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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 - 고전에서 찾아낸 뜻밖의 옛 이야기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등록일2019-06-17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113 M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고전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48권의 고전에서 길어올린 우리 역사의 진면목!!
사소하지만 생생하고, 낯설지만 자유롭다
실록 밖에서 찾아낸 새로운 역사


‘기록의 나라’ 조선은 왕이 사망하면 그가 재위하는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의 기록을 엮어 실록으로 남겼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0여 년 동안 시간순으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록한, 1893권 888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역사서다. 과연 ‘기록의 나라’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사正史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록 밖에도 역사는 존재한다. 성리학의 도입과 함께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대부들은 방대한 저작물을 양산해냈다. 시와 수필, 상소, 행장, 비문 등 형식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상과 정치, 제도, 과학, 역사, 인물, 세태, 풍속 등 다루는 분야도 실로 광범위하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신분제도가 느슨해지면서 일부지만 여성은 물론, 중인 이하의 하층민들도 기록물을 생산하여 우리의 기록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남긴 저작물에는 실록에서 다루지 않은 사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실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식적인 기록이 아니라 개인들의 자유로운 기록이다 보니, 자신들이 살핀 왕의 인간적인 면모부터 널리 알려진 위인들의 바람기, 민초들의 고단한 삶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양념처럼 해학과 풍자까지 함께 녹아 있다. 저자 배한철이 율곡의 《석담일기》에서 《어우야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전에 주목한 이유다. 개인이 남긴 문집과 야사집 등을 통해 실록에서 다루지 않은 뒷이야기를 발굴함으로써 진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저자가 다양한 고전을 통해 역사를 이렇듯 새롭게 해석한 것은 역사가 엄숙하고 준엄한 의식으로 무장한 무거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평소 지론 때문인지도 모른다. 왕부터 천민까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과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다양한 관점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이야기한다. 박물관과 종갓집을 종횡무진 누비며 만난 다양한 고전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 그리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고전으로 역사의 퍼즐을 맞추다
✔ 사도세자는 정말 노론의 희생양일까
✔ 선조는 정말 무능한 군주였을까


태종은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한 세대를 건너 손자인 세조가 다시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에 오르는 비극이 반복됐다. 그러나 태종과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평가는 건조하게만 느껴진다. 건국 초기 왕권을 강화하고 국가의 기틀을 확립했다는 식이다. 물론 그 또한 사실이지만 실록의 편찬자들 역시 태종과 세조를 좇던 무리였기에 어쩌면 이 같은 평가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인 평가는 실록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태종과 세조의 행동이 패륜이며 불충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실록이 정본에 가까운 역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실록만을 역사의 전부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에서 이 같은 경우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하고 첨예한 문제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임오화변은 그 자체로도 끔찍한 사건이지만, 아버지가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인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래서 영조를 왕위에 앉혔던 노론이 정치적으로 소론의 손을 들어주던 사도세자를 음해하여 제거했다는 견해가 전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훗날 정조의 생각이 반영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 씨는 《한중록》에 사도세자의 정신병이 심각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기록한다.

사도세자는 ‘의대증衣帶症’이라는 희귀병도 앓았다. 옷을 갈아입기를 고통스러워하는 강박증이다. 혜경궁 홍 씨는 “옷을 한 번 입으려면 스물에서 서른 벌의 옷을 준비해야 한다”며 “입지 못한 옷은 귀신을 위해 불태우기도 했다”고 했다. …(중략)… 게다가 사도세자가 마음을 의지했던 정성왕후, 인원왕후가 같은 해 승하하자 세자의 증상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그해 6월 화증이 더하여 사람 죽이기를 시작했다. 내시 김한채를 죽여서 그 머리를 잘라 들고 다니면서 내인들에게 둘러보였다. 혜경궁 홍 씨는 “내 그때 사람의 머리 벤 것을 처음 보았으니 흉하고 놀랍기 이를 것이 있으리요”라고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세자는 사람을 죽이고야 마음을 풀리는지 내인 여럿을 죽였다.

이처럼 실록에 나와 있는 사실에 개인들이 남긴 기록을 더해 종합하면 보다 진실에 가까운 역사를 만나게 된다. 선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조가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무능한 군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율곡 이이의 문집 《석담일기》에 그려진 선조는 우리의 선입견과 많이 다르다. 학문과 예술, 인재를 사랑하고 검소하게 백성의 고통을 보듬을 줄 아는 임금으로 그려진다. 세상 어디에도 선하기만 한 사람, 혹은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하고 좋은 점이 있는 반면, 부족하고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사는 사건이나 인물의 단선적인 면만을 기술하기 때문에 좋거나 혹은 나쁜 면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속성에 주목해 50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고전을 뒤져서 정사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사건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역사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간다. 그렇게 사건과 인물의 진면목, 진짜 역사에 다가선다.

우리가 알던 위인들의 새로운 모습
✔ 단종의 비를 탐했던 뻔뻔한 신숙주
✔ 처갓집 여종과 바람피우다 걸린 이항복


고전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위인들의 의외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했고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결국 영의정의 자리에까지 오른 신숙주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김택영이 쓴 역사서 《한사경》을 보면, 신숙주가 세조에게 단종의 비 정순왕후를 자신의 첩으로 달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전해진다. 윤근수의 《월정만필》과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서도 같은 내용이 전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한때 군주로 모셨던 단종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들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정순왕후를 자신의 첩으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후 신숙주와 그의 가문은 승승장구했으나 사람들은 그의 이런 삐뚤어진 탐욕을 이야기하며, 조카의 왕위를 탐한 세조보다 군주의 아내를 탐했던 신숙주가 오히려 더 악독하다고 욕했다.
신숙주처럼 후대에 크게 지탄을 받을 만한 심각한 이야기도 있지만, 《고금소총》이나《어우야담》 같은 민담과 야사에 등장하는 위인들의 모습은 엄숙하고 단정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오성과 한음 설화의 주인공 이항복은 도원수 권율의 딸과 혼인하면서 데릴사위가 되어 처가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항복은 처갓집 여종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뻔뻔스럽게도 장인에게 책 읽을 조용한 독서당을 얻어달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여종과 바람을 피우다가 장인 권율에게 딱 들킨다. 그 다급한 상황에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농담으로 넘기는 이항복에 권율도 할 말을 잃고 따라 웃는다. 다소 과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런 성격을 가진 이항복이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들과 관료를 어떻게 대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처럼 역사에는 권력 투쟁과 국가의 운명 같은 무겁고 엄숙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황희나 퇴계 이황, 율곡 이이처럼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은 물론이고 신사임당, 황진이와 같은 여인들, 노비 출신이었지만 정승이 된 반석평과 같은 이들이 삶이 하나하나 모여 역사가 되는 것이다. 실록에 기록된 역사적인 사건들의 흐름에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피는 것도 역사의 본 모습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까지 역사는 언제나 왕이나 권력의 중심에 있던 신하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에게 더 의미 있고 친근한 역사는 오히려 그 중심에서 멀리 있는 것들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어느 이름 없는 선비의 서재에 꽂혀 있던 문집에 담긴 생소한 이야기가 진짜 역사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조각이 된다. 평면적인 역사에 인물들의 성격과 전후 사정을 풍성하게 덧붙여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훨씬 더 자유로워서 새롭고 재미있는, 날 것 그대로의 역사가 전해진다.

저자소개

구미 출신으로 1995년 〈매일경제〉에 입사했다.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정책 기사를 주로 써왔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경영학으로 내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저널리즘이 유명한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필자의 오랜 꿈은 역사학도였다. 당시에는 역사가 단순히 연대를 나열하고 사건이나 제도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지루한 과목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난 국사 선생님이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역사 수업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했던 필자를 열광시켰다. 2012년 우연찮은 기회에 문화재 관련 취재를 맡으면서부터 묻어두었던 역사학도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현재 〈매일경제〉와 네이버에 한국사와 고미술, 고전 등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을 쓰고 있다. 역사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오늘도 고전과 문화재를 찾아 기자수첩을 들고 박물관과 종갓집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사 스크랩》(2015년 세종도서 선정),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2016년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선정, 2017년 세종도서 선정)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고전의 눈으로 본 새로운 역사 5

1장 지존의 삶
왕들의 모습과 생애 17
성군의 황당한 돌출행동 28
반전의 종결자, 선조 37
다재다능했던 왕들 49
곁들여 읽기 - 무수리의 자식, 탕평의 화신이 되다 59

2장 위인들의 이면을 엿보다1
우리가 아는 그 사람 맞아? 예상 밖의 위인史 68
인물로 읽는 한국사 81
실록 밖 위인評 90
곁들여 읽기 - 퇴계를 모욕한 조식 102

3장 시대에 맞선 조선의 여인들
옛 여인, 예술혼을 불태우다 112
말을 아는 꽃, 기생들의 슬픔 121
그녀들의 고단한 인생 132
곁들여 읽기 - 유교적 굴레 벗어 던진 대학자의 아내 142

4장 위인들의 이면을 엿보다2
바람난 위인들 152
무소불위 세조의 남자들, 일백 번 고쳐 죽은 충신들 164
잊힌, 그러나 미친 존재감의 인물史 176
곁들여 읽기 - 살인을 일삼은 사도세자는 사이코패스 186

5장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다
최강의 전투력에 속수무책 무너지다 196
수치스러운 전쟁의 기록 208
전쟁, 아비규환의 비극 218
종전, 그러나 다시 원점 227
곁들여 읽기 - 일본에 다녀온 선비, 남창을 보고 아연실색하다 238

6장 그 시절 삶의 현장보고서1
비구니 절에서 웬 아기 울음? 248
유학자의 나라, 일본책을 수입하다 259
문화유적의 원형을 보다 270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역사 282
곁들여 읽기 - 정조가 장수했다면 조선이 바뀌었을까? 294

7장 금강산도 식후경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문화 304
궁핍해도 배부르게 조선인의 식습관 313
옛 사람의 건강법 323
곁들여 읽기 - 정부인이 꼽은 최고의 음식 ‘개고기’ 333

8장 그 시절 삶의 현장보고서2
상전은 빼앗고 백성은 속이고 340
아전들 대물려 도적질하다 349
‘백의민족’의 진실 358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367
곁들여 읽기 - 임금들의 초상화가 불타다 375

9장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
조선人을 말하다 384
조선國을 말하다 393
조선史를 말하다 400
곁들여 읽기 - 조선의 마지막 황제, 치료 불가능한 고자? 407

참고했던 책과 저자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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