시킨 등 이 지방 지주들에게서 죽은 농노를 성공적으로 구입한다. 그 과정에서 현지사에서 경시총감에 이르는 지방 관료들까지 참여한다. 그들은 치치코프의 매력적인 언행과 옷맵시, 화려한 사교계의 언어를 보고 그를 대단한 부자이자 교양인으로 여겨 환대하고, 그가 구입하는 농노가 죽은 농노인 줄도 모르고 그의 농노 구입을 도와준다.
치치코프는 왜 죽은 농노들을 구입하려 했던 것일까? 당시 제정 러시아에서는 7~10년의 간격을 두고 인구 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사이에 사망한 농노들에 대해서 지주들은 부당하게 인두세를 지불해야 했다. 치치코프는 실제로는 죽었지만 호적상으로는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농노들을 싸게 구입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을 빌려 밑천을 잡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방만한 생활로 카드놀이 등으로 빚더미에 앉아 인두세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지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즉 치치코프는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활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농노 구입 이후, 치치코프는 현지사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갔다가 이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열여섯 살의 소녀를 발견한다. 그러자 귀부인들은 질투 어린 시선을 던지고, 치치코프와 현지사의 딸인 소녀를 맹렬히 공격한다. 마침 죽은 농노 매매를 거부했던 노즈드료프가 술에 취해 나타나 치치코프가 죽은 농노들을 샀다고 폭로한다.
이후 치치코프에게 농노를 판 코로보치카마저 죽은 농노 매매 사실을 폭로하자 귀부인들은 이를 그와 현지사 딸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도피 행각으로 연결시키고, 관료들은 이를 최근의 불미스러운 범죄 사건과 연결시킨다. 이렇게 N시 전체에 치치코프의 정체성에 대한 뜬소문과 유언비어, 환상적인 이야기가 걷잡을 수없이 퍼져 치치코프는 N시를 조용히 빠져나온다.
2권은 세월이 흘러 약간 늙었으나 언행이 더 세련되어진 치치코프가 역시 같은 목적으로 한 지주에게서 죽은 농노를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치치코프는 텐테트니코프, 베트리셰프, 레니츠인 등에게서 죽은 농노를 구입하는 데 성공하고, 코스탄조글로에게서는 1만 루블을 빌려 흘로부예프의 비옥한 영지를 저렴하게 매입하고, 흘로부예프의 아주머니 하나사로바의 유언을 조작하여 막대한 유산을 가로챈다. 그는 한때 코스탄조글로의 영지 경영 방식을 들으며 건실한 지주로 아름다운 가정을 일구는 꿈을 꾸기도 하고, 전매 독점 상인 무라조프의 종교적 훈계를 들으며 기독교인으로 시골에서 소박하게 참회하며 살기로 작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주위의 모사꾼들이 치치코프를 유혹하여 그는 다시 죄의 길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추악한 죄들이 밝혀져 총독에게 잡히고 천하의 사기꾼에 불한당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무라조프의 도움으로 풀려나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무라조프와 기독교적인 통치 방식을 진지하게 논의한 총독인 젊은 공작은 지방 관료와 법관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들의 부패와 불의를 군사 재판 식으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가슴속에 숨겨진 러시아 정신을 강조하며 각자 자신의 의무와 이 땅에서의 사명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이 소설은 농노 체제를 기반으로 한 19세기 러시아 지주 사회의 도덕적 퇴폐, 관료 체계의 모순과 부정 등을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 그려낸,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인 “죽은 혼”은 중의적인 표현으로서, 문자적인 의미로는 ‘죽은 혼’이고, 19세기 러시아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는 ‘죽은 농노’라는 뜻이다. 고골은 종교적인 뉘앙스가 담긴 “죽은 혼”이라는 제목으로 동시대인들의 삶의 비속함을 풍자하고자 했다. 기독교에서 악인은 영적으로 잠들어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 상태로 비유된다. 고골은 『죽은 혼』에서 비속한 사람 혹은 악인은 몸은 살아 있으나 영혼은 죽은 것이아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비유적으로 “죽은 혼” 혹은 “산 송장”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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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제2권
주
해설 : 고골의 삶과 문학 세계
판본 소개
니콜라이 고골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