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 전성기는 지금, 지금처럼 다양한 잡지가 생긴 적이 없어요.”
책보다 빠르고 신문보다 깊은 매체를 만드는 창의적 노동에 관하여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잡지가 있다. 연예인이 표지에 나오고, 잡지를 사면 정가보다 비싼 부록을 주며, 소개된 물건이 웬만한 월급보다 비싸고, 많은 물건의 가격이 미정인 그 잡지. 어떤 이는 광고가 많다고 불평하고 어떤 이는 잡지를 열독하며 다가올 미래를 먼저 만난다. 1억 4천만 원짜리 손목시계부터 벼룩시장에 나온 밥그릇까지, 욕망을 자극하는 화보부터 속 깊은 인터뷰, 차가운 칼럼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과 인물과 사건에 예민하게 관심이 날 서 있는 매체. 누가 어떻게 만들고 왜 만들고 있을까? 월간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였고 현재 매거진 <B> 에디터로 일하며 ‘상업적인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 저자 박찬용은 이 책에서 잡지를 만든 경험과 고민, 매체 안팎에 얽힌 궁금증, 잡지 에디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의 예술과 마감 사이
짜릿한 순간도 있었고 잡지 에디터가 된 것을 후회했을 때도 있었다. 초호화 리조트 취재를 가기도 하고 퇴직금을 노동청에서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1년에 두 번 패션위크에 초대받고 멋진 신제품을 먼저 만져보기도, 연예인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잡지 에디터는 한 달에 2주 정도는 야근을 하고 목돈 대신 지병을 얻는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에 속한다. 그러나 이 직업에는 멋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잡지 에디터는 무슨 일을 할까? 기자와 에디터의 차이는 뭘까? 저자는 기획부터 섭외, 인터뷰, 사진 촬영, 원고 작성, 정산까지 모두 맡아서 하는 에디터의 업을 일컬어 “페이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한 달 내 최신 트렌드를 취재하고, 사진가를 섭외해 화보를 찍고 인터뷰를 하며, 새벽녘까지 원고를 만들어 비문을 다듬는 일까지 잡지의 깊숙한 내부 이야기와 페이지를 제작하는 과정을 특유의 세련되고 위트 있는 글로 풀어낸다.
“왜 잡지에는 비싼 것만 나와요?” 우리가 잡지에 관해 궁금해 했던 FAQ
“광고가 너무 많아요”, “취향도 좋으시겠어요”, “섹스칼럼은 어떻게 쓰는 거예요?”, “마감할 때 꼭 밤을 새야 해?” 사람들은 잡지에 대해 궁금한 점도, 불평도 많았다. 많은 이들이 묻는 잡지 안팎에 얽힌 궁금증에 답한다. 과연 잡지 광고가 독자들에게 불필요한 페이지인지, 왜 잡지에는 비싼 물건이 소개되는지, 왜 잡지에는 외래어가 많이 나오는지, 고가 제품 옆 가격미정이라는 단어에 숨은 여러 속사정, 연예인 섭외와 인터뷰 이야기 등 잡지 페이지 뒤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교정사 봉소형, 사진가 김참, <보그> 패션에디터 홍국화와 진행한 인터뷰도 담겨 있다. 글을 날카롭게 교정하고, 감각적인 사진을 찍고, 잡지가 좋아 맹렬히 일하는 업계 베테랑들의 이야기는 한 장의 페이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잡지 관련 종사자들의 일과 직업정신을 느끼게 한다.
“인터넷이 잡지를 망가뜨렸나요?” “아니요?”
이 책은 잡지를 만드는 내부자의 수기이자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관련자의 눈으로 풀어낸 관찰기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은 종이매체의 쇠락을 가져왔고 잡지업계 역시 위태로워졌다. 이와 동시에 빠르게 변화를 맞고 있다. 많은 잡지가 없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 살얼음판 같은 변화 속에서 발견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새로운 잡지가 태어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이 읽는다. 스마트폰과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와 SNS 덕분이다. 정보를 접하기 위해 돈도 계속 쓴다. 유사 이래 가장 많이 읽고 토론하는 시대가 됐다. 저자는 신문보다 깊고 책보다 빠른 잡지의 리듬이 현재의 미디어 플랫폼 상황과 매우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과 글로 이루어진 잡지 페이지 제작 기술은 웹페이지 제작이라는 미디어 환경과 맞춤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잡지 업계는 양질의 독자라는 아주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잡지의 전성기는 지금.” 들으면 의아하지만 모두가 숨 쉬듯 살고 있는 잡지화된 세상과 이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1983년 부산 서구 출생. 1987년 부친의 고향인 서울로 왔다. 본적지인 종로구를 오가며 금천구와 영등포구에서 오래 살았다. 2010년 마포구에 있는 서강대학교 영미어문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겨울부터 2012년 여름까지 서초구에서 여행잡지 <오프>와 시계잡지 <크로노스> 에디터로 일했다. 2012년 여름부터 2018년 여름까지 강남구에서 남성잡지 <젠틀맨>과 <루엘>과 <에스콰이어> 에디터로 일했다. 2018년 여름부터 용산구에서 매거진 <B>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2018년 늦가을 《요즘 브랜드》라는 책을 냈다.
기본정보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에세이 같은 자기소개를 요청했고 나는 최대한 그 뜻에 따르고 싶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서 발라드를 부르는 기분으로 몇 자 더 붙인다.
잡지를 동경해서 일을 시작했다. 뭘 하는지 모르니까 이걸 하면 뭔가 멋있게 살 줄 알았다.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잡지 제작이라는 일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 신기한 걸 구경할수록 일상이 수수해졌다. 잡지 에디터를 둘러싼 세간의 편견과 반대로 살게 됐다. 저축 열심히 하고 술은 거의 안 마신다.
2010년대의 한국에서 잡지 에디터로 일하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에 감사하며 늘 최선을 다 하려 노력한다. 다 같이 만든 결과물을 보면 여전히 감격한다.
프롤로그_잡지를 읽어본 적이 있는 분들게
잡지 에디터는 무슨 일을 할까
잡지에는 왜 비싼 물건만 나올까
직배송된 외국어
취향이 뭐길래
사진가, 디자이너, 교정사와 일하기
인터뷰-봉소형, 교정사
인터뷰란
잡지와 광고주
인터뷰-김참, 사진가
마감 중의 잡지사에서 일어나는 일
어떤 잡지 에디터가 산 것들
인터넷은 잡지업계를 망가뜨렸을까
섭외 이야기
편집은 신의 일
섹스칼럼 같은 건 누가 어떻게 쓸까
잡지와 연예인
에디터라는 직업의 만족도는 몇 점쯤 될까
잡지 에디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뷰-홍국화, <보그> 에디터
어느 잡지 에디터의 생활
일의 보상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너는 좋겠다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