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의 생애 마지막 역작
“쉴러는 쉬지 않고 정신적인 자유에 대해 말했다.
그의 유산은 이후 낭만주의자들의 정신에 깊숙이 각인되었다.”
- 이사야 벌린
자유와 혁명의 우상, 빌헬름 텔
- 오스트리아의 폭정에 맞선 빌헬름 텔과 스위스 민중의 투쟁
쉴러 전공자에 의한 충실한 번역과 깊이 있는 해설
14세기 있었던 스위스 민중 봉기를 배경으로 한 『빌헬름 텔』은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최고봉을 이룬 쉴러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평생 ‘자유’를 화두로 삼은 그의 사상적 지향성과 작가로서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서 이 작품은 아동용으로 개작된 것이 주류를 이루어 순수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아쉬움을 주었다. 작품을 옮긴 문학 평론가 이재영은 쉴러 문학의 전공자답게 알기 쉬우면서도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보여 주었다. 또한 해설에서는 쉴러 사상의 핵심과 그의 문학 세계, 그리고 본 작품의 사회역사적 맥락과 내적 의미를 유기적이고도 깊고 풍부하게 조명했다. 그 밖에도 좀 더 실감 나는 작품 감상을 위해 작품 속 사건의 무대가 된 곳의 지도도 함께 수록했다. 이로써 본 번역서는 명실상부 『빌헬름 텔』의 대표적 번역서로 자리매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빌헬름 텔』은 1804년 괴테의 감독 아래 바이마르 궁정 극장에서 초연되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민중의 저항과 자유 의식, 심지어 폭군 살해의 내용까지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정치적 폭발력 때문이 공연이 금지되거나 많은 부분이 삭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결국 독일 연극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고, 19세기 후반부터는 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 되는가 하면, 오페라로도 개작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국민극의 반열에 올라 지금도 해마다 상연되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무엇보다도 빌헬름 텔이라는 인물의 대중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화살로 맞힌 것으로 유명한 빌헬름 텔은 역사가들에게 의해 비록 실존 인물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15세기부터 쉴러 당대에 이르기까지 자유와 혁명의 상징으로 수많은 작품에 등장했다. 특히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뒤로는 더욱 주목받았고, 혁명의 전설적인 선조로 즐겨 언급되었다. ‘자유의 시인’ 쉴러가 죽음을 앞두고 기력을 다해 창조해 낸 인물이 빌헬름 텔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그와 걸맞은 일이었다.
■ 줄거리
이야기는 만년설로 덮여 있는 알프스 산정 아래 푸른 초원과 호수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디에선가 목부의 노랫소리와 가축들의 방울 소리가 평화롭게 울려온다. 그러나 잠시 뒤 산 위에서 둔탁한 굉음이 들려오고 구름 그림자가 지나가더니 나무꾼 바움가르텐이 정신없이 달려온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겁탈하려고 했던 성주를 도끼로 찍어 죽인 뒤 기병들에게 쫓기는 중이었다. 바움가르텐은 거센 폭풍우가 치는 호수를 건너가게 해 달라고 애걸하지만 모두 난색을 보인다. 때마침 텔이 나타나 죽음을 무릅쓰고 바움가르텐을 도망시켜 준다.
한편 멜히탈이라는 젊은 농부는 관헌이 황소를 빼앗아 가려 하자 그를 때려눕힌 뒤 몸을 숨긴다. 그러자 태수 란덴베르크는 도망간 멜히탈을 대신해 그 아버지의 눈을 파내게 한다. 또 다른 태수 게슬러는 백성들을 가두어 놓을 감옥을 짓게 하는가 하면, 높은 장대 위에 자신의 모자를 걸어 놓고 그것에 절을 하도록 강요한다. 태수의 횡포와 억압에 참다못한 슈비츠, 우리(Uri), 운터발덴 주 사람들은 마침내 뤼틀리에 모여 동맹을 결성하고 텔에게도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텔은 “뱀도 가만있는 사람은 물지 않습니다”라며 동참을 거절한다.
이후 텔은 아들과 함께 폭군 게슬러의 모자가 걸려 있는 장대 앞을 지나면서 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로잡히고 만다. 목숨을 건지려면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놓은 사과를 화살로 맞혀야만 한다. 결국 사과를 명중시킨 텔은 풀려나는 듯했지만, 텔이 준비한 두 개의 화살 중 하나가 실은 게슬러를 겨냥한 것임이 드러나자 다시 압송되고 마는데…….
자유를 위해 부당한 힘과 상황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쉴러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스위스 역사, 지리, 풍속에 대한 책을 두루 섭렵했다. 이 작품에는 민중의 저항권과 민주주의적 혁신의 필요성을 옹호하면서도 과도한 폭력과 질서의 와해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 쉴러의 치열한 모색이 담겨 있다. 이 극은 민주주의에 대한 담대하고 심원한 옹호이며,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쉴러의 자유 의식이 그의 생의 끝자락에 찍어 놓은 굵은 마침표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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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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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4막
5막
스위스 지도
주
해설: 자유를 위한 저항과 혁명, 그리고 폭력
판본 소개
프리드리히 쉴러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