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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버트런드 러셀 지음, 신혜연 옮김 | 김오
  • 등록일2019-02-0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30 M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교외의 사탄』이후, 러셀의 두 번째 소설
『악몽』


분량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일일이 역주로 처리했더라면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조금 덜어줄 수는 있었겠지만, 러셀의 소설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즐거움을 오롯이 선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지식과 풍자의 장으로 이끄는 그의 안내에 기꺼이 따르길 독자여러분께 권한다. 역자가 그랬듯이, 긴장감과 설렘으로.
-옮긴이 신혜연

★ “광기와 두려움, 프로이트의 무의식적인 공포”

버트런드 러셀의 두 번째 소설《악몽》

《악몽》은 버트런드 러셀의 이름으로 출간된 두 번째 소설집으로, 전편인 《교외의 사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소재와 구성을 갖추고 있다.
러셀의 소설은 최소한 세 가지 측면에서 칭송받을 만하다. 우선 사상가로서 러셀이 가진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점과 당대 작가들에게 풍자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짧지만 영리한 형식을 통해 단편소설집이라는 장르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러셀은 상상력 넘치는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상상력 에 대한 그의 생각은 1953년 2월 2일 작가 클럽 연설 초고에 적은 “픽션은 인간으로 하여금 사실의 횡포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상상은, 사실의 노예 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의 원천이다.”라 는 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인간 본성에 내재된 이성적인 자아와 비이성적인 자아의 소통
‘악몽’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이성적인 자아와 비이성적인 자아가 소통함으로써 그로 인해 자기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는 러셀이 합리주의자로서 의혹과 두려움, 직감,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 들을 다루기 위해 택한 수사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러셀은 악몽이라는 이 영리한 형식을 통해 자신의 여러 견해를 드러냄과 동시에 무의식을 합리적인 대화로 이끌어내고자 했던 당대의 요구를 담아냈다.

러셀은 이성과 감정의 대립을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러셀은 구체적인 인물과 당대의 사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에 소설이라는 장르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딘 애치슨의 악몽>, <스탈린의 악몽>, <아이젠하워의 악몽> 등의 제목을 가진 작품들이 그 예다. 그는 또한 ‘실존주의자’, ‘신학자’, ‘수학자’ 등을 끌어들임으로써 오늘 날의 독자들에게도 ‘이성’과 ‘감정’의 대립이라는 풍자적 묘미를 선사한다.

일례로, <어느 수학자의 악몽>에서는 종교적 경험, 혹은 ‘환상/상상’ 속의 수학이 ‘현실’세계의 수학과 대조를 이룬 다. 스퀘어펀트라는 가상의 수학자의 대척점에는 아서 에딩턴이라는 실존 인물이 자리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수학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의 춤으로 소개되는데, 모든 숫자들이 함께하는 이 발레 공연에서는 소수인 137과 무리수인 파이(π)가 각자 특별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 단편의 매력은 의인화를 통해 생명력을 얻은 추상적인 개념들에 있다. 파이는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 얼굴을 본 사람은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스크 밖으로 날카로운 눈이 거침없고 차가운, 수수께끼 같은 눈빛 을 내뿜고 있었다.”라고 묘사되고 있고, 에딩턴이 ‘666’만큼 이나 특별하다고 여긴 숫자 137은 조직된 사회에 맞서 외롭게 싸우는 존재로 등장한다.

《악몽》에 실린 단편들은 탁월한 구성을 선보인다. 불과 몇 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분량 안에 기술적 요소들과 도덕적 개념, 패러디를 비롯해 문학적 암시와 희화, 진지한 주제와 가벼운 주제의 병치 등을 압축해놓았다. 예를 들어 <어느 정신 분석학자의 악몽>은 ‘순응-푸가’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부제로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러셀은 ‘하나, 또는 두세 개의 주제가 각 성부 혹은 각 악기에 장기적이며 규율적인 모방 반복을 행하면서 특정된 조적(調的)법칙을 지켜서 이루어지는 악곡’이라는 음악 분야에서 통용되는 ‘푸가’의 사전적 의미에 ‘심리학적 기억 상실 상태, 환자는 평소처럼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듯 보이지만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함, 일시적인 현실 도피’라는 정신분석학적 의미를 더했다.

이 작품의 주요 구조는 대위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맥베스와 리어왕, 오셀로, 안토니우스, 로미오, 햄릿 등 여섯 개의 목소리가 기초를 이루는 가운데 대위법적 ‘장치’가 등장한다. 바 로 셰익스피어 조각상 내부에 장착된 축음기가 그것이다. 소설은 푸가 음악처럼 이 여섯 개의 목소리가 돌아가면서 중심 주제를 말하면 셰익스피어 조각상의 목소리가 그 말을 이어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의 한 가지 중요한 주제는 언어다. 그는 이 소설에 서 심리분석학자들과 공상적 박애주의자들과 더불어 전문적 술어 대신 일상적인 말로 개념을 분석하려고 하는 현대 철학자들을 희롱하고 있다.
이 두 집단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큰 차이점은 인위적으로 구성된 언어의 가치였다. 화이트헤드와 함께 성공적으로 기 호 논리학을 발전시킨 후 철학 분야의 언어도 그렇게 발전시키기를 원했던 러셀과 달리, 그들은 현실에 지도를 제공하는 데는 일상적인 언어가 더 적합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러셀은 이러한 견해를 결코 받아들이지 못했고, 소설 속에서 봄바스 티쿠스 박사를 통해 맥베스의 잔뜩 격식 차린 언어를 평범한 말투로 바꾸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언어가 의미를 표현하는 완벽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을 조롱했다.

<자하토폴크>는 저자가 이전의 단편집에 수록된 <미스 X 의 시련>에서 가볍게 다루었던 주제, 즉 엄격한 사회 제도 에 의해 억압받는 인간 존재에 대해 좀 더 복잡하고 진지하게 기술하고 있다. 소설은 유토피아의 전형인 거대한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채 고립된 쿠스코의 한 공동체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30세기나 앞선 시대 설정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 는 이 시대는 과거, 즉 지혜를 키우고 슬픔을 줄일 여지가 있는 곳으로 남는다. 페루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 앞에 선 드리우즈더스타즈 교수는 그의 관점에서 이 시대를 서술한다.

엄격하게 통제되는 사회, 인간성의 말살이라는 점에서 또 한 <자하토폴크>는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도 통하는 바가 있다. 두 작품에서 권력이 지배수단으로 활용했던 형벌과 쾌락도 자하토폴크에서 모두 등장한다. 러셀이 이 작품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함께 읽어보면 이들이 두려움으로 그린 세상 을 더 깊이 만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믿음과 산>은 <자하토폴크>와 더불어 맹목적인 신앙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주를 이룬다. 종교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렇게 만들어진 종교가 인간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종교에 길들여진 인간이 어떻게 다시 그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 다시금 되새겨보는 기회를 준다. 지나치게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부분이 있어 독실 한 종교인이라면 읽기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탈종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고의 가치가 충분하다.

재미있게도, 러셀은 종교를 풍자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성경에서 차용했다. 각 대응되는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저자소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저술가이며,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필가이기도 하다. 1872년 영국 웨일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공교육을 거부한 할머니의 교육 방침에 따라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수학과 도덕과학을 전공했다.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로서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던 러셀은 3,0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실천적 지식인으로 변모해 갔다. 전쟁 중인 1916년에는 징병 반대 문건을 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하여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강의권을 박탈당했고, 2년 후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6개월간 투옥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핵무기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막고자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조직했고, 아흔의 나이에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앞장섰다.

또한 러셀은 아인슈타인, T. S. 엘리엇, 디킨슨, 케인스, 화이트헤드, 조지프 콘래드, 비트겐슈타인 등 한 세기를 풍미한 위대한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20세기 지성사에서 그의 자리 를 확고히 했다. 지칠 줄 모르는 지적 정열로 하루 평균 3,000 단어 이상의 글을 썼고, 화이트헤드와 함께 10년에 걸쳐 『수학 원리』를 집필하는 등 수학과 철학, 사회학, 교육, 종교, 정치, 과학 분야에 걸쳐 7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1970년 2월 2일 밤, 98세의 나이로 웨일스에서 사망했다.

목차

서문 7
책소개 9

시바여왕의 악몽: 왕을 믿지 말라 11
바우들러 박사의 악몽: 가정의 행복 27
어느 정신분석학자의 악몽: 순응-푸가 39
어느 형이상학자의 악몽: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61
어느 실존주의자의 악몽: 존재의 성취 73
어느 수학자의 악몽: 스퀘어펀트 교수의 환영 81
스탈린의 악몽: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93
아이젠하워의 악몽: 매카시-말렌코프 협약 103
딘 애치슨의 악몽: 메넬라오스 S. 블록스의 마지막 유언 117
사우스포트 울페스 박사의 악몽: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 127
자하토폴크 141
믿음과 산 213
옮긴이의 말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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