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으로 행복해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800km. 그 길을 왜 걷는가?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카미노를 열망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걸었고, 걷고 난 후 전하는 한결같은 얘기는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카미노를 걸으며 인간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느긋하고 단순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내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카미노는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깨달음의 스승이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어떤 길인가? 카미노는 분명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카미노를 걷는 사람들에겐 더 갖길 원하는 욕심의 길, 전쟁의 길이 아니라 더 많이 버리러 가는 평화의 길, 행복의 길, 아름다운 감동의 길이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득히 멀어지는 외로운 길, 그리움의 길이다.
그래서 카미노는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카미노엔 나이도 없고, 국적도 없고, 남녀 차별도 없다. 걷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걸을 수 있다는 확신, 걷고 말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누구든지 걸을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면.
예순여섯에 걷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이 책은 예순여섯에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800km를 걷게 된 여정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순례기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낯선 이국땅을, 그것도 배낭 하나 메고 걷기만 하는 그 순례의 길에 진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사실 800km를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힘든 길을 왜 걷게 된 것일까? 저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걸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 도대체 알 수 없는 마력의 그 비밀스런 힘에 이끌려”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자에게 산티아고 가는 길은 다분히 감동적이다. 저자는 “황톳길과 자갈밭길, 수많은 강과 언덕과 산,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밀밭길,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고개를 걷고 또 걸으며 황홀한 풍광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고통과 고행을 수반하는 고독 뒤에 혼자만 느끼게 되는 행복,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긴 풍광을 ‘아름답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카미노를 열망하는 순례자들을 위해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구석구석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순례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는 길마다, 머무는 곳마다 다음 순례자들을 배려하는 저자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전하고 싶은 마음, 이 책이 대부분 자기 만족에 그치는 다른 여행기와 구별되는 이유다.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카미노의 전설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로부터 탄생했다. 전설에 의하면 야고보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까지 걸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헤롯왕에 의해 순교를 당한다. 그의 시신은 돌로 만든 배로 옮겨져서 바다에 띄웠는데, 그 배가 놀랍게도 산티아고 부근에 도착했다. 야고보를 추종하는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시신은 산티아고에 묻힐 수 있었다. 그렇게 전설은 잊힐 뻔했다.
하지만 800년의 세월이 흘러 수도승 페라요가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했고, 야고보의 무덤 위에 산티아고 대성당이 세워졌다. 그 후 수많은 사람들이 야고보의 무덤을 참배하기 위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했는데, 목숨을 걸고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그들은 ‘순례자’로 불렸다.
그 당시 스페인 북부는 이슬람 세력 치하에 있었는데, 산티아고 순례는 국토 회복 운동과 맞물려 있었다. 밤에는 순례자들이 은하수를 따라서 걸었다고 해서 은하수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은하수 길의 최종 목적지는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였다. 15세기까지 순례의 길은 번성했고, 길을 따라 수많은 유적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유적지보다 훨씬 다양하고 놀라운 전설들이 탄생했다.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던 그 길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1982년 로마 교황이 산티아고를 방문하면서부터다. 교황 방문을 계기로 유네스코는 1987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유럽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1993년에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지금은 해마다 약 600만 명의 사람들이 산티아고로 몰려들고 있다.
여정
생장피드포르→론세스바예스→주비리→팜플로나→푸엔테 라 레이나→아예귀→로스 아르코스→비아나→로그로뇨→아조프라→그라뇽→벨로라도→아게스→부르고스→온타나스→베가→시르가→쿠에자→사아군→라네로→레온→오르비고→아스토르가→라바날→몰리나세카→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조→오 세브레이로→트리아카스텔라→바르바델로→포르토마린→팔라스 데 레이→아르주아→몬테 도 고뛁→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피네스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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