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마다 뉴스 시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두 나라가 있다. 하나는 전대미문의 세계 최강(!) 미국이고, 또 하나는 강대국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의지는 결코 평등하게 혹은 공정하게와 무관하게 행사될 수 있음을 만천하에 공언하는 나라, 이스라엘이다. 이 두 국가는 결코 국제사회에서 일반화된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를 존중하거나 유지할 의사가 없다. 이들이 바로 이번에 소개되는 ""하얀 암사자""의 작가 헤닝 만켈이 말하는 선민의식에 빠진 오늘날 '보어인'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하얀 암사자』는 200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다섯번째 여자』, 2001년 『미소지은 남자』,『한여름의 살인』에 이은 네번째 작품이다. 헤닝 만켈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명성에 걸맞게, 변함없이 뛰어난 작품성과 장중한 스케일, 놀라운 추리소설적 요소들을 완벽하게 결합시켜 그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작가가 일약 세계적인 범죄소설 1인자로 자리잡은 것은 바로 1998년에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다섯번째 여자』(2000년 출간, 2002년 개정판)가 서적상들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부터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2001년에 출간된 『미소지은 남자』는 같은 해 독일어로 번역 출간되어 해리포터 시리즈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작가의 '발란더 시리즈'는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 3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독일어 등 30여 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발란더는 스웨덴 지방에 근무하는 약간은 촌스러운 중년의 수사관이다. 그는 그리 잘나지도 그리 탁월한 치밀함을 가진 수사관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독자를 사로잡는 그만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헤닝 만켈의 작품을 이끈다. 그는 이혼했고,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이 그의 유일한 말동무다. 물론 근교에 아버지가 살고 있지만 그들 사이는 발란더가 경찰관이 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로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관계다. 그는 수사가 풀리지 않고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이면, 댄스 바에 가서 낯선 여자들과 춤도 추고 만취해서 길에 토하기도 한다. 또 늘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을 그리워하면서도 오랜만에 전화해선 불쑥 신경질만 내고 전화를 끊기도 한다.
발란더의 이런 모습은 오늘을 사는 외로운 우리의 모습 그대로이다. 또 그가 이렇듯 어수선하고 촌스럽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좋은책만들기>에서는 국내의 빈약한 추리문학 시장에서 나름의 의지를 갖고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발란더 시리즈는,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작품 구성과 문학성을 저버리지 않는 작가적 자존심이 빛나는 유럽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 헤닝 만켈의 추리선이다. 그의 소설이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그의 차기 작품에 대해 늘 문의가 쇄도하는 것은, 그의 뛰어난 작가적 역량과 그의 글만이 가진 놀라운 흡입력 때문이리라. 물론 아직 국내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란더의 골수팬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은 큰 위로가 되고 있다. 헤닝 만켈은 자신의 글쓰기의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끔찍한 사회를 조금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에서 글을 쓰고 있다. 해가 갈수록 사회의 모습은 열악해지고 있으며, 착취와 굴종이 증가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이러한 사회에 대한 저항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하얀 암사자』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너와 나, 우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옳지 않은 일에 대해 혹은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것도 그것을 행하는 죄악만큼이나 끔찍한 해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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