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역사학자가 목숨과 바꾼 기념비적 역작!
2004년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쪽 17번 고속도로변 길가의 차 안에서 한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일본의 우익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리다 권총 자살로 죽음을 맞은 그녀의 이름은 아이리스 장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
그 해 11월 13일 뉴욕에서 열린 그녀의 추도식에서 그녀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 추이밍후이 뉴욕대학 영화과 주임은 아이리스 장이 1997년 을 출간한 뒤 일본 우익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협박편지와 전화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책 출간 이후 계속해서 전화번호를 바꿔왔다고 밝혔다. 아이리스 장은 가까운 친구들과도 전화 대신 이메일로만 소식을 주고받았고 친척들에게조차 남편과 아들 소식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이밍후이는 아이리스 장이 한국어판 제목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The Rape of Nanking>을 출간한 이후 줄곧 공포와 협박 속에서 생활해왔고, 그 결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정신과 진료를 받다가 결국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왜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을 썼나
아이리스 장은 1967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미국국적의 중국인 2세로 출생하였다. 그후 부모님과 함께 일리노이주 샴페인-어배너에서 이주해 살았다. 그녀는 중국어와 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였으며, 일리노이대학에서 저널리즘 전공으로 학위를 받고, 나중에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문학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대학 재학중 과 <시카코트리뷴>에서 잠시 기자생활을 하다가 전업작가로 나선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26세였는데, 첫번째 책은 <누에의 실Tread of the Silkworm>로 중국 미사일 프로그램의 아버지인 치엔 슈 센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중국 태생의 한 과학자가 미국에서 우주탐험 개척을 위해 활동하다가 1950년대 초 미국에서 반공선풍이 한창일 때 공산주의자로 몰려 중국으로 추방된 것을 배경으로 하여, 중국으로 추방된 이 과학자가 나중에 중국에 ‘실크웜’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저서가 바로 그녀의 운명을 뒤바꾼 문제의 책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The Rape of Nanking>(1997년)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폭로한 것이다. 이 책은 은 출간된 첫해에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고 60만부가 팔려나갔다.
아이리스 장은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다큐멘터리 작가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난징 희생자들을 위해 싸우는 행동주의자이자 미국내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된다. 또한 책이 출간된 후 열린 미국의 한 티브이 토론회에서 아이리스 장은 주미 일본대사와의 격렬한 논쟁에서 철저한 증거와 논리로 일본대사를 압도하여 꼼짝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편 이 책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증언자들의 인터뷰, 자료사진 등을 통해 1937년 난징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생생히 되살려, 영어로 쓰여진 난징대학살에 대한 훌륭한 첫 번째 보고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후 일본 학자들과 일본의 우익 세력들은 “아이리스 장의 책은 사실 왜곡과 날조”라고 반박하며 아이리스 장에게 전화와 메일, 시위 등의 방법으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책을 일본에서 한 출판사가 번역출판하려고 하자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책을 반일위서(反日僞書)로 규정하고 출간을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개최하였다. 결국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The Rape of Nanking> 일본판을 출간하려고 했던 출판사는 계약을 파기하고, 일본에서는 출판조차 되지 않은 이 책의 비판서들이 등장하고 그 비판서들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까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난징 희생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방관한 채 수십년간 중국 정부도 대만 정부도 그리고 수많은 역사학자들도 침묵하고 있는 동안 진실을 향한 순수하고 지적인 열정으로 수백만 명의 방관자들 속에서 난징의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을 위해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결국 난징에 남아있는 수십만 개의 주인 모를 무덤에 바치는 묘비명이라고 명명한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The Rape of Nanking>은 그녀의 진실을 향한 열정과 가녀린 목숨을 모두 던져 이뤄낸 기념비적인 역작이 된 것이다.
난징대학살이라는 사건과 아이리스 장
그녀가 난징대학살 사건에 접하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그녀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1930년대 말 일본군이 난징에 침입했을 때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조부모들이 난징 학살사태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났던 것이다. 후에 그녀는 한 텔레비전 방송의 작가와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난징 대학살이 어찌나 끔찍스러웠던지 수 천, 수 만 명의 중국인들이 살육당하고 그 시체들이 양쯔강에 던져져 강물이 붉게 물들다시피 했었다고 말해주곤 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나중에 이 사건에 관해 더 알아보리라고 마음먹었었습니다.""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도서관에서 관련 책자나 자료를 찾아 나섰지만 미국의 도서관들에서는 난징에 관한 책들을 별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리스 장은 난징 대학살에 관해 누락되고 빠진 부분의 얘기들을 진실을 향한 집념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찾아나갔다. 그녀는 전세계에 걸쳐 학살의 기록을 찾아다녔는데, 특히 그녀가 주목했던 인물은 당시 난징에서 활약했던 독일인 사업가이자 나치당원이었던 욘 라베였다. 욘 라베는 당시 중국 난민의 영웅이자 살아있는 부처였다. 아이리스 장은 욘 라베의 흔적과 기록을 찾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드디어 욘 라베의 유족으로부터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된다. 그 귀중한 자료 속에서 욘라베는 난징에서 영웅적인 존재였지만, 귀국후 독일에서의 말년은 영양실조로 피부병에 걸리고 가족을 굶길 수밖에 없는 그저 무기력한 존재로 늙어 죽어가고 있었던 진실도 찾아낸다.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The Rape of Nanking>출간과 자살, 그리고 그후
워싱턴에 있는 공공정책 연구소 ‘뉴 아메리카 재단’의 아시아 전문가, 스티븐 클레몬스씨는 아이리스 장이 용기 있고 명철한 두뇌의 젊은 역사가였다고 회상한다. ""아이리스 장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아시아에 관해서만 아니라 미국내 인종관계에 대해 반성하게 만드는 광범위한 논쟁에 막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아이리스 장의 출판 대리인이었던 베이직북스의 수잔 레비너(Susan Rabiner)에 의하면 아이리스 장은 뛰어난 대담자로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얘기를 끌어냈으며 또한 지칠 줄 모르는 진리의 탐구자였다고 한다. 이러한 그녀의 열정 덕택으로 난징의 영웅 욘 라베가 사건 당시 수많은 중국인들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내용을 기록한 일기장을 그 후손으로부터 입수해 저술에 인용했다고 레비너는 지적한다. 아이리스 장은 또 자신의 저서에 소개된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진정으로 자신의 고통으로 느꼈다고 한다. 뉴아메리카 재단의 스티븐 클레몬스는 그녀가 피해자들의 진술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심없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파고들곤 했다고 증언한다.
자신의 책 에 대한 열정적인 노력은 남편 브레턴이 “그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한대로 저술활동에 혼신을 다 바쳤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과의 대담에서 밝힌 그대로였다. 때문에 아이리스 장은 자신이 발굴해낸 고통스러운 소재들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신적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한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아이리스 장은 세 번째 책으로 자신의 가족처럼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인종차별에 맞서야 하는가를 기록한 를 쓰고난 뒤에, 사망할 당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바타안 반도에 있는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억류돼 있던 미국 군인들에 관한 얘기를 집필중이었다. 그녀는 이 때도 계속 일본 우익세력의 협박 전화와 메일 등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시체가 캘리포니아 외곽 로스 산토스 고속도로 위에서 발견된 것이다.
저명한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는 아이리스 장을 차세대 최고의 역사학자라고 격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녀는 36세의 나이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요절한 것이다.
아이리스 장의 죽음과 함께 난징의 참혹한 만행도 덮여지는 것 같더니 2006년 들어와서 다시금 난징대학살에 대한 진실규명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12월 12일을 ‘난징대학살 기념일’로 제정했으며, 난징대학살 70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에는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아이리스 장이 자신의 책 속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사건은 영화화도 되었는데, 난징의 학살은 영화화도 안되었다고 안타까워한 바 있는데 영화화도 된다. 석양의 무법자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이자 아카데미상을 휩쓴 밀리언달러베이비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명성을 얻은 클린트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 중국 배우로는 장쯔이와 양쯔충(양자경)이 출연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며, 2007년 12월 전세계에 동시 개봉된다고 한다.
결국 목숨과 바꾸고 ‘The Rape of Nanking’을 남긴 채 떠난 아이리스 장의 혼백 앞에서 후세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 한다”는 아이리스 장의 경고 앞에서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지금도 역사를 자신의 방식 대로 만들고 기록하며 이루어가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태어나는 또다른 용기있는 이들에 의해 그녀가 목숨을 걸고 추구했던 진실의 규명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향한 노력이 계속되어지길 아이리스 장은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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