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세상,
이대로 알고리즘에게 다 맡겨도 괜찮은 것일까?
● 정보를 검색하는 알고리즘
●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는 알고리즘
● 영화, 음악, 책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 미래의 범죄자를 예측해주는 알고리즘
● 주식 거래를 수행하는 알고리즘
● 결혼 상대를 찾아주는 알고리즘
일상을 지배하는 은밀한 권력, 알고리즘의 민낯을 공개한다!
어느 날, 미국 슈퍼마켓 체인 타깃(Target)의 미니애폴리스 지점 사무실에 한 남성이 난입하여 쿠폰 다발을 흔들며 소란을 피웠다. “내 딸이 우편으로 받은 쿠폰들이다!” 그 남성은 격분하여 외쳤다. “그 아이는 아직 학생이야. 그런데 당신들이 아기 옷, 아기 침대 쿠폰을 보냈어. 이게 뭐하는 수작이야? 임신하라고 꼬드기는 거야, 뭐야?” 직원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며칠 후 직원이 재차 사과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그 남성은 미안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딸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내가 모르는 몇 가지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8월에 아기가 태어난다는군요.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 해요.”
이것은 2012년에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소개된 유명한 일화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고객의 소비패턴을 파악해서 고객의 임신여부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있었다. 오늘날 알고리즘은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단순한 작업에도 수많은 알고리즘들이 작동한다. 검색어를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알고리즘, 검색 알고리즘, 검색 결과의 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검색창에 나에게 맞는 광고를 띄워주는 알고리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발을 검색했더니 자꾸 신발 광고가 따라 붙는 것 같다면, 그것도 알고리즘의 짓이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썼다가 도용이 의심된다며 결제가 막힌다면, 그것도 알고리즘의 짓이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고 직원과 상담하기 위해 유난히 오래 기다린 적이 있다면, 그것도 알고리즘의 짓이다. 이렇듯 우리는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알고리즘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수학 시트콤』, 『물리학 시트콤』, 『음악 본능』 등의 전작에서 유쾌하고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독일의 과학 전도사 크리스토프 드뢰서가 이번에는 컴퓨터 과학을 주제로 책을 냈다. 『알고리즘이 당신에게 이것을 추천합니다』(원제 : TOTAL BERECHENBAR?)에서 드뢰서는 알고리즘이라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단어임에도 정작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힘든 대상의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우선 알고리즘에 대해 대중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환상을 걷어낸다.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는 복잡한 기계장치, 컴퓨터 프로그램, 인공지능과 같은 고차원적인 속성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알고 보면 알고리즘의 원리는 간단하다. 저자는 알고리즘의 실체를 알고리즘들이 가진 공통적인 속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1) 시작과 끝이 있고, 2) 유한하게 많은 지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3) 각 단계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지시 계열이다. 드뢰서는 이를 ‘요리법’에 비유한다. “요리법을 따라 하려는 독자는 어떤 단계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그저 완고하게 지시를 따르기만 하면 필연적으로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진다.”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때때로 그 배후에 숨겨진 지능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상은 프로그래머가 미리 입력한 지시를 컴퓨터가 순서대로 실행한 결과물일 뿐이다.
이어지는 장들에서 드뢰서는 어려운 개념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는 그만의 특출한 설명 능력을 발휘하여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알고리즘들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저자는 앞서 알고리즘을 요리법에 비유한 것처럼 쉬운 비유와 예시를 통해서, 때로는 간단명료한 그림의 도움을 받아서 각각의 알고리즘의 원리를 풀어낸다. 특히 소수(素數)나 소인수분해 같은 수학적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페인트 교환의 비유를 통해 암호화 알고리즘의 본질을 설명해내는 저자의 설명 능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또한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의 저력이 담긴 알고리즘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본문의 마지막 장은 2016년의 알파고 신드롬 이후로 한국에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딥러닝’과 ‘신경망’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신경망은 인간이나 동물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본떠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며 주어진 입력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신경망은 기존의 컴퓨터 알고리즘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스스로 학습한 신경망은, 그 작동 규칙을 분명하게 밝힐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의 뇌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사진을 식별하도록 훈련 받은 신경망이 어떻게 개와 고양이 사진을 구별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신경망을 개발한 프로그래머도 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경망은 기존의 컴퓨터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신경망의 훈련은 프로그래머가 입력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경망을 비롯한 정교한 알고리즘들은 점점 더 많은 인간의 일을 떠맡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당신은 집을 사기 위해 대출 받으러 은행을 방문한다. 은행의 상담원은 신용평가 알고리즘에 당신의 인적사항을 입력한다. 알고리즘이 당신이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과 대출 이자를 모니터에 띄운다. 알고리즘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결과를 도출했는지 누구도 설명해줄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저자는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을 섣불리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를 위협하는 알고리즘에 대항하는 선언문이 아니지만 알고리즘의 어두운 면을 보지 않고 알고리즘이 가져오는 축복만을 찬양하는 책도 아니다. 나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의 주장을 고사성어로 표현하자면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할 수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절대로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알고리즘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알고리즘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 또는 공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그 능력과 한계를 깨닫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알고리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고 그 본질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좋든 싫든 알고리즘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 Die Zeit』의 과학 담당 편집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 『메디움 마가진 Medium Magazin』은 2005년에 드뢰서를 ‘올해의 과학 언론인’으로 선정했고, 독일 수학협회DMV는 2008년에 그에게 언론인상을 수여했다. 1997년부터 연재한 일상적인 속설에 관한 과학 칼럼 「맞아요? Stimmt’s?」는 책으로도 엮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저서 가운데 특히 『수학 시트콤 Der Mathematikverfuhrer』은 독일에서 수학 신드롬을 일으켰다. 뒤이어 출간한 『물리학 시트콤Der Physikverfuhrer』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물리학 이야기로 열띤 반응을 얻었다. 또한 『음악 본능 Der Musikverfuhrer』에서는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라는 물음을 최신 과학 연구와 풍부한 일화를 바탕으로 풀어냈다. 그 밖의 저서로는 『무한도전 신비한 수학탐험 Wie groß ist unendlich?』 『일기예보, 믿을까 말까? Das Lexikon der Wetterirrtumer』(예르크 카헬만 공저)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현대의 미신들 Wenn die Rocke kurzer werden, wachst die Wirtschaft. Die besten modernen Legenden』 등이 있다.
http://www.droess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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