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현재의 중국과 중국인을 만들었는가?
중국인이 쓴 중국사에서 그 답을 얻다
“긴 강은 거세고 도도한 물줄기로 나는 듯 흘러가는데, 책을 덮고 들으니 만 마리 말이 달리는 듯하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누가 역사를 쓸지 묻는데, 홀로 횃불을 들어 중국을 비추네.”
-저자의 시, 서문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나라이며, 현대에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 만큼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일은 우리에게 숙명과 같다. 최근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영구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시진핑은 수십 차례 ‘중국몽’을 이야기하며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고 있다. 중국몽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중화사상의 배경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국의 역사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젊은 중국의 역사학자가 쓴 중국사 입문서로서 복희신농, 춘추쟁패, 수당의 번영에서 원과 명의 왕조 교체, 청말의 혼란, 중국의 재기까지 상고부터 현재에 이르는 중국의 역사를 총망라한다. 기존의 중국 통사와 달리 드라마틱한 전개로 중국 5,000년사를 시원하게 관통하며, 쉽고 재미있는 서술방식과 새로운 관점으로 중화민족의 발전이 어떠한 단계를 거치면서 이루어졌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무엇보다 기존의 정치·경제사 또는 문화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민족을 불변의 정수로 두고 법?제도를 변수로 간주하여 복잡한 중국사의 시기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구분했다. 아울러 철저하게 중국인의 관점에서 중화의 기질을 밀도 있게 서술해 우리가 정확하게 보지 못했던 장구한 중국사의 흐름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역사 지식을 설명함과 동시에 시대적 핵심을 긴밀하게 연결해 독자가 역사의 변천을 짚으면서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금까지 한 번도 중단된 적 없는 중화 문명이 어떻게 흥망과 영욕의 세월을 거쳐 왔는지, 그 역사의 흐름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민족과 제도,
두 요소를 기준으로 들여다본 새로운 시각의 중국사
중국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전체 전개 과정은 매우 복잡해 시대 구분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가 가진 장점은 우리가 중국사에 대해 느끼는 이런 일반적인 어려움 때문에 더욱 빛난다. 이 책은 단숨에 읽히면서 시대의 맥을 짚어주어 중국사를 조망하는 전체 그림을 우리 머릿속에 정확하게 잡아주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저자가 중국 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저자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두 가지 결정적 근본 요소, 즉 제도와 민족의 유전적 자질이라고 주장한다. 민족의 유전적 자질은 잠재력을 대표하고 제도는 잠재력이 발휘되는 정도를 결정하며, 국가의 발전은 이 두 가지가 누적되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역사적 시기를 4단계로 나누어
요순시대부터 시진핑 시대를 관통한다
이 책은 중국의 장구한 역사에서 왜 어떤 시대는 흥했고, 다른 시대는 쇠퇴할 수밖에 없는지 평가할 때 지배계층을 이루던 민족과 법?제도를 중요한 잣대로 평가한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제도의 변천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기준으로 중국사의 변화와 발전을 분석한 뒤 중국사를 새로운 네 단계로 나누었다.
즉 ‘혼돈의 시대-봉건시대-제국시대-대국의 길을 묻는 단계’로 역사의 프레임 자체를 새롭게 설정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원시사회-노예사회-봉건사회-자본주의 사회-공산주의 사회’라는 역사발전 ‘5단계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다. 역사학계에서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던 정치적 변동이나 경제 발전 단계가 아닌 법?제도를 기준으로 시대를 평하는 것이다.
저자는 시대별 제도 변화의 성격과 특성을 선명하게 보여주어 그것이 중국 역사 흐름의 깊이와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최근의 학술 연구와 고고학적 발견을 근거로 이전의 역사서를 종합하고 학술적 정확성을 추구하는 점도 잊지 않았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의식과 정서에
면면히 흐르는 속살을 보여주다
저자는 학술적인 목적보다 일반 독자를 위해, 그리고 각 시대에 부응하는 역사책의 필요성을 절감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좋은 역사책은 망원경이지 눈을 가리는 뜬구름이 아니다. 역사의 기원과 발전을 분석하고 전략적 시야와 역사관을 제공해야 하며, 시대의 중심이 되는 사건에 필요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중국을 현대화하려면 고전 문명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 핵심 임무이며, 그중 핵심 가치 체계의 좌표는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 저자에게 중국 통사의 서술은 과거 속에서 현재의 중국을 비추기 위한 작업이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 H. 카의 말과 맥을 같이하는 목적성을 가진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전반적인 측면에서 중화주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중국인의 의식과 정서에 흐르는 내면의 깊은 속살을 돌아보게 해주는 요소이자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영리하게 접근한다면, 이 책이 오랜 시간에 걸쳐 뿌리 깊게 체화된 중국과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정서, 내면을 이해하는 데 역사적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1》
고대부터 위진남북조 시대까지
오제시대는 국가가 탄생한 초기로 그 후 하, 상, 주로 이어지며 차츰 중화 문명의 첫 번째 단계인 봉건사회를 형성한다. 사회는 동주 말기부터 대전환기로 들어서 300년 동안 격동의 시기를 겪는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제자백가로 일컫는 사상의 꽃이 만개한다. 춘추 시기에는 비록 봉건사회의 예법이 존속했고 사회 전체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전국시대로 진입하면서 봉건체제가 제국체제로 발전하는 급격한 대전환이 일어났다.
진한시대에 제국체제가 확립되고 이는 청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이어진다. 진나라 시대에는 법가를 통해 강력한 통치체제가 성립한다. 제도는 하나의 국가가 장기간 흥하고 쇠하는 근원이다. 진나라의 상앙을 대표로 하는 법치학파의 궁극적 이상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이다. 즉 사회를 통치하는 데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제도 체계에 의존하는 것이다.
상앙 이후 진나라는 제도 체계에 의존해 장기간 흥성을 이루었다. 유감스럽게도 한나라 이후 상앙의 법치 사상은 중국사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상앙은 인치를 반대했고 역사도 인치의 찬란함이 지속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한나라 시대에는 중국의 정신적 기틀이 형성되는데, 특히 동중서의 주도로 2,000년간 백가를 배척하고, 유가만을 중시하는 정책이 학술사상의 영역에서 절대적 통치 지위를 확보한다. 그 결과 후세의 일반적인 중국인은 유가만 알고 제자(諸子)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유가문화가 곧 중국 문화나 마찬가지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후한이 망한 뒤 이어지는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기는 중국 고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역사였다. 사회발전 수준은 춘추 시기 이전으로 후퇴했다. 춘추 시기에는 적어도 사회의 정신 체계는 견고했고 고전 학술 체계는 잘 보전되었으며, 사회 투쟁은 선을 넘지 않았다. 위진 시기는 전해져 내려오는 일부 서적을 제외하고는 유물이 거의 없다. 예전 번화했던 대도시 장안과 낙양은 쥐들의 고향이 되었고, 여행객이 길을 가면 수백 리 안에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풀덤불에 뒤엉킨 백골만 보였다. 아득한 밤이 되면 때때로 들판에서 황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이런 분열과 혼란의 역사 속에서 민족이 융합하고 중화 문명이 확장하게 된다.
이름은 왕페이린(王培霖), 자(字) 홍이.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사회활동가로 현재 상하이와 쏘저우에 거주한다. 어려서부터 역사책을 읽었으며 시안교통대학, 칭화대학에서 경제사 등을 공부하였다. 이후 장타이옌(章太炎)의 마지막 제자인 국학대사 주지하이(朱季海)와 쉬잔첸(徐戰前), 웨이자짠(魏嘉瓚) 같은 대가들을 스승으로 삼아 중국 문화유산 및 학술에 대해 연구했다. 그의 저서는 고금의 학자에게서 사상적 자원을 섭취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중국의 국운과 미래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서문 - 역사라는 기나긴 강물 속의 징검돌을 디디며
제1부 혼돈의 시대
제2부 봉건시대
제3부 제국시대